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남서부 프랑스에서 나온 귀엽고 새콤한 화이트 와인 - Brumont Gros Manseng-Sauvignon 2010

까브드맹 2012. 9. 7. 06:00

브뤼몽 그로 망상 소비뇽 2010

브뤼몽 그로 망상-소비뇽(Brumont Gros Manseng-Sauvignon) 2010은 남서부 프랑스(Southwest France)의 꼬뜨 드 가스꼬뉴(Cotes de Gascogne) 주에서 재배한 그로 망상(Gros Manseng)과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포도를 반반씩 사용해서 만든 IGP 등급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알랭 브뤼몽(Alain Brumont)

"브뤼몽의 포도원은 특출한 떼루아와 매우 오래되고 우수한 토착 포도 품종의 표현입니다. 비범한 와인 생산자로서 알랭 브뤼몽은 그의 포도원에 있는 떼루아와 포도 품종을 발전시키는 일을 절대 그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그는 전 세계의 가장 위대한 와인 생산자들과 같은 범주에 놓여 있으며, 그에 따른 보상을 받고 있습니다."

이 찬사는 프랑스 루아르 밸리(Loire Valley) 지역에서 전설적인 소비뇽 블랑 와인을 만들었던 고(故) 디디에 다그노(Didier Dagueneau)가 알랭 브뤼몽을 얘기하며 남긴 말입니다. 대가는 대가를 알아본다고 했던가요? 디디에 다그노는 2008년 9월 17일 비행기 사고로 유명(幽明)을 달리했지만, 그가 찬사를 남겼던 브뤼몽과 그의 와인은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에게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의심할 바 없이 알랭 브뤼몽은 지난 20여 년 동안 마디랑(Madiran) 지역에서 가장 선도적인 와이너리의 소유주로서 마디랑 아펠라씨옹의 발전을 위해 많은 업적을 이뤄왔습니다. 포도밭의 수확을 줄이고, 헥타르당 식재량은 두드러지게 늘리며, 가장 쓸만한 접목만 사용하고, 완전히 익은 포도만 수확하는 동시에 와인의 대부분을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그의 와인 양조 방법은 이 지역 와인 생산의 본보기이면서 표준이 되어가고 있죠.

요즘에도 신선한 아이디어를 계속 생각해 내는 브뤼몽은 적당한 가격의 뱅 드 빼이(Vin de Pays) 등급 와인부터 샤토 몽투스 라 티레(Chateau Montus La Tyre) 같은 고급 와인에 이르기까지 와인 포트폴리오를 더욱 발전시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응형

 

2. 브뤼몽 그로 망상-소비뇽 블랑 2010

브뤼몽 그로 망상-소비뇽 블랑 2010은 그로-망상과 소비뇽 블랑 포도를 혼합해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그로 망상과 소비뇽 블랑 포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하단의 포스트를 참조하세요.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 와인에 대한 두 가지 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2003년 아일랜드(IreLand)에서 베스트 와인에 뽑혔을 때 심사위원들이 남긴 평가입니다.

"뭔가 색다르고 맛있다. 프랑스 남서부에서 나오는 그로 망상은 따뜻하고, 살짝 꿀 풍미가 나는 포도이다. 여기에 소비뇽 블랑을 혼합해서 멋지고, 상쾌하며, 사과와 배, 시트러스 풍미가 나는 와인이 되었다."

또 하나는 아이리쉬 타임스(Irish Times)의 존 윌슨(John Wilson)이 2009년 7월에 남긴 평입니다.

"이 와인은 진실로 짜릿하고 상쾌하며 싱싱한 레몬과 엘더플라워(Elder Flower)의 아로마가 폭발할 듯 넘쳐난다. 말보로 소비뇽 블랑(Marlborough Sauvignon)은 멋진 결혼 속에서 프랑스를 만났다."

소비뇽 블랑이 가스코뉴 지방에서 법적으로 재배가 허용된 포도가 아니므로 이 와인은 최고 등급인 AOC가 아니라 대중적인 와인인 뱅 드 빼이(Vin de Pay)로 지정되었지만, 품질은 어지간한 AOC 등급 와인을 뛰어넘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색은 중간보다 좀 더 진한 레몬색입니다.

레몬과 푸른 사과, 덜 익은 복숭아 향이 나며, 특히 자몽과 구즈베리라 부르는 풋풋한 녹색 과일 향이 강합니다. 잔디 깎은 향이나 아스파라거스, 허브 같은 풀 내음이 나며 린덴과 아카시아 같은 꽃 향도 맡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고소한 식물성 향이 올라오고, 사과 파이가 떠오르는 달콤한 향도 함께 흘러나오죠.

풀잎 향을 강렬하게 풍겨서 상당히 강건할 것 같지만, 구조는 의외로 그리 억세지도 강하지도 않습니다. 부드러우면서 희미하게 탄산 느낌이 나는 조금 가벼운 밀도와 무게를 갖고 있죠.

맛은 달지 않고 드라이합니다. 신맛이 인상적입니다. 우아하거나 강하거나 풍부하기보다 귀엽고 새콤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귀여운 소녀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죠. 레몬과 자몽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시트러스류 과일 풍미에 쌉쌀한 맛과 푸릇푸릇한 식물성 풍미가 함께 나타나지만, 나무 계열 풍미는 매우 희미합니다. 이렇게 상쾌하고 신선한 과일과 식물 풍미가 있지만, 복합성이 다소 떨어져서 아쉽군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식물성 맛이 강해집니다. 꽤 길게 이어지는 여운은 복합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느낌이 밝고 쾌활합니다.

 

 

독특한 산미와 12%의 알코올이 와인의 구조를 튼튼히 받쳐주고, 과일과 식물성 향은 와인의 인상을 밝고 활달하게 만들어줍니다. 균형감이 좋은 와인이죠. 하지만 맛과 향보다 지구력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약간 토속적, 혹은 클래식한 느낌이 있지만, 뉴질랜드의 말보로 소비뇽 블랑 와인과 흡사한 맛과 향을 지녔습니다.

각종 샐러드, 생선구이와 맵지 않은 생선찜, 조개구이와 조개찜, 새우찜, 게찜, 맵지 않은 닭고기 요리 등과 함께 마시면 아주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2년 8월 1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