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오랜 양조기술이 반영된 훌륭한 테이블 와인 - Ginestet Bordeaux 2008

까브드맹 2014. 3. 7. 06:00

지네스뗴 보르도 2008

1. 보르도(Bordeaux) 와인의 역사

보르도는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 생산지입니다. 중심 도시는 보르도시로 지롱드 데파르트망(Gironde department)의 전 지역을 포괄하죠. 포도밭의 총면적은 12만 헥타르로 프랑스에서 가장 큰 와인 생산지 중 하나입니다. 엄청난 양의 테이블 와인부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최고급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매년 7억 병 이상 생산합니다. 생산하는 와인의 89%는 영국에서 ‘클라레(claret)’라고 부르는 레드 와인이고 나머지는 달지 않은 드라이 화이트 와인과 소테른(Sauternes)으로 특히 유명한 스위트 화이트 와인, 소량의 로제 와인, 크레멍 드 보르도(Crémant de Bordeaux)라고 부르는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보르도에는 54개의 세부 생산지가 있고, 8,500개 이상의 생산자와 샤토가 와인을 생산합니다.

보르도 지방의 와인 생산은 로마인이 시작했고 그 시기는 1세기 중반으로 짐작됩니다. 생산한 와인은 지역에서 소비되었고, 이후 와인 생산은 계속 이어졌죠. 12세기에 영국 왕 헨리 플랜타지넷(Henry Plantagenet)과 프랑스 루이 7세의 왕비였던 아퀴텐의 엘레아노르(Eleanor of Aquitaine)가 결혼하면서 보르도 와인의 인기는 영국에서 급격하게 올라갑니다. 이 결혼은 아퀴텐 지방을 플랜타지넷 왕조가 다스리던 지역을 일컫는 앙주방 제국(Angevin Empire)의 일부로 만들었고, 그 후로 보르도 와인은 영국에 수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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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그라브(Graves) 지역이 보르도 와인의 주요 생산지였고, 진한 핑크색에 조금 가벼운 '클래레(clairet)'가 주요 와인 스타일이었습니다. 클래레는 영국에서 클라레라고 불리게 되죠. 보르도의 와인 수출은 영국과 프랑스가 1337년에 백년전쟁을 시작하면서 중단됩니다. 1453년 전쟁이 끝나자 프랑스는 보르도를 되찾았고, 이곳의 와인 산업을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17세기에 네덜란드 무역상들은 포도나무를 심으려고 메독(Médoc)의 습지대를 간척했습니다. 이로 인해 보르도 메독 지역은 점차 그라브를 앞선 최고의 와인 생산지가 되었습니다. 당시의 주요 품종은 말벡(Malbec)이었고 이러한 경향은 19세기 초반까지 이어지지만, 이후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으로 바뀝니다.

1855년 파리 만국 박람회를 대비하여 보르도 메독 지역의 주요 샤토(Chateau)들과 그라브의 샤토 오-브리옹을 다섯 등급으로 분류한 1855년 보르도 와인 공식 등급 분류(Bordeaux Wine Official Classification of 1855)가 공표됩니다. 당시 공표된 등급제는 오늘날에도 적용되고 있죠.

1875년부터 1892년 사이에 필록세라(Phylloxera)라는 포도 뿌리 진딧물이 보르도의 거의 모든 포도밭을 황폐하게 만듭니다. 보르도 와인 산업은 거의 붕괴되었지만, 필록세라에 저항력을 지닌 미국산 포도나무의 뿌리를 유럽산 포도나무의 줄기에 접붙여서 필록세라를 막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가까스로 부활합니다.

 

 

2. 메죵 지네스떼(Maison Ginestet)

보르도에는 약 400개의 네고시앙이 존재하고 그중 15개가 수출시장의 85%를 차지합니다. 15개의 네고시앙 중 하나가 메죵 지네스떼입니다. 1897년 발카랑 강변에서 페르낭 지네스떼(Fernand Ginestet)가 설립한 메죵 지네스떼는 연간 3,100만 병의 와인을 수출하는 거대 와인 회사입니다. 이 수량은 지네스떼 전체 생산량의 약 50%라고 하니 전체 생산량은 연간 6,000만 병이 넘는 셈이죠.

지네스떼 사는 설립 초기부터 단순히 와인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네고시앙 사업뿐만 아니라 포도를 직접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 판매하는 일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는 창업자인 페르낭의 사업 이념에 따른 것이죠. 수많은 그랑 크뤼 샤토를 사들이면서 메죵 지네스떼는 포도 재배와 그랑 크뤼 등급 와인 양조 기술을 일반 보르도 와인 생산에 접목해 전체적인 와인 품질을 개선했습니다. 이로 인해 보르도 지역 와인 산업의 선두에 올라서면서 동시에 보르도 와인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죠. 이것이 오늘날 페르낭 지네스떼를 "보르도 와인의 개척자"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메죵 지네스떼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에 있는 링크를 참조하세요.

 

 

3. 와인의 맛과 향

지네스떼 보르도 루주(Ginestet Bordeaux Rouge) 2008은 메를로(Merlot) 60%,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30%,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10%으로 만든 와인입니다.

색은 꽤 진한 퍼플 빛입니다. 초반엔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오크와 타임(thyme), 연기 향이 주로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서양 자두향이 올라오죠. 나중엔 스위트 스파이스와 미세한 볶은 견과류, 바닐라 향도 풍깁니다.

탄탄하면서 떫습니다. 강철처럼 강인한 구조는 잘 짜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탄닌이 둥글둥글해지며 떫은맛이 많이 줄어듭니다.

드라이하며 단단한 탄닌이 인상적입니다. 산미는 두드러지지 않으나 균형을 유지할 만큼은 들어있습니다. 메를로가 60%나 섞였는데도 오크 같은 나무 풍미가 더 두드러지며, 아직 부드럽지 않은 탄닌은 이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부각합니다. 그래서 동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 예를 들어 쇠고기 스테이크와 어린 양갈비 하고 잘 어울리는 맛이죠. 과일 풍미도 있는데 주로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 느낌입니다.

 

 

보르도 와인답게 시간이 갈수록 맛이 좋아집니다. 미세하지만 볶은 견과류 풍미도 맛볼 수 있죠. 역시 시간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맛과 향이 보르도 레드 와인의 매력입니다. 마신 후에 맛과 향이 입에 오래 남습니다. 그러나 변화는 별로 없고 느낌도 평범하네요.

나무와 과일 풍미가 있는 드라이한 맛, 굳건한 탄닌, 두드러지진 않아도 활력을 불어넣는 산미, 13%의 알코올이 어우러져 단단하고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줍니다. 명가 지네스떼의 와인답게 좋은 밸런스와 빈틈없는 모습을 갖췄습니다. 향이 좋고 드라이하며 떫은맛이 나는 전통 보르도 와인을 좋아한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숯불갈비, 바비큐, 미트 스튜, 숙성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3년 3월 14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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