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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와인 생산지

[스페인] 까스띠야 이 레온(Castilla y Leon) > 토로(To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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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s://forgetburgundy.files.wordpress.com/2012/04/castille-wine-map2-1024x777.jpg)

1. 역사와 지리

토로(Toro)는 스페인 까스띠야 이 레온(Castilla y Leon) 지방의 북서쪽에 있는 자모라(Zamora) 지역의 와인 생산지입니다. 기원전 1세기 말에 고대 그리스인이 이곳에 사는 켈트인에게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법을 알려준 후부터 와인을 생산해왔죠. 품질이 좋았던 토로 와인은 중세 초에 두에로(Duero)강 일대의 와인 생산지 중에서 최초로 와인 무역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왕 알폰소 9세(Alfonso IX)는 몇몇 수도회에 토로의 땅을 하사했고, 와인 무역으로 부유해진 수도회가 감사의 뜻으로 세운 교회가 무려 40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토로 와인의 명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세빌리아(Sevilla)나 팔렌시아(Palencia) 같은 다른 도시로 많은 와인이 팔려나갔고, 당시의 와인 생산자들은 효율적인 온도 관리로 더 좋은 와인을 만들려고 지하에 와인 양조장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19세기 말에 필록세라가 전 유럽의 포도밭을 휩쓸었던 암울한 시기에도 토로의 포도밭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토로의 토양은 필록세라가 싫어하는 모래가 많이 섞여 있기 때문이죠. 필록세라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토로는 엄청난 양의 와인을 프랑스로 수출했고, 스페인의 다른 와인 생산지에선 말라죽은 포도나무를 토로산 포도나무로 교체했습니다. 오늘날 토로의 포도밭에선 필록세라가 창궐하기 전에 심었던 오래된 띤따 데 토로(Tinta de Toro) 포도나무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는 특별한 고급 와인을 만들 때 사용되곤 하죠.

그러나 20세기에 스페인의 와인 산업이 침몰하자 토로 와인의 평판도 함께 추락했습니다. 포르투갈 북쪽의 스페인 와인 산지 중에서 최초로 DO(Denominacion de Origen) 등급을 받았지만, 토로 와인이 세계 와인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은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1998년까지만 해도 불과 8곳의 보데가에서 와인을 생산할 뿐이었죠. 하지만 토로 와인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이곳의 와인인 별 볼 일 없는 취급을 받았던 것은 스페인의 와인 법령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떼루아가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와인에 산뜻한 맛과 숙성 잠재력을 주는 산미는 고급 와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토로의 포도밭은 해발 600~750m의 고지대에 있어서 한낮의 뜨거운 태양과 새벽의 서늘한 기온이 포도에 생생한 산도가 쌓이도록 해주죠. 강수량도 매우 적고 토양은 포도나무가 자라기 좋은 붉은 점토와 모래로 이뤄져서 고급 와인에 필요한 튼실한 포도를 키울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췄습니다.

와인 생산자들이 토로의 장점을 알게 되면서 1998년에 겨우 8개였던 보데가는 2000년에 25개, 2006년에 40개로 급격하게 늘어납니다. 단순히 숫자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보르도 페싹-레오냥의 뤼르통(Lurton) 형제, 뽀므롤의 미셀 롤랑(Michel Rolland)과 다니 롤랑(Dany Rolland) 같은 유명한 와인 생산자도 이곳에 와이너리를 세울 만큼 고급 와인 생산지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죠. 영화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Gerard Depardieu)도 동업자인 베르나르 마그레즈(Bernard Magrez)와 함께 이곳에 보데가를 설립하고 와인을 만듭니다. 

2. 포도와 와인

토로에서 주로 재배하는 포도는 스페인의 토착 포도로 유명한 뗌프라니요의 클론 품종인 '띤따 데 토로'입니다. 템프라니요의 우수한 성질을 가졌으면서 토로의 토양과 기후에 완벽하게 적응한 품종이죠. 날씨가 무덥고 강수량이 적은 토로에선 다른 지역보다 포도에 많은 당분이 농축되므로 와인을 만들면 알코올 도수가 14.5%를 넘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토로 와인은 거의 같은 품종을 사용하는 리오하 와인보다 더 묵직하고 풍부한 맛을 지닌 것이 많죠. 하지만 숙성 잠재력은 리오하 와인보다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포도 때문인지 아니면 양조기술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토로의 환경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띤따 데 토로 포도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i.pinimg.com/originals/17/72/5c/17725c452f5b7d030693dad7ff7d146d.jpg)

띤따 데 토로로 만드는 토로 와인은 대부분 오크통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숙성한 후에 시장으로 내보냅니다. 일부 와인은 거의 숙성하지 않는 호벤(Joven) 등급으로 생산하지만, 주로 오랫동안 오크 숙성해서 더 높은 등급으로 만들죠. 오크통에서 최소 12개월간 숙성하는 레세르바(Reserva) 등급의 토로 와인은 진홍색을 띠며 폭발하듯 강하게 풍겨 나오는 과일 향과 억센 질감을 보여줍니다. 

가르나차 포도도 소량 재배하며 주로 호벤 등급의 가벼운 와인으로 생산합니다. 말바시아와 베르데호(Verdejo) 포도로 만든 풀-바디 화이트 와인도 있죠.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3. KNJ Wine & Spirits 상품자료

4. 테소 라 몬자 홈페이지 

5. 영문 위키피디아 토로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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