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랑-페리에(Laurent-Perrier)
1812년에 탄생한 로랑-페리에 샴페인 하우스는 살롱(Salon)과 드 까스텔란(De Castellane), 들라모트(Delamotte) 같은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를 계열 회사로 거느린 로랑-페리에 그룹의 중심 회사입니다. 로랑-페리에 그룹은 2004년에 또 다른 샴페인 생산자인 샤토 말라코프(Chateau Malakoff)를 인수하기도 했죠.
로랑 페리에의 역사는 오크통 제조업자이며 병 생산자인 알폰스 피에를로(Alphonse Pierlot)가 1812년에 뚜어-쉬르-마른(Tours-sur-Marne) 지역에 있는 플레이상스(Plaisances)와 라 뚜어 글로리어(La Tour Glorieux) 포도밭을 구매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알폰스 피에를로는 회사의 와인 양조 담당자였던 유젠 로랑(Eugene Laurent)에게 와이너리를 물려주라고 유언을 남겼고, 유젠은 아내인 마틸드 에밀리에 페리에(Mathilde Emilie Perrier)와 회사를 운영해 나갔죠. 1887년 유젠이 죽고 미망인이 된 마틸드가 경영권을 쥐면서 회사 이름에 그녀의 성을 집어넣어 회사명을 "뵈브 로랑 페리에(Veuve Laurent-Perrier)"로 바꿨습니다. 마틸드는 성공적으로 회사를 경영했고, 샴페인 생산량이 연간 5만 케이스에 이르게 되었죠.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1차 세계 대전이 터지면서 짧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전 유럽을 뒤덮은 전쟁의 화마는 그녀의 회사뿐만 아니라 프랑스 와인 업계 전체에 불어닥친 재난이었죠. 전쟁이 끝난 후 마틸드는 영국에 로랑-페리에 샴페인을 소개하고 판매하기 위해 알렉산더 플래처 케이트 맥켄지(Alexander Fletcher Keith Mackenzie)를 고용했습니다. 그러나 1925년 마틸드가 작고했고, 그녀의 회사는 유제니 오르탕스 로랑(Eugenie Hortense Laurent)이 물려받았습니다. 1차 대전의 후유증이 이어지고 2차 대전이 곧 일어날 것 같아 보이자 유제니는 1939년 회사를 마리-루이즈 랑송 드 노낭쿠르(Mary-Louise Lanson de Nonancourt)에게 팔았습니다.
마리-루이즈는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쏟아부었고, 전쟁의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회사를 유지해 나갔습니다. 전쟁 중 한때 그녀가 회사의 담장 안에 숨겨놓았던 샴페인이 1천 케이스나 될 정도였다는 군요.
그녀의 장남인 모리스가 독일 오라니엔부르그(Oranienburg)의 강제 수용소에서 죽자 동생인 베르나르 드 모낭쿠르(Bernard de Nonancourt)가 상속 자격을 물려받았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베르나르가 집으로 돌아오자 마리-루이즈는 그에게 샴페인 생산의 모든 걸 가르쳤고, 베르나르는 1949년 회사의 주인이 되어 로랑-페리에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가족 경영 샴페인 하우스 중 하나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드 모낭쿠르 가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로랑-페리에의 주요 주주로 남아있죠.
로랑-페리에는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1,200여 명의 농부와 계약을 맺고 포도를 공급받으며, 전 세계 120개 이상의 나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수출량에 힘입어 2005년 모에 에 샹동(Moët et Chandon)과 뵈브 끌리코(Veuve Clicquot)에 이어 세계 최고의 샴페인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죠. 2013년 3월에는 엘리트 트래블러 매거진(Elite Traveler magazine)과 함께 <전 세계 100대 레스토랑>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드미 섹(Demi Sec), 울트라 브뤼(Ultra Brut), 로제 알렉산드리아(Rosé Alexandra), 뀌베 로제(Cuvée Rosé), 르 브뤼(Le Brut), 르 브뤼 밀레짐(Le Brut Millésimé)으로 이어지는 로랑-페리에의 샴페인 중에서 그랑 시클르(Grand Siècle)는 다소 독특한 모습을 가졌습니다. 레이블에 화려한 금색이나 밝은 색상이 빠지지 않는 다른 샴페인과 달리 레이블 디자인이 무채색인 회색과 흰색만으로 이뤄져 있죠. 그래서 홈페이지의 사진에 나온 모습도 먹을 사용하는 붓과 매칭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위대한 세기"라는 뜻의 그랑 시클르는 1959년에 첫선을 보였고, 이후 로랑-페리에의 최고급 샴페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샤르도네(Chardonnay) 55%와 피노 누아(Pinot Noir) 45%를 사용해서 만들며 샴페인 하우스의 까다로운 규격과 노하우가 잘 배어있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교와 힘, 균형미가 결합한 독특한 맛과 향은 최고의 해에 최고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최고의 포도를 혼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죠. 샴페인의 전형적인 모습과 더 나은 품질을 위해 노력하는 프랑스 와인 생산자의 모습을 잘 표현한 제품입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진한 레몬색을 띠며 지름 1~1.5㎜ 크기의 다소 큰 거품이 세차게 올라옵니다.
사과, 레몬, 파인애플 같은 다양한 과일 향과 흰 꽃 향이 나옵니다. 핵과류의 씨에서 풍기는 날 비린내 같은 향과 이스트 향이 약하게 퍼져 나오며, 약간 꼬리하기도 하고 달착지근하기도 한 향도 맡을 수 있습니다.
거품은 다소 거친 듯하나 구조는 잘 짜여 있습니다.
드라이하면서 높은 산도를 지녀 상쾌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야성적이고 강한 힘도 느낄 수 있죠. 샤르도네 55%와 피노 누아 45%를 섞어서 만들었고 다양한 과일과 씨앗, 이스트 풍미가 얽혀서 복합적인 맛이 나옵니다. 시음했었을 때 컨디션이 다소 안 좋았던 것 같던데 최고의 상태였다면 조금 더 다양한 느낌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여운의 길이가 좋고 힘과 느낌도 좋습니다.
드라이한 맛과 산미, 적당한 알코올 도수, 힘찬 거품 등등 각 요소의 균형이 좋습니다.
식전주로 마시면 좋고 각종 샐러드, 굴 같은 해산물, 깐소새우 같은 각종 새우요리, 튀김과 치킨, 생선구이, 나물, 각종 돼지고기와 닭고기 요리, 가리비와 전복 버터구이, 관자 스테이크, 오향동구처럼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 중국식 해물 요리, 춘권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가격 상관없이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2년 8월 10일 시음했습니다.
로랑-페리에의 가장 일반적인 샴페인에 관한 시음기를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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