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스페인] 청바지를 입은 피노 누아? 붉은 과일의 맛과 향이 가득한 - Tapena Tempranillo 2006

까브드맹 2011. 8. 16. 08:54
타파이냐 뗌프라니요 2006

타파이냐 뗌프라니요(Tapeña Tempranillo) 2006은 유명한 까바(Cava) 생산자인 스페인의 프레시넷 그룹(Freixenet Group)에서 만드는 와인입니다. 스페인의 까스띠야(Castilla) 지방에서 재배한 뗌프라니요(Tempranillo)로 만드는 비노 데 라 띠에라(Vino de la Tierra) 등급의 와인이죠.

1. 스페인 와인의 변화

과거 스페인 와인의 이미지는 둘이었습니다. 하나는 오랫동안 오크 숙성해서 너무 무겁거나 과일 풍미가 적은 와인. 또 하나는 대량 생산에만 몰두해서 품질이 조악한 싸구려 벌크와인. 물론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는 보데가(Bodegas)도 여러 곳이 있었지만, 전체로 봤을 때 아주 소수여서 세계 와인 시장에서 스페인 와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30년 사이에 스페인 와인은 엄청나게 변했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와인 평론가인 젠시스 로빈슨은 이러한 변화를 참작해서 복잡한 스페인 와인을 요약하는 일이 "그래도 벌집과 벌들의 움직임을 ‘입체지도’로 만드는 일보다 쉬울 것이다."라고 얘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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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스페인 와인의 변화는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샤르도네(Chardonnay) 같은 국제 품종의 광범위한 재배로 스페인 각지의 유명 와인 생산지에서 토종 포도와 국제 품종을 혼합한 우수한 와인이 생산됩니다.

② 동시에 토종 포도의 재발견으로 예전처럼 값싼 벌크와인이 아니라 선별한 포도를 사용한 고급 와인을 만듭니다.

③ 프랑스산 오크통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숙성 기간도 프랑스의 와인 양조 방식처럼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레세르바(Reserva)와 그랑 리제르바(Gran Reserva) 등급의 와인을 만들지 않는 와이너리도 늘어났습니다.

④ 과일 풍미가 가득하고 오크와 바닐라, 코코넛, 커피 풍미가 적절히 어우러진 모던 스타일의 와인 생산이 많아졌습니다.

⑤ 오크보다 과일 맛을 강조해서 가볍고 편하게 마실 수 있으며 스페인 전통 요리인 타파스와 어울리는 와인도 많이 나옵니다.

타파이냐 뗌프라니요 2006은 바로 5번에 해당하는 와인입니다.

 

 

2. 타파이냐 와인

타파이냐 와인의 생산자들은

"타파이냐(Tapeña(tah-PAY-nyah))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음식과 대화가 갖춰진 저녁을 보내기 위한 이상적인 보완재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묵직하고 나무 향이 많거나 복잡하지 않고, 가볍고 단순하며 과일 향과 맛이 가득합니다. 만약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이런저런 음식 가리지 않고 함께 마실 만한 와인을 찾는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타파이냐 와인은 뗌프라니요, 가르나차(Garnacha), 베르데호(Verdejo), 로제(Rosé)의 4종류로 생산됩니다. 국내에는 인기 없는 로제 와인을 뺀 나머지 세 와인만 들어와 있죠. 보통 신선한 느낌과 과일 향을 강조하는 와인은 레드 보다 화이트와 로제가 더 맛있는데, 국내에선 로제 와인이 인기 없다 보니 수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와인 생산자들은 타파이냐 뗌프라니요를 "We think of this Tempranillo as Pinot Noir in blue jeans."라면서 블루진을 입은 피노 누아(Pinit Noir)라고 생각한답니다. 아마 전통적인 느낌의 피노 누아 와인을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바꾼 것 같은 맛과 향을 타파이야 뗌프라니요의 정체성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죠?

 

 

홈페이지를 보면 타파이냐 뗌프라니요가 다양하고 폭넓은 음식과 잘 어울리는 진정한 "음식 친화형(?) 와인"이라고 말하면서 어울리는 요리들을 적어놓았습니다. 이를 살펴보면,

• Oven Fried Fish with Romesco Sauce : 로메스코 소스를 얹은 오븐에 구운 생선

• Mushroom and Onion Quesadillas : 버섯과 양파 퀘사딜라

• Grilled Pork Mahon Cheese Medallions : 그릴에 구운 돼지고기와 마혼 치즈 메달리온

• Ham and Mushroom Croquettes : 햄과 버섯 크로켓

• Almond Stuffed Dates : 아몬드 스터프 다테

• Tapénade and Goat Cheese Toasts : 타페나이드와 염소 치즈 토스트

• Ham, Cheese and Sweet Potato Mini Sandwiches : 햄, 치즈, 달콤한 감자를 넣은 미니 샌드위치

• Roasted Fresh Figs wrapped in Bacon : 베이컨으로 감싼 신선한 무화과 구이

• Sweet & Savory Bread Sticks : 달콤하고 짭짤한 빵 스틱

• Lima Beans with Chorizo : 초리소 햄을 곁들인 리마 콩

• Mixed Grilled Vegetable Tapas : 여러 가지 구운 채소로 만든 타파스

• Roasted Green Bean and Shallot Tortilla : 구운 녹색 콩과 샬롯 또띠야

• Seasoned Mushrooms : 제철 버섯

• Spinach Tortilla Espanola : 시금치 또띠야 에스파뇰라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우리나라에선 먹기가 어려운 것이군요. 홈페이지의 링크를 따라가면 레시피도 함께 나오니 참조하세요.

 

 

3. 와인의 맛과 향

깨끗하고 맑지만, 농도는 제법 진합니다. 테두리는 퍼플과 루비의 중간색으로 오크 숙성을 짧게 했거나 안 한 것 같습니다. 붉은 과일 향이 대부분으로 레드 체리와 라즈베리, 서양 자두 향이 많이 나며 뗌프라니요의 특징인 담배 냄새도 조금 있습니다. 향을 발산하는 강도는 평범합니다.

부드럽고 편하며 떫은맛은 거의 없지만, 전체적으로 가볍고 힘이 없습니다. 달지 않고 산도는 중간 정도입니다. 탄닌은 비교적 적고 구조도 좀 약합니다. 입에서 느껴지는 힘도 평범합니다. 레드 체리와 딸기, 서양 자두 같은 붉은 과일 풍미가 많습니다. 그러나 오크 같은 나무 풍미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신선하지만, 묵직하고 강한 힘이 없어서 특별한 감흥은 느낄 수 없습니다. 여운은 중간 정도이며 느낌은 평범합니다.

신선한 붉은 과일 향이 두드러지며 전체적인 풍미는 가볍습니다. 음식과 함께 즐겁게 마실 수 있지만, 와인만 마신다면 너무 싱겁고 단조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D+로 맛과 향이 부족한 와인입니다. 2011년 3월 2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