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스페인] 잘 익은 서양 자두의 달콤한 향이 하나 가득 - Bodegas Mas Que Vinos Ercavio Tempranillo Roble 2009

까브드맹 2011. 5. 4. 15:08

보데가스 마스 께 비노스 에르까비오 뗌프라니요 로블 2009

1. 에르까비오 뗌프라니요 로블(Ercavio Tempranillo Roble)

보데가스 마스 께 비노스의 에르까비오 뗌프라니요 로블은 라 만차(La Mancha)에선 센시벨(Cencibel)이라고 부르는 뗌프라니요(Tempranillo)를 100% 사용해서 만드는 DO 등급 와인입니다.

라 만차는 스페인 내륙에 있어서 여름엔 매우 덥고 겨울엔 몹시 추우며,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한 데다 비도 적게 오는 대륙성 기후 지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나무가 많이 자라지 않아서 와인을 만들 때 '띠나하(Tinajas)'라고 부르는 커다란 항아리에 와인을 빚거나 숙성하는 일이 많습니다.

띠나하 항아리
(띠나하입니다. 우리나라 옹기하고 비슷하죠?)

요즘은 양조기술이 현대화되면서 띠나하를 사용하는 곳은 거의 사라졌지만, 에르까비오 뗌프라니요 로블은 티나하에 넣어서 젖산 발효(Malolactic Maceration)를 합니다. 젖산 발효를 하면 와인 속의 사과산이 젖산으로 변하면서 날카로운 신맛이 부드럽게 바뀌죠. 레드 와인을 만들 땐 거의 필수적인 과정이며, 화이트 와인은 와인 생산자의 선택에 따라 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합니다. 젖산 발효를 한 다음 와인을 나눠서 프랑스산 오크통과 미국산 오크통에서 5개월 동안 숙성한 후 혼합하고 병에 담아서 완성하죠. 로버트 파커는 이 와인에 계속 좋은 점수를 주고 있는데, 2003 빈티지에 91점을 준 후로 2005 빈티지에 90점, 2007 빈티지에 90+점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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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인에 대한 수입사의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붉은 자줏빛과 바디감이 매우 훌륭하며 블랙베리와 블루베리 향, 담배 향이 조화를 이루며 진한 바디감은 농익은 과일 향과 함께 좋은 마무리를 한다. 좋은 와인이 가지는 뛰어난 finish가 인상적인 와인이다. 와인의 품질은 일단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고가의 와인일수록 와인메이커의 정성과 손길을 바탕으로 좋은 포도와 수많은 관심과 애정 속에서 저가의 와인과 다른 품격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우리는 가끔 이러한 상식을 조금은 벗어난 와인들을 만나게 된다. 에르까비오 뗌프라니요 로블_Ercavio Tempranillo Roble 역시 그러한 와인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좋은 색감, 바디감, 더불어 너무나 인상적인 마무리까지. 좋은 가격에 좋은 와인이란 느낌이 든다.

 

 

2. 와인의 맛과 향

색은 매우 진하고 깨끗하며 테두리 부분이 퍼플빛을 띱니다. 잔을 돌리면 흘러내리는 와인의 눈물 농도는 중간 정도입니다. 서양 자두가 떠오르는 검붉은 과일의 달콤한 향이 잘 올라옵니다. 아울러 체리와 블루베리 등의 과일 향과 캐러멜의 달착지근한 향도 흘러나오죠. 나무 향도 있으나 과일 향이 확실히 강하군요.

질감은 상당히 부드럽고 매끄럽습니다. 탄닌의 떫은 느낌은 마신 후에나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와인의 힘도 제법 강합니다. 향은 달지만, 맛은 달지 않으며 산도는 중간 정도입니다. 입안에 느껴지는 힘은 중간보다 좀 더 높습니다. 잘 익은 서양자두 풍미가 확 닿으면서 입안에 가득 퍼집니다. 신선하고 달콤하며 적당한 산미가 있어서 입맛을 돋웁니다. 첫맛은 아주 매력적이지만, 뒷맛은 조금 떨어져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운은 길지 않고 힘도 약하며 인상 깊지도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과일 풍미를 강조하는데 치우쳐 나무 계열의 깊이 있고 그윽한 느낌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맛있고 편하게 마시기엔 좋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엔 부족하단 생각이 듭니다. 신선하고 달콤한 과일 풍미가 있는 와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틀림없이 만족할 겁니다.

가격에 적합한 품질을 가진 와인입니다. 개인적으로 나무 계열 향이 조금만 더 나온다면 더 높은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닭고기 샐러드, 생햄, 고기 요리, 파스타, 핑거 푸드, 바비큐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1년 3월 29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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