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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각 지역별로 구분한 위스키의 종류 : 스카치위스키(Scotch Whisky)

까브드맹 2011. 2. 5. 10:20

발렌타인 17년산 스카치 위스키

스카치위스키(Scotch Whisky)는 영국 북부의 스코틀랜드(Scotland) 지방에서 생산하는 위스키입니다. 스코틀랜드는 위스키의 고향이라 불릴 만큼 위스키 제조 역사가 깊고, 생산하는 위스키 종류도 대단히 많죠. 스카치위스키는 아래의 5개 카테고리로 뚜렷하게 분류됩니다.

①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Single Malt Scotch Whisky) : 증류소 한 곳에서 물과 몰트만 사용해서 단식 증류기로 증류한 위스키.

② 싱글 그래인 스카치위스키(Single Grain Scotch Whisky) : 증류소 한 곳에서 물과 몰트 뿐만 아니라 싹을 틔우거나 틔우지 않은 다른 곡물을 섞어서 만든 위스키. '싱글'은 한 가지 곡물만 사용한다는 뜻이 아니라 한 곳의 증류소에서 증류했다는 뜻입니다.

③ 블렌디드 몰트 스카치위스키(Blended Malt Scotch Whisky) : 여러 증류소에서 만든 두 종류 이상의 싱글 몰트 위스키를 섞어서 만든 위스키. 예전에는 '배티드 몰트(Vatted Malt)' 혹은 '퓨어 몰트(Pure Malt)'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④ 블렌디드 그래인 스카치위스키(Blended Grain Scotch Whisky) : 여러 증류소에서 만든 두 종류 이상의 싱글 그래인 위스키를 섞어서 만든 위스키.

⑤ 블렌디드 스카치위스키(Blended Scotch Whisky) : 두 종류 이상의 싱글 몰트 위스키와 싱글 그래인 위스키를 섞어서 만든 위스키.

위의 카테고리는 위스키 레이블에 표시되므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카치위스키에서 독특한 맛과 향이 나는 것은 스코틀랜드에서 샘솟는 좋은 물과 질 좋은 맥아를 쓰고, 맥아를 건조할 때 피트(Peat)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제조 비법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피트는 풀과 나무가 죽은 후에 완전히 탄화되지 않고 부드럽고 축축한 상태로 뭉쳐있는 것을 말합니다.

오른쪽에 쌓인 진흙더미 같은 것이 피트입니다.
(오른쪽에 쌓인 진흙더미 같은 것이 피트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9/90/Peat_Lewis.jpg)

그 모습이 마치 진흙 덩이 같아서 이탄(泥炭)으로 번역하죠. 스코틀랜드 북부의 지대가 저습지에서 많이 나오며 일정한 규격으로 캐서 말린 다음 맥아를 건조할 때 사용합니다. 피트를 태워서 맥아를 말리면 열과 연기가 맥아에 배어들어 스카치위스키 특유의 훈연 향이 생기는 겁니다. 다른 곳의 위스키는 맥아를 말릴 때 피트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이런 향을 맡을 수 없죠.

가마에서 보리를 말릴 때 사용하는 피트의 양과 숙성에 사용하는 통의 종류, 증류소 위치와 증류기 형태, 사용하는 물의 출처와 숙성 기간은 스카치위스키의 맛과 향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스카치위스키의 스타일을 일반화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체로 약간의 피트 훈연 향, 꽃과 꿀, 과일과 말린 과일, 견과류, 향신료, 곡류, 나무 향 등이 나오고 때때로 소독약 같은 화학적인 냄새가 나는 것도 있습니다.

 

오늘날 스카치위스키는 브랜디와 함께 최고급 증류주로 손꼽히지만, 1860년대 이전에는 고전적인 단식 증류기만 사용할 수 있었기에 짙은 향과 독한 맛에 알코올 도수는 낮은 조악한 위스키만 생산했습니다. 그러다가 1832년에 아일랜드의 아에니스 코페이(Aeneas Coffey)가 연속 증류기를 발명하면서 향이 가볍고 맛이 부드러우면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를 만들 수 있게 되었죠. 이후 1853년에 에딘버러(Edinburgh)의 앤드류 우셔(Andrew Usher)가 단식 증류기를 이용한 몰트 위스키와 연속 증류기를 이용한 그래인 위스키를 혼합한 위스키를 만들면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의 블렌디드 위스키가 탄생한 것입니다.

