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레비아노 다부르쪼(Trebbiano d'Abruzzo)
시트라 트레비아노 다부르쪼(Citra Trebbiano d'Abruzzo)는 이탈리아의 아부르쪼(Abruzzo) 지역에서 트레비아노(Trebbian) 포도로 만드는 DOC 등급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아드리아해의 해안선을 따라 자리 잡은 아브루쪼는 이탈리아의 등뼈라고 일컬어지는 아펜니노 산맥이 서쪽으로 지나가서 산지가 매우 많죠. 그래서 포도밭은 대부분 산 아래 구릉 지대에 몰려있습니다. 와인 종류는 단순해서 대부분 두 종류로 만듭니다. 하나는 적포도인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로 만드는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조(Montepulciano d’Abruzz)이고 다른 하나는 청포도인 트레비아노로 만드는 트레비아노 다부르조(Trebbiano d’Abruzzo)이죠.
트레비아노 다부르쪼는 달지 않고 가벼우면서 신맛이 강한 상쾌한 화이트 와인입니다. 트레비아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널리 재배하는 포도로 프랑스에서는 우니 블랑(Ugni Blanc)이라고 부릅니다. 단위당 수확량은 많지만, 날씨가 좋을 때도 품질이 평범한 포도가 달리고 와인은 과일 향이 풍부하고 신선하지만, 장기 숙성은 힘듭니다. 그래서 프랑스에선 일반적인 테이블 와인을 만들 때는 트레비아노를 쓰지 않습니다. 다만 트레비아노의 강한 산미가 브랜디를 만들 때 좋으므로 코냑(Cognac) 지역에선 증류용 화이트 와인으로 사용하려고 대량 재배하죠.
이탈리아에선 트레비아노 와인이 가진 높은 산도가 신맛이 강한 이탈리아 음식과 잘 어울리기에 여러 곳에서 트레비아노 와인을 생산합니다. 그래서 트레비아노란 이름이 붙은 DOC 와인이 6종이나 되죠.
① 트레비이노 다부르쪼(Trebbiano d'Abruzzo)
② 트레비이노 디 아프릴리아(Trebbiano di Aprilia)
③ 트레비이노 디 아르보레아(Trebbiano di Arborea)
④ 트레비이노 디 까프리아노 델 콜레(Trebbiano di Capriano del Colle)
⑤ 트레비이노 디 로마냐(Trebbiano di Romagna)
⑥ 트레비이노 발 트레비아 데이 꼴리 피아첸띠니Trebbiano Val Trebbia dei Colli Piacentini
이외에도 80종 이상의 DOC 와인에 트레비아노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선 화이트 와인의 인기가 낮고, 신맛이 강한 화이트 와인은 더더욱 찾지 않아서 신맛이 강한 이탈리아산 트레비아노 화이트 와인은 많이 수입되지 않습니다. 같은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이지만, 향긋한 노란 과일 향과 달콤한 맛으로 인기 있는 모스까토 다스티와 비교하면 안타까울 정도죠.
2. 시트라 트레비아노 다부르쪼
시트라 트레비아노 다부르쪼도 국내에서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시트라의 와인은 수입되기 전부터 권종상 님의 포스트를 통해 많은 와인 애호가에게 알려져 있었죠.
○ 참고 글 : 가격 대비 최고, 시트라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 (권종상 님의 시음기입니다)
권종상 님이 포스팅한 후에 얼마 안 있어서 E마트에서 몬테풀치아노, 메를로(Merlot), 트레비아노로 구성된 시트라 와인 3종 세트를 판매했는데,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며 팔려나갔습니다.
인기가 높아서 처음엔 8천 원 정도에 팔더니 슬금슬금 가격이 올라가서 어느덧 1만 원대 중반의 가격으로 팔더군요. 그러나 형제 와인인 트레비아노 다부르쪼는 처음부터 반응이 별로였고, 이후에도 판매가 저조했는지 나중엔 7천 원에 팔더군요. 같은 값에 팔던 시트라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의 가격이 거의 두 배 정도 오르는 동안 제자리 걸음 한 것도 부족해서 오히려 가격이 내려간 걸 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산도 높은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구나!" 하고 새삼 느꼈습니다.
물론 트레비아노 와인은 절대 고급스럽지 않습니다. 애초에 고급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도 아니고요. 그래도 이런저런 음식과 두루두루 맞고 데일리 와인으로 마시기에도 좋아서 이런 푸대접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입만 계속된다면 이 정도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가볍고 산도 높은 와인을 좋아하는 저로선 오히려 득이지만, 한편으론 잘 팔리지 않는 와인을 계속 수입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인기 없는 트레비아노 다부르쪼지만, 익히지 않은 해산물을 주재료로 쓰는 요리에는 칠레나 호주산 샤르도네 와인보다 훨씬 잘 어울립니다. 깐소 새우처럼 매콤하고 자극적인 양념을 사용한 중국요리나 매콤 달콤한 양념치킨도 잘 맞고요.
3. 와인의 맛과 향
맑고 깨끗한 밝은 밀짚 색입니다. 향의 강도는 평범하며 레몬과 사과 같은 새콤한 과일과 싱싱한 풀잎 같은 향이 납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서양배의 달고 싱싱한 향이 조금 나오고, 땅콩 같은 견과류의 고소한 향과 토스트의 구수한 향도 살짝 나타납니다.
맛은 깨끗하지만, 깔끔하진 않습니다. 리슬링 와인과 비교하면 조금 조잡한 느낌입니다. 물처럼 가벼우나 살짝 기름진 맛이 나네요. 개성 없는 것이 개성이랄까... 무미건조한 맛이지만 트레비아노 와인답게 산미가 약간 있습니다. 그러나 힘이 많이 부족해서 물 한 바가지에 분말 사과 주스 한 수저를 넣었을 때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싱거운 맛이 나네요. 시간이 지나면 산미가 좀 강해지지만, 그다지 깔끔하진 않습니다. 이런 와인은 그냥 마시면 입맛만 버리는 일이 많으므로 음식과 함께 먹는 것이 좋습니다. 개성이 별로 없는 와인이라 음식과 함께 마시면 음식의 맛을 잘 돋워주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 주죠. 여운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사그라듭니다.
향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산도가 너무 약해서 와인의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좋게 생각하면 물처럼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지만, 아무래도 개성 없는 와인이라는 게 정답이겠죠. 저렴하지만 품질을 따져보면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적당한 가격이라고 봅니다.
좋은 와인을 마시려고 하면 염두에 둘 필요 없지만, 음식과 함께 먹을 적당한 와인을 찾는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합니다. 생선회, 초밥, 흰살생선구이, 깐소 새우, 양념치킨, 카레, 부침개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E로 맛과 향이 보잘것없는 와인입니다. 2011년 3월 25일 시음했습니다.
와인 생산지인 아부르쪼에 관한 정보는 아래의 포스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