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군단의 발자취를 따라 유럽의 와인 생산지는 1세기경에 남으로 크레타섬, 북으로 잉글랜드, 서로 포르투갈, 동으로 폴란드까지 넓혀졌습니다. 한국인에게 쌀과 된장이 주식이듯 로마인에겐 빵과 와인이 주식이었으므로 로마의 군인들이 현지 여성과 결혼해 정착한 곳을 중심으로 와인 문화가 퍼져나갔죠. 만약 포도를 재배하기 곤란한 곳이었으면 무역로를 따라 와인을 수입해서 마셨습니다.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를 공인하고, 380년 테오도시우스 1세가 칙령을 통해 사실상 기독교를 국교화하면서 와인은 주요 식품으로서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집니다. 가톨릭과 정교회, 성공회의 7성사 중 하나인 성체성사에서 밀떡과 와인을 빼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물론 종교적인 이유만으로 와인 문화와 생산이 퍼진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와인은 맥주와 함께 당시 사람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수’였고, 퍽퍽한 빵을 먹어야 할 때 필요한 음식이었으며, 와인 자체의 상업성도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로마 문화의 전파와 함께 원래 맥주를 주로 마시고, 와인은 상류층에서나 즐겼던 갈리아인도 점차 맥주를 멀리하고 와인을 가까이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라인강 너머에서 로마군과 대치하고 있던 게르만인도 처음엔 “와인을 마시면 계집아이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와인 수입을 완강히 거부했지만, 고급 와인을 한 번 맛보고 “아찔한 그 맛에 한숨을 내뱉은” 후엔 와인에 탐닉하게 되죠. <로마제국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은 게르만족이 서로마 제국의 변경을 종종 침략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와인이라고 주장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와인은 게르만족에게도 매혹적인 술이었습니다.
<참고 자료>
1. 로도 필립스 지음, 이은선 옮김, 도도한 알코올, 와인의 역사, 서울 : 시공사, 2002
2. 영문 위키피디아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