스카치위스키는 단식 증류기(Pot Still)와 연속 증류기(Patent Still)를 모두 사용해서 만듭니다. 단식 증류기를 쓰면 알코올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지만, 사용한 원료의 풍미와 잔여 성분이 남습니다. 그래서 한 곳의 증류소에서 단식 증류기로 증류해서 만드는 싱글 몰트 위스키(Single Malt Whisky)는 브랜드(Brand)마다 독특하고 개성적인 맛과 향을 갖고 있죠. 하지만 증류할 때 함께 나오는 잔여 성분이 위스키의 맛을 거칠게 하므로 부드럽게 만들려면 오크 숙성이나 숯을 이용한 여과 과정이 필요합니다. 몰트 스카치위스키를 만들 때는 단식 증류기를 사용해서 2~3회 반복 증류하는데 대부분 2회 증류로 그칩니다.

코페이가 개발한 연속 증류기의 구조.
(코페이가 개발한 연속 증류기의 구조.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Column_s till.svg)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하는 블렌딩용 그래인 위스키를 만들 때는 연속 증류기를 사용합니다. 연속 증류기를 쓰면 재료의 풍미가 거의 사라지지만, 알코올 도수가 높은 깨끗한 맛의 위스키를 만들 수 있죠. 연속 증류기로 증류한 위스키는 불순물이 거의 없으므로 물로 희석해서 알코올 도수를 40도로 낮추면 숙성할 필요 없이 바로 마실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몰트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 60~70%로 증류하고 그래인 위스키는 90~94%로 증류한 다음 따로 숙성합니다.

증류해서 얻은 위스키는 처음엔 무색투명합니다. 하지만 숙성하면서 호박색에서 황금색까지 다양한 색깔을 갖게 되죠. 위스키의 색은 안쪽을 태운 오크통(Oak Barrel) 속에서 숙성할 때 우러나오는 여러 성분 때문에 생기지만, 색이 옅으면 캐러멜을 넣어서 착색할 수 있으며 이것은 법적으로 허용된 방법입니다. 위스키 생산자는 오크통 숙성과 캐러멜로 위스키 고유의 색깔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몰트 위스키가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색깔이 짙고 풍미가 강합니다. 위스키를 숙성할 때는 스페인의 강화 와인은 쉐리(Sherry)를 숙성한 오크통이나 미국의 버본 위스키(Bourbon Whisky)를 숙성한 오크통을 사용해야 합니다. 적어도 3년 이상 숙성하면 되지만, 생산자 대부분은 최소 4년 이상 숙성한 후 출고하죠. 스카치위스키 레이블에 숫자로 쓰여 있는 숙성 기간은 제조에 사용한 위스키 중에서 반드시 가장 숙성 기간이 짧은 것을 적어야 합니다. 15년 숙성 위스키와 12년 숙성 위스키를 혼합해서 만들었으면 병에 표시하는 숙성연도는 12년으로 표시해야 하죠. 위스키 회사는 일정 기간 숙성한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다양하게 혼합해서 제품의 스타일에 맞게 맛과 향을 조절합니다. 그 후 증류수를 넣어서 알코올 도수를 40% 정도로 낮추고 필요에 따라 착색한 다음 병에 담아서 시장에 내놓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전통적으로 하이랜드(Highlands), 로우랜드(Lowland), 아일라(Islay), 캠벨타운(Campbeltown)의 네 지역으로 나뉩니다. 하지만 위스키 생산지는 하이랜드, 로우랜드, 아일라, 캠벨타운, 스페이사이드(Speyside), 아일랜드(The Islands)의 여섯 지역으로 분류되죠.

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위스키 생산지역
(위스키 생산지역.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Scotch(regions.svg)

스페이사이드(Speyside)는 스코틀랜드 북동쪽의 스페이 리버(Spey river) 계곡에 둘러싸인 곳으로 한때 하이랜드의 일부였습니다. 지역 안에 스코틀랜드 증류소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증류소가 몰려 있죠. 그래서 오늘날 스페이사이드는 하이랜드와 분리되어 별개의 생산지로서 공인되었습니다. 캠벨타운은 몇 년 전 위스키 생산지에서 제외되었지만, 최근 공식 생산지로 다시 복권되었습니다. 아일라 북쪽의 아일랜드 지역은 스카치위스키 협회(the Scotch Whisky Association)로부터 생산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하이랜드의 일부로 간주합니다. 각 지역에서 생산하는 스카치위스키의 특성과 증류소 숫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로우랜드(Lowland) : 대체로 가볍고 부드러우며 꽃과 풀잎, 곡물류의 향이 나는 위스키를 만듭니다. Auchentoshan, Bladnoch, Glenkinchie의 세 증류소만 운영 중입니다. 

