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옐랜즈 와이너리
지난 3월 5일 저녁에 서울시 중구 정동에 위치한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트윈와인의 주최 아래 열린 '옐랜즈 와이너리 시음회'에 다녀왔습니다. 옐랜즈라는 이름은 소유주의 가문명을 딴 것으로, 오너인 피터 옐랜즈(Peter Yealands)는 가업인 식료품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14세에 학업을 그만둔 후 스스로의 힘으로 사업을 성공시켜 오늘날 뉴질랜드 100대 부호 중의 한 명이 될 정도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전력을 태양열과 풍력을 최대한 이용하여 공급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요. 아울러 유기농법을 100%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초제나 살충제를 가능한 한 쓰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잡초를 제거할 때도 제초제를 쓰지 않고 베이비 돌(baby doll)이라 불리는 어린양을 풀어놓아 잡초를 뜯어먹게 하고 있다는군요. 이러한 노력을 공인받아 옐랜즈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레이블에는 '카본 제로(carbon zero)'라는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2. 시음회장
행사가 진행되었던 뉴질랜드 대사관은 정동빌딩 8층에 있었습니다.
그로데스크 한 이 목각은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의 전통 조각이라고 합니다. 흠... 우리나라의 장승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일까요? 액운을 막아주고 마을 주민을 수호하는 그런 역할 말이죠. 소재가 되는 나무는 굉장히 무겁고 단단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왼편에 있는 문양은 뉴질랜드의 국장(國章)이라고 합니다.
근접 촬영한 모습은 이렇습니다. 왼편은 이주민인 영국을 상징하는 여인, 오른편은 원주민인 마오리족을 상징하는 남자입니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융합? 조화?를 나타내는 문장이죠. 안으로 들어가니 이름을 체크하고 명함 한 장을 내도록 하더군요. 나중에 진행될 추첨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테이블의 왼편과 오른편에 얼음으로 덮인 와인들은 모두 화이트 와인입니다. 옐랜즈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와인들이죠. 그리고 가운데에는 오늘 시음할 4종의 와인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3. 시음 와인 리스트
수입사에서 나눠준 자료를 통해 하나씩 살펴보면,
옐랜즈 웨이 소비뇽 블랑(Yealands Way Sauvignon Blanc) 2011. 말보로(Marlborough)에서 재배한 소비뇽 블랑을 100%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포도가 자라난 환경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구아버, 패션프루트 같은 열대 과일과 함께 다양한 허브 아로마를 갖고 있습니다.
옐랜즈 웨이 피노 누아(Yealands Way Pinot Noir) 2010. 말보로와 센트랄 오타고(Central Otago)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Pinot Noir)를 블랜딩 하여 만든 와인으로 과실향이 풍부합니다. 특히 잘 익은 체리와 자두 아로마가 실크처럼 매끄러운 탄닌과 함께 입안을 감싸면서 긴 여운을 남기는 와인입니다.
옐랜즈 이스테이트 말보로 소비뇽 블랑(Yealands Estate Marlborough Sauvignon Blanc) 2011. 말보로에서 재배한 소비뇽 블랑을 100% 사용해서 만들었고, 패션프루트와 블랙커런트 싹에 방금 벤 풀과 타임(Thyme), 구즈베리 향들이 배어있습니다. 훌륭한 구조감을 지니고 있으며 상큼한 미네랄 풍미가 긴 여운을 남기는 와인입니다.
옐랜즈 이스테이트 말보로 피노 누아(Yealands Estate Marlborough Pinot Noir) 2010. 말보로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를 100% 사용해서 만들었고, 바이올렛향, 레드 베리향, 향신료향 등이 배어 있으며 입안에서 잘 익은 서양자두맛과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과 쌉싸름한 끝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4가지 와인이 모두 다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와인은 옐랜즈 웨이 소비뇽 블랑 2011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스타일의 와인은 저렴하면서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 맛과 향을 지녔기 때문이죠. 당장 막회나 양념치킨하고 먹을 와인을 위의 4종류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당연히 옐랜즈 웨이 소비뇽 블랑 2011을 고를 겁니다.
4. 시음 및 식사
시음 와인을 마시면서 참석자들이 어느 정도 모이기를 기다린 후에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우선 수입사인 트윈와인의 대표님이 환영인사를 해주셨고, 그다음엔 뉴질랜드 대사님의 환영사와 옐랜즈 와이너리의 마케팅 담당인 헬렌 프리쓰(Helen Frith) 여사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여기까지의 행사는 빠르고 지루하지 않게 끝나 매우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공식 행사가 끝난 후 식사가 이어졌죠. 장소가 넓지 못해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하지 못하고 스탠딩 파티식으로 서서 밥을 먹었지만 음식의 질이 매우 뛰어나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날 먹은 음식을 아래와 같습니다. 제가 먹은 것만 찍은 겁니다
음식들이 모두 맛있었지만, 이날 시음한 와인과 궁합을 따져보면,
살짝 매콤한 소스를 얹은 새우찜과 크림소스를 얹은 농어(?) 찜에 옐랜즈 웨이 소비뇽 블랑 2011이 좋더군요. 와인 자체의 맛은 옐랜즈 이스테이트 소비뇽 블랑이 더 좋았지만 음식과의 궁합을 따져보면 이쪽이 더 나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레드 쪽으로는
쇠고기 타다키와 양갈비에 옐랜즈 이스테이트 피노 누아 2010이 잘 어울렸습니다. 옐랜즈 웨이 피노 누아 2010도 좋았지만 역시 옐랜즈 이스테이트 피노 누아 2010쪽이 더 좋더군요.
어느 정도 식사가 끝난 후에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추첨이 있었습니다. 이날 시음한 와인들을 각 1병씩 주는 행사였는데, 저는 늘 그렇듯이 뽑히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와인을 받아가셨습니다.
그리고 행사가 다 끝난 후 이날 참석한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와인 한 병을 선물로 주더군요. 저도 한 병 받아왔는데 확인해 보니 옐랜즈 이스테이트 말보로 소비뇽 블랑 2011이었습니다. 조만간 이 와인을 마시고 시음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5. 시음 소감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원래 제가 좋아하는 와인이긴 하지만, 옐랜즈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매우 뛰어난 맛과 향을 갖고 있었습니다. 또한 뉴질랜드 피노 누아 와인은 제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와인이지만 옐랜즈의 피노 누아 와인들은 상당히 뛰어나더군요. 물론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와인에 비해 아직까지 절대적인 맛과 향에서는 많이 밀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격대를 고려해 본다면 옐랜즈의 피노 누아 와인은 중저가 가격대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마신 뉴질랜드 피노 누아 와인 중 제일 맘에 드는 것이었습니다.
옐랜즈의 와인들은 조만간 시장에 풀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가격은 웨이급은 2만 원대 정도, 이스테이트급은 3만 원대 정도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라더군요. 어찌 되었던 이 가격이라면 상당히 메리트가 있는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아쉽다면 아쉬운 것은 대형마트로는 나가지 않고 레스토랑이나 전문 소매점에만 출시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구매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군요. 하지만 어디서든 옐랜즈의 와인을 발견하시거든 한번 사서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언급한 가격대에서 구입하신다면 가격 대비 퀄리티에서 틀림없이 실망하시진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