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마시다보면 '데일리 와인(Daily Wine)'이라는 단어를 듣게 됩니다. 글자 그대로 매일 마시는 와인, 매일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말하는 거죠. 좋은 데일리 와인의 조건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1. 가격
무엇보다 가격이 부담 없어야죠. 매일 매일까지는 아니어도 종종 마셔야 하는데, 와인 값으로 월급의 10%가 넘게 나간다면 문제가 있죠. 저렴할수록 좋고, 비싸도 1-2만 원을 넘지 않아야 부담 없을 겁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와인을 소개하면서 '데일리 와인으로 적합하다'라는 말을 써놨는데 가격을 보면 3~4만 원대. 지금 연봉 1억인 분들의 데일리 와인을 소개하려는 건 아니죠?
2. 내 입맛
저렴해도 맛이 형편없으면 낸 돈에 대한 안타까움과 맛없는 와인에 대한 분노가 치솟을 겁니다. 싸더라도 맛있어야 할 거고, 적어도 내 입맛과 타협할 수 있어야겠죠.
3. 주로 먹는 음식과의 조화
가격도 저렴하고 내 입맛에도 맞는데 좋아하는 음식이나 자주 먹는 음식과 함께 마셨더니 맛이 묘하더라, 어째 뭐 빤 물 비슷해지더라... 이러면 곤란하죠. 매번 와인과 맞는 음식을 별도로 만들거나 주문해야 한다면 그것도 골치 아픈 일입니다. 그래서 개성이 너무 강한 와인은 데일리 와인으로 안 맞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 예를 들어 치킨, 족발, 피자, 삼겹살, 생선구이 같은 음식과 두루 잘 어울려야겠죠. 음식 맛을 살려주면서 함께 맛이 좋아지는 와인이야말로 데일리 와인에 더 없이 어울립니다.
위의 세 조건이 까다로울 것 같지만, 찾아보면 세 조건을 충족하는 와인이 의외로 많습니다. 제가 마셨던 와인 중에선 아래와 같은 와인들이 위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들이었습니다.
• 가토 네그로 까베르네 소비뇽(Gato Negro Cabernet Sauvignon)
• 콘차 이 토로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Concha y Toro Casillero del Diablo) 시리즈
• 페랭 에 피스 라 비에이유 페름(Perrin & Fils La Vieille Ferme) 시리즈
• 데 마르티노 레가도 레세르바 까르메네르(De Martino Legado Reserva Carmenere)
• 산타 리타 120(Santa Rita 120) 시리즈
• 까르멘 버라이어탈(Carmen Varietal) 시리즈
• 오지오(Ogio) 시리즈
• 보데가스 로퀘타 캄포 린도 크리안자(Bodegas Roqueta Campo Lindo Crianza)
• 까르타 비에하 G7(Carta Vieja G7) 시리즈
• 코노 수르 버라이어탈(Cono Sur Varietal)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