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레바논]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도 생산한 불굴의 와인 - Chateau Musar White 2004

까브드맹 2018. 6. 8. 16:00

샤토 무사르 화이트 2004

샤토 무사르 화이트(Chateau Musar White) 2004는 레바논의 가지르(Ghazir) 지역에 있는 베카 밸리(Bekaa Valley)에서 재배한 오바이드(Obaideh)와 메르와(Merwah)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샤토 무사르

아랍어로 "풍광이 뛰어난 곳"을 뜻하는 샤토 무사르는 1930년에 은행가이며 사업가인 개스톤 호차르(Gaston Hochar)가 18세기에 세워진 고성을 구매해서 설립한 와이너리입니다. 50년대 말에 지하 저장고를 확장해서 지금은 100만 병 정도의 와인을 저장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를 가졌죠.

샤토 무사르의 포도밭 면적은 약 130헥타르이며 연간 20,000 상자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포도원은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대에 속해서 여름은 길고 온화하며 겨울은 비가 내리면서 냉해와 병균이 없습니다. 또한, 지역 특유의 미세 기후 덕분에 개성 있는 와인 생산이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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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무사르의 와인 산업은 개스톤의 두 아들이 이어받아 장남 세르쥬(Serge)는 보르도 대학에서 양조학을 배운 후 1959년부터 와인 양조를 맡았으며, 차남 로날드(Ronald)는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한 다음 샤토의 마케팅과 재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1975년부터 16년간 치러진 레바논 내전 기간에도 샤토 무사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와인을 생산했지만, 1976년과 1984년에는 와인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2. 와인 양조

샤토 무사르 화이트는 레바논의 고대 품종인 오바이드와 메르와를 혼합해서 만듭니다. 각각 샤르도네(Chardonnay)쎄미용(Semillon)의 조상 품종으로 추정되는 두 포도는 오늘날에도 레바논에서 상업적으로 활발하게 재배하는 6종의 포도에 속합니다. 포도밭은 해발 1,300m에 있으며 포도나무의 수령은 50~90년 정도입니다. 풍부하고 복합적이며 오래가는 와인의 향과 풍미는 드라이한 쏘테른(Sauternes) 와인이나 잘 숙성한 그라브(Graves) 화이트 와인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옅은 금색으로 먼저 연유를 듬뿍 넣은 밀크캐러멜과 이슬람 과자의 달콤한 향이 나옵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코안에 가득 들어오죠. 신선한 과일 향은 적고 말린 무화과 같은 건과류의 향이 강합니다.

매우 부드럽고 이질적인 느낌을 줍니다. 질감은 두툼하지만, 드러나는 힘은 별로 강하지 않습니다. 구조감은 치밀하군요. 드라이하고 산도가 다소 밋밋합니다. 품질이 떨어지진 않으나 함부로 힘을 드러내지 않는 와인이네요. 과자 풍미가 나오지만, 달지 않아서 약간 균형이 안 맞고 살짝 끓은 듯한 느낌입니다. 개성 있는 와인이지만, 묘한 느낌이 듭니다. 여운은 길며 마셨을 때의 풍미가 입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균형 잡힌 와인이지만, 산도가 다소 낮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강했더라면 좋았을 겁니다.

잘 어울리는 음식은 푸아그라, 돼지나 거위를 흐물흐물할 때까지 삶은 리예트(rillettes), 구운 오리,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아시아 요리, 염소 치즈, 과일과 가벼운 디저트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좋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2년 10월 2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