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스페인] 강한 산미가 인상적인 저렴한 데일리 와인 - Baron de Valencin Valencin Red

까브드맹 2010. 11. 7. 10:38

바론 드 발렌싱 발렌싱 레드

1. 주문자 생산 방식 와인

발렌싱 레드(Valencin Red)는 마트에서 5천 원 정도에 파는 저렴한 스페인 와인입니다. 원래 발렌싱은 프랑스에서 만들던 '바론 드 발렌싱(Baron de Valencin)'이라는 이름의 뱅 드 따블(Vin de Table)급 와인이었습니다. 수입사가 프랑스 와인 회사에 의뢰해서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와인이죠. 이름의 뜻은 '발렌싱의 남작'이며 발렌싱은 프랑스 동남부에 있는 마을 이름입니다. 하지만 와인 생산지는 랑그독 루시용(Languedoc Roussillon) 지역이었죠.

주문자 생산방식 와인은 국내에 몇 종류가 있습니다. 국산 와인으로 알려진 마주앙 중에서 국내 생산 제품은 마주앙 레드와 마주앙 스페셜, 마주앙 미사주 뿐이고, 나머지 마주앙 와인은 세계 각국의 와인 생산자에게 의뢰해서 만든 것이죠. 마주앙 메독은 프랑스 메독의 메종 시셸(Maison Sichel)사에서 만든 것이고 마주앙 모젤은 독일 모젤의 모젤란드 eG(Moselland eG)에서 만든 것이며 마주앙 라인은 독일 라인헤센의 생 미카엘(St. Michael)사에서 만든 와인입니다. 그래서 이 와인들의 병 입구에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주류에 붙는 납세 필증이 없는 것을 볼 수 있죠.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마주앙 레드는 병 입구에 납세 필증이 붙어있죠.

대한민국 국세청의 주세 납세필증
(국내에서 생산하는 마주앙 스페셜은 대한민국 국세청의 주세 납세필증이 함께 인쇄되어 있습니다)

또 롯데 아사히 주류에서 나오는 송 블루(Song Blue) 와인 시리즈도 프랑스 지네스떼(Ginestet)사에서 만든 와인에 레이블만 붙여서 수입한 것입니다.

수입사에선 바론 드 발렌싱을 6천~7천 원 정도에 꾸준히 팔다가 생산 단가가 더 낮은 스페인으로 생산 회사를 옮겼고, 이후엔 발렌싱이란 와인을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생산지가 바뀌고 이름도 살짝 달라졌지만 발렌싱은 바론 드 발렌싱과 맛이 거의 비슷해서 품질 차이가 크게 없습니다. 물론 단가가 싸진 만큼 소비자 가격도 더 내려서 판매하고 있죠. 혹시 예전에 바론 드 발렌싱의 가성비에 만족했던 분이라면 바론 드 발렌싱 대신 발렌싱을 마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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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의 맛과 향

스페인 발데페냐스(Valdepenas)의 포도로 만드는 비노 데 메사(Vino de Mesa) 등급의 와인인 발렌싱의 색은 깨끗한 다크 레드빛으로 테두리 부분은 투명하게 비쳐 보입니다. 위에서 와인을 바라보면 바닥이 보일 정도로 색이 옅습니다. 여러 종류의 포도를 섞어서 만들었지만, 마치 진한 피노 누아 같은 빛깔을 보여줍니다. 저가 와인치고는 향이 풍부하며 가벼운 딸기 향이 많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산하는 향의 양이 줄어들면서 타임(thyme)처럼 고무 냄새 비슷한 허브 향이 강해집니다

라이트 바디 와인답게 가볍고 깔끔하며 깨끗합니다. 단맛이 없고 드라이하며 산미가 상당히 강해서 약간 날카로운 느낌이 있습니다. 탄닌은 약해서 뒷부분에 살짝 떫은맛이 나는 정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날카롭던 산미가 둥글어지면서 좀 더 마시기 좋은 상태로 변하죠. 평이하고 단조로운 맛이지만, 신맛 때문에 그냥 마시기엔 좀 부담스럽죠. 하지만 음식과 함께 마신다면 꽤 다양한 음식과 어울립니다. 여운은 매우 빨리 사라지지만, 이 정도 가격의 와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향과 질감만 따져봤을 땐 가격보다 훌륭하나 산미가 강해서 신맛을 싫어한다면 꺼릴 겁니다. 산도가 살짝 약했다면 저가 데일리 와인으로 꽤 훌륭한 맛을 보여줬을 텐데 그 점이 아쉽습니다.

느끼한 맛을 가진 크림소스 파스타, 삼겹살처럼 기름기 있는 고기 요리와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닭백숙처럼 밋밋한 음식도 단조로운 느낌을 깰 수 있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2010년 11월 5일 시음했으며 개인적인 평가는 E로 맛과 향이 보잘것없는 입니다. 하지만 가격을 따져보면 D+ 정도 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