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퐁-로셰의 순례자"라는 뜻의 레 펠르랭 드 라퐁-로셰(Les Pelerins de Lafon-Rochet)는 샤토 라퐁 로셰(Chateau Lafon-Rochet)의 세컨드 와인입니다.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쌩-테스테프(Saint-Estephe) 마을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57%에 메를로(Merlot) 40%와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3%를 넣어서 만듭니다.
1. 레 펠르랭 드 라퐁-로셰
레 펠르랭 드 라퐁-로셰는 그랑 뱅인 샤토 라퐁-로셰를 만들기엔 아직 수령(樹齡)이 어린 10~30년 사이의 포도나무에서 딴 포도로 만듭니다. 샤토 라퐁-로셰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지만, 숙성기간은 15개월로 라퐁-로셰보다 1~5개월가량 짧고, 새 오크통 비율도 좀 더 적은 듯합니다.
이 와인은 샤토 라퐁-로셰와 비교해 더 빨리 마시기 좋은 상태가 되기에 오랫동안 숙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최소 5년은 보관해야 하죠. 보관 장소가 좋다면 10년가량 병 숙성하는 것을 권합니다.
이번에 시음한 레 펠르랭 드 라퐁-로셰는 2000 빈티지입니다. 2000년이라는 뛰어난 빈티지인 데다 구매 후 바로 셀러에 보관해서 이동 없이 10여 년간 숙성했고, 마시기 직전에 1시간가량 디캔팅 해서 마셨기에 매우 뛰어난 맛과 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다른 빈티지의 레 펠르랭 드 라퐁-로셰는 2000년 산보다 품질이 좋기 어렵고, 최적의 상태에서 10년 동안 보관하기도 만만치 않아서 이만한 맛과 향을 느끼게 해주진 못할 겁니다.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91점, 로버트 파커의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에서 90점을 줬습니다.
와인 생산자인 샤토 라퐁-로셰에 관한 정보는 하단의 링크 글을 참조하세요.
2. 와인의 맛과 향
색은 진한 루비색이나 테두리엔 퍼플 빛이 약간 남아있습니다. 양조한 지 무려 1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어린 빛을 띠다니 대단하군요.
삼나무처럼 그윽한 나무 향에 이어서 묵직한 검은 과일 향이 강하고 풍부하게 흘러나옵니다. 서양자두 향이 농후하며 블루베리와 블랙베리의 달콤한 내음이 나고, 프룬(prune) 향도 약간 맡을 수 있죠.
부드러우면서 두텁고 진합니다. 그러나 느끼하거나 끈적이지 않고 순하네요. 은근히 풍부한 탄닌도 맛볼 수 있습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높은 산도가 맛의 구조를 유지해 줍니다. 과일 풍미를 강하게 맛볼 수 있고, 은은한 삼나무 풍미가 바닥에서 전체의 맛을 떠받쳐 줍니다. 체리와 블루베리, 블랙베리에 이어서 블랙커런트 풍미가 살짝 나오며 다소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우아하고 섬세한 여운은 길고 은은하게 이어집니다.
균형이 딱 맞고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아하고 깨끗하며, 향후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까지 숙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양고기와 소고기 스테이크, 양 갈비, 양념 안 한 소갈비, 로스트비프, 각종 소고기구이, 미트 소스 파스타, 숙성한 경성 치즈 등과 잘 맞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2년 4월 8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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