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미유 까스텔 보르도 메를로(Famille Castel Bordeaux Merlot) 2008
파미유 까스텔 보르도 메를로 2008은 까스텔사가 메를로(Merlot) 포도 100%로 만드는 AOC 등급 와인입니다. 레이블에 나온 대로 보르도(Bordeaux)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만 사용해서 AOC 규정에 맞춰 생산한 것이죠. 그래서 AOC 표시가 있는 것입니다. AOC 제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하단에 있는 링크의 글을 참조하세요.
보르도 와인은 대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말벡(Malbec), 쁘띠 베르도(Petit Verdo)를 적절히 섞어서 만들고, 레이블엔 별도의 품종 표시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와인은 레이블에 'Merlot'라고 포도 품종명을 적었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메를로만 100% 사용한 것이랍니다. 그래서 특이하게 레이블에 품종명을 적은 것 같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프랑스 저가 와인인데도 색이 진하며 약간 탁합니다. 테두리 주변이 자주색을 띱니다. 자두와 레드 커런트 같은 붉은 과일 향에 검은 과일 향도 살짝 나옵니다. 덜 마른나무줄기의 풋내가 섞인 나무 향도 풍기네요. 전체적으로 향이 단순합니다.
일단 아주 가볍고 부드럽습니다. 향은 제법이지만 무게감은 많이 나가지 않아서 가볍게 마시기 좋습니다. 탄닌이 적어서 가볍고 부드러운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메를로 포도의 특성이 살아있는 와인이랄 수 있네요.
달지 않고 굉장히 드라이합니다. 산도가 낮은 건 아니지만 풍부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굉장히 여리고 여성적이군요. 마치 얇은 유리 같은 느낌입니다. 과일 풍미가 나오지만 진하고 풍부한 게 아니라 가늘고 창백합니다. 탄닌의 떫은맛이 거의 없어서 어찌 보면 마시기 편하지만, 한편으론 묵직하면서 풍만한 느낌이 적어서 아쉽네요. 어찌 보면 섬세하다고 볼 수 있지만, 힘이 뒷받침되지 못해 흐지부지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어쨌든 명가의 손으로 탄생한 와인이라 그런지 개성은 약해도 굉장히 마시기 편합니다. 마치 주스처럼 가볍게 마실 수 있죠. 맛이 이렇다 보니 풍미가 진한 요리보다 가볍고 섬세한 요리가 더 잘 맞습니다.
여운이 느껴지긴 하지만 강하지 않고 인상적이지도 않습니다. 그저 가볍고 편안한 느낌일 뿐이죠. 탄닌이 빈약하여 좀 가볍고 허전한 느낌이 듭니다. 마시기 편한 와인을 찾는 분이라면 적당하지만, 힘이 있는 와인을 찾는 분이라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을 겁니다.
가벼운 양념을 한 닭고기나 돼지고기 요리, 파스타와 피자 같은 밀가루 음식, 육전과 돼지고기를 썰어 넣은 빈대떡 등과 잘 맞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D로 맛과 향이 부족한 와인입니다. 2011년 10월 26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