② 스페이사이드(Speyside) : 스페이사이드의 몰트 위스키는 대체로 우아하고 균형 잡힌 맛이 나며 미묘한 이탄 향과 과일, 꽃, 꿀 등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향이 납니다. 증류소 숫자가 가장 많으며 대표적인 증류소로 Aberlour, Balvenie, Glenfiddich, Speyburn, The Glenlivet, The Glenrothes, The Macallan 등이 있습니다.

③ 하이랜드(Highlands) : 이곳의 몰트 위스키는 대체로 풍미가 강합니다. Aberfeldy, Balblair, Dalmore, Dalwhinnie, Glen Ord, Glenmorangie, Oban, Old Pulteney 등의 증류소가 있습니다.

④ 아일랜드(The Islands) : 아일라를 빼고 위스키를 생산하는 아란(Arran)과 쥬라(Jura), 멀(Mull), 오크네이(Orkney), 스카이(Skye)섬을 포함한 지역으로 각 섬에는 Arran, Isle of Jura, Tobermory, Highland Park and Scapa, Talisker 증류소가 있습니다.

⑤ 캄벨타운(Campbeltown) : 한때 30개가 넘는 증류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Glen Scotia, Glengyle, Springbank의 세 증류소만 운영 중입니다.

⑥ 아일라(Islay) : 일반적으로 토탄과 해초, 약품이나 바닷물 냄새가 납니다. Ardbeg, Bowmore, Bruichladdich, Bunnahabhain, Caol Ila, Kilchoman, Lagavulin, Laphroaig의 8개 증류소가 있습니다.

 

스카치위스키의 레이블 역시 다른 주류의 레이블처럼 규정과 전통, 마케팅, 일시적인 유행에 따라 만들어지므로 한눈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언어와 규정 때문에 스카치위스키의 레이블은 대략적인 가이드에 맞춰 만듭니다. 레이블에 'Single Malt'라고 적혀있으면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라는 뜻이며 때때로 'Single Highland Malt'처럼 중간에 다른 단어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Vatted Malt', 'Pure Malt', 혹은 'Blended Malt'는 여러 증류소에서 증류한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를 섞어서 만든 스카치위스키를 말합니다. 오래전에 병에 담긴 퓨어 몰트 위스키는 때때로 싱글 몰트로 적혀있기도 합니다.

레이블을 통해서 혼합한 위스키의 원액을 생산하거나 위스키의 상표가 된 증류소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싱글 몰트 위스키에서 찾아볼 수 있죠. 어떤 싱글 몰트 위스키는 증류소 이름을 감추거나 가상의 브랜드로 판매하기도 하는데, 자신의 브랜드를 보호하려는 증류소나 생산자의 요청에 따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The Scotch Malt Whisky Society' 같은 회사가 개별적으로 병에 넣은 싱글 캐스크(Single Cask) 위스키로 증류소의 동의를 받아서 일련번호가 붙은 이름을 사용합니다. 이 숫자가 품질을 나타내진 않지만, 병에 붙은 일련의 숫자는 각 오크통에 들어간 증류액의 독특한 품질을 반영하며 뚜렷한 차이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증류소를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은 직접 조회해보는 것입니다.

대부분 국가에서 알코올 도수는 레이블에 표시합니다. 병에 담긴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는 40~46%이며 이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으면 '경제적인' 위스키이거나 품질이 낮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표시된 알코올 도수가 50% 이상이라면 마케팅 목적으로 오크통에서 숙성할 때의 알코올 도수를 표시한 것이죠. 레이블에 적는 위스키 숙성 연도는 제조할 때 사용한 보증된 위스키 원액 중에서 숙성연도가 가장 짧은 것을 표시합니다. 숙성연도 표시가 없는 위스키는 법정 최소 숙성 연도인 3년 숙성 원액을 혼합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병에 적힌 연도는 보통 증류한 연도와 위스키를 병에 담은 연도를 표시한 것입니다. 위스키는 한 번 병에 담기면 더는 숙성하지 않으므로 두 날짜 사이엔 당연히 시간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두 개의 날짜가 보이지 않고 레이블에 어떠한 숙성연도 표시도 없으면 그 위스키가 언제 병에 담겼는지 아는 방법은 없습니다.

<참고 자료> 

1.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2. 영문 위키피디아 스카치위스키 항목

3. 소믈리에 실무, 김의겸, 백산출판사

4.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