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10년의 세월로 빚어진 부드럽고 섬세한 황금빛 액체 - Tarlant Cuvee Louis Extra Brut NV

까브드맹 2011. 5. 19. 16:07

따흐랑 뀌베 루이 엑스트라 브뤼 NV

따흐랑 뀌베 루이 엑스트라 브뤼(Tarlant Cuvee Louis Extra Brut) NV는 프랑스 샹파뉴(Champagne)에서 수확한 샤르도네(Chardonnay)와 피노 누아(Pinot Noir)를 5:5로 사용해서 만드는 샴페인입니다.

1. 생산자와 샴페인 제조법

따흐랑(Tarlant)은 1687년부터 샴페인을 만들어 온 명가(名家)입니다. 오유이리(Oeuilly), 셀르 엘 꽁데(Celles els Conde), 부흐소(Boursault)에 13헥타르의 밭을 가진 작은 RM(Recoltant Manipulant : 재배자 겸 양조자)이죠. 현재는 11대 가주(家主)인 장-마리 따흐랑(Jean-Mary Tarlant)이 관리하며 샴페인을 생산합니다.

뀌베는 압착기로 포도즙을 짤 때 초반에 흘러나오는 즙(must)을 말합니다. 신선하고 품질이 좋아서 최상급 샴페인은 뀌베로만 만들죠. 보통 100ℓ의 머스트를 얻으면 앞부분의 80ℓ 정도가 뀌베이며 나머지 20ℓ는 따이으(Taille)라고 부릅니다.

병 뒷면에 부착한 백 레이블(Back Label)을 보면 샴페인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마른 밸리(Marne Valley)의 오유이리(Oeuilly) 마을 안에 있는 "레 크레이용(Les Crayons)"이란 포도밭에서 1996년과 1997년에 수확한 두 종류의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혼합 비율은 샤르도네 50%에 피노 누아 50%. 피노 므니에는 섞지 않았군요.

오크통에서 4주간 알코올 발효했습니다. 샴페인의 기초가 되는 화이트 와인은 보통 스테인리스 스틸 통에서 발효하지만, 최근엔 오크통에서 발효하는 생산자가 늘고 있다는데 이 생산자 역시 이 추세를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알코올 발효가 끝난 다음 날카로운 사과산을 부드럽게 만드는 유산발효는 하지 않았습니다. 발효 후에 남은 효모 찌꺼기를 오크통에 와인과 함께 담아 숙성하면서 정기적으로 효모 찌꺼기를 저어 효모 풍미가 와인에 배도록 했습니다. 이듬해인 1998년 5월에 병에 와인을 담고 사탕수수즙과 효모를 첨가한 다음 크라운 캡으로 밀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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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담은 후부터 샴페인은 2차 발효와 병입 숙성 과정에 들어갑니다. 효모는 병에 함께 넣은 사탕수수즙을 먹고 탄산가스와 알코올을 배출합니다. 사탕수수즙을 다 먹은 효모는 양분이 없어서 죽고 말죠. 이제 와인은 지하 셀러에서 천천히 숙성의 세월을 보냅니다. 이때 병 안에 쌓인 효모 사체가 스스로 분해되면서 샴페인에 빵과 비스킷, 토스트 같은 향이 스며듭니다. 숙성 기간이 길면 길수록 샴페인의 날카로운 느낌은 둥글어지고 향도 더 복합적으로 변하면서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균형 잡힌 모습으로 발전하죠. 물론 오래 숙성한다고 해서 모든 샴페인이 좋아지진 않습니다. 긴 시간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만큼 구조가 튼튼해야 하죠. 그 구조를 지탱해 주는 것은 신맛, 즉 산도입니다.

따흐랑 뀌베 루이는 구조가 굉장히 튼튼합니다. 넌 빈티지 샴페인은 최소 15개월만 숙성하면 출시할 수 있지만, 이 샴페인은 2008년 5월에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고 코르크로 막은 다음 출시했습니다. 장장 10년이란 시간 동안, 강산이 한 번 변하는 세월 동안 숙성한 것이죠. 이렇게 긴 시간을 숙성하면서 따흐랑은 매우 부드럽고 섬세하며 세밀한 거품이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훌륭한 샴페인으로 탄생했습니다. 코르크 마개를 끼울 때 설탕을 넣어서 단맛을 조절하는데, 따흐랑 뀌베 루이는 1리터당 설탕을 3g만 넣어서 단맛이 거의 없도록 했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제법 진한 밀짚 색입니다. 여린 황금색이라고 볼 수도 있네요. 색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0.1~0.2mm 정도 크기의 매우 자잘한 거품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까바(Cava)나 크레멍(Cremant)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크기입니다. 청사과처럼 희고 푸른 과일 향, 호도 같은 견과류 향, 버터나 토스트처럼 단내 나는 구수한 향, 슬쩍 피어오르는 오크 향이 복합적으로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누룩처럼 진한 효모 향도 올라옵니다.

독특하리만큼 질감이 부드럽습니다. 스파클링 특유의 톡톡 쏘는 느낌이 적고 자잘한 거품 때문에 둥글둥글한 느낌과 함께 입안에서 스르륵 녹는 듯한 맛입니다. 아주 드라이하며 산미는 생각보다 약합니다. 질감에서 톡톡 쏘는 느낌이 없어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부드럽고 미세하며 섬세한 맛이 혀를 감쌉니다. 힘이 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약한 것도 아닙니다. 부드러움과 섬세한 가운데 은근한 힘을 계속 유지하죠. 맛이 달진 않지만 달콤한 꿀의 풍미와 고소한 견과류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길게 이어지는 여운은 은은하면서 의외로 깊이 있습니다.

 

 

부드럽고 우아한 가운데 거품과 산미, 풍미, 여운 등의 요소가 균형을 잘 이룹니다. 처음엔 풍성한 향을 맡고 힘이 강할 거라고 예측했는데 막상 마셔보니 맛과 질감이 섬세하고 부드러워서 의외란 느낌이 들게 해 줍니다.

푸아그라를 이용한 전채, 캐비아, 익힌 해산물 요리, 치킨 샐러드, 튀김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좋고 매력적입니다. 2011년 5월 16일 시음했습니다.

샴페인 제조에 관한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종류]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양조법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오는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은 와인을 사랑하는 애호가뿐만 아니라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와인입니다.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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