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그대의 별명은 돌쇠! - Vina Tarapaca Terroir El Tranque 2007

까브드맹 2010. 8. 26. 09:57

비냐 타라파카 떼루아 엘 뜨랑케 2007

1. 비냐 타라파카 떼루아 엘 뜨랑케(Vina Tarapaca Terroir El Tranque) 2007

칠레 센트럴 밸리 리젼의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의 포도로 만든 이 와인은 한 마디로 돌쇠 같습니다. 와인을 잔에 따르면 높은 온도가 아닌데도 후끈한 향이 퍼져 나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농익은 듯 진한 과일 향과 스파이시한 향이 가득해 처음엔 마시기 버거울 정도의 힘을 보여줍니다. 탄닌이 아주 진해 입안에 가득 차는 느낌이며, 미네랄 성분 때문인지 탄닌의 조임 때문인지 입안에서 짠맛이 느껴지죠. 뒷맛에 쓴맛이 있으며, 여운은 매우 강하면서 깁니다. 입안에서 쟁쟁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예요. 다만 아주 사정없이 강할 뿐이라 힘만 느껴질 뿐이지 우아한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레이블에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60%와 메를로(Merlot) 40%를 혼합한 이 와인은 베리류의 향과 부드러운 타닌이 조화를 이룬다."라고 해서 베리류의 향이 난다고만 적혀 있어서 마시기 편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베리류의 향에 오크 숙성으로 인한 농후한 나무 향과 향신료 향이 강하게 퍼져 나와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상당히 마시기 어려울 겁니다. 개봉 후 20분까지는 향이 다 열리기 전이라 생나무 줄기의 풋내가 제법 많이 납니다. 20분이 넘어가면 가볍고 부드러워지는데, 이 정도가 되어야 마시기 괜찮은 상태가 됩니다. 아직 짠맛이 약간 느껴지지만, 수월하게 넘어가면서 메를로의 부드러움이 슬슬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2시간이 넘어가면 마시기엔 더욱 편하지만, 맛과 향에서 슬슬 힘이 빠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반응형

 

2. 와인의 맛과 향

굉장히 농축된 듯한 맛과 향을 가졌지만 단순한 스타일이라서 특별한 느낌은 들지 못합니다. 그냥 “강하다”라는 느낌만 떠오를 뿐이죠. 엄청난 힘을 가졌지만, 세련되지 못하고 지구력도 그리 길지 않은 와인입니다. 돌쇠라 불러도 좋을 만하군요. 그러나 2만 원대 후반에서 이렇게 터프한 모습을 보여주는 와인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으니 강인하고 터프한 와인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선택해 볼 만합니다. 함께 먹을 음식도 직화로 구운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처럼 풍미가 강한 고기 요리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