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5 보르도 공식 등급 분류((Bordeaux Wine Official Classification of 1855) 2등급 와인인 샤토 몽로즈는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쌩-테스테프(St. Estephe) AOC에서 생산됩니다. 2004 빈티지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64%, 메를로(Merlot) 32%,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3%,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1%를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1. 와인의 맛과 향
혼합 비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까베르네 소비뇽의 함량이 꽤 높습니다. 그래서인지 와인에서 탄닌의 맛이 꽤 강합니다. 샤토 몽로즈는 빈티지가 좋으면 보통 10년 이후에, 평균적이거나 안 좋으면 보통 7~8년 이후에 개봉하는 게 좋습니다. 2004 빈티지는 와인 스펙테이터 점수 92점, 로버트 파커 점수 91점을 받았으니 2011년에 코르크를 따는 것이 너무 이르진 않습니다. 하지만 마시고 보니 역시 5년 정도 더 보관한 다음 따는 것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디캔터에서 1시간 30분가량 공기와 접촉한 후에 시음했습니다.
그랑 크뤼 와인이고 까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이 높아서 색이 매우 진할 거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주 짙지 않습니다. 테두리 부위의 색은 루비 빛에 살짝 퍼플 기운이 있어서 아직 한참 더 숙성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잔을 돌리면 3~4mm 정도 두께의 진한 눈물이 빠르게 내려옵니다. 잔을 슬쩍 돌렸을 뿐인데 잔 밖으로 향이 가득 퍼져 나올 정도입니다. 아주 많이 무르익은 새콤한 서양 자두와 블랙 체리, 블랙 커런트의 과일 향이 나오고 부드러운 오크와 바닐라, 스위트 스파이스, 정향, 시나몬, 후추 향이 퍼집니다. 신선한 허브 향도 나오고 나중엔 초콜릿과 캐러멜 향도 조금 나타나죠. 시간이 더 지나도 향이 다양하게 계속 발전하리라 여겨집니다.
1시간 30분 정도 브리딩(Breathing) 했는데도 아직 빠른 느낌입니다. 탄닌도 입안을 강하게 조이면서 살짝 거칩니다. 탄닌 입자는 거칠 거나 크지 않고 굉장히 잘고 촘촘한 느낌이어서 마치 비단 위에 가는 모래가 조금 있는 것 같은, 혹은 잘게 간 연필심을 뿌려놓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과일 향 때문에 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치지만, 맛은 굉장히 드라이하고 산도가 높으며 쓴맛도 조금 있습니다. 두껍지만 무겁지 않으며, 얇으면서 탱탱해 마치 빨간색의 투명한 유리로 만든 장미 같은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이렇게 조금 모순된 느낌이 들며 상당히 복잡 미묘합니다.
전체적으로 과일 풍미보다 나무의 건조한 풍미가 더 강한 것이 개인적으론 아쉽습니다. 그래서 고고한 풍모는 있지만, 부드럽고 친근한 느낌이 부족하죠. 은근히 남성적입니다. 개봉하고 3시간 30분 정도 지나가니 과일 풍미가 제법 살아나지만, 역시 아쉬운 구석이 있습니다. 섬세하지만 깊고 그윽하며 기품 있는 뒷맛이 길게 이어지는 여운은 일품입니다. 마신 후에도 입안에 향과 풍미를 계속 전해줍니다.
각 요소가 모두 좋지만, 맛에서 살짝 아쉬움이 있군요. 과일 풍미가 좀 더 강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5년 정도 보관했다가 마시는 쪽이 더 나은 맛과 향을 보여줄 듯합니다.
2004 빈티지는 다른 빈티지보다 가격이 3~40% 정도 낮습니다. 2004년이 최근 10년간 보르도에서 가장 작황이 안 좋았던 해 중 하나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른 빈티지만큼 품질이 안 나오므로 그만큼 가격도 낮은 것이겠죠. 그래도 몽로즈는 몽로즈. 시음 적기에 마신다면 비교적 경제적인 가격으로 샤토 몽로즈의 멋진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갈비와 양 갈비, 기타 고기 요리 등과 함께 마시면 아주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1년 5월 16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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