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역사] 맥주의 탄생과 수메르의 맥주

까브드맹 2024. 1. 24. 09:00

맥주 양조법이 기록된 닌카시 점토판
(맥주 양조법이 기록된 닌카시 점토판입니다)

1. 원시 시대의 맥주

기원전 7000년 경에 에티오피아 고지대와 남동 아시아에서 시작된 보리 재배는 기원전 5000년 경에 이집트로 퍼졌습니다. 기원전 3500년 경에는 메소포타미아로, 기원전 3000년 경에는 유럽 북서부로, BC 2,000년 경에는 중국까지 전파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맥주는 인류가 보리를 재배하기 전에 탄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9월 16일 자 과학기술 정보지 ‘사이언스 얼러트(Science Alert)’는 약 1만 3700년 전에 있었던 맥주공장(brewery) 유적을 발굴했다는 ‘예루살렘 포스트’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유적지가 있는 곳은 이스라엘 북부 지중해 연안의 카멜 산 라케페트 동굴(Rakefet Cave)로 발굴팀은 중석기 시대에 조성된 무덤을 발굴하던 중 3개의 돌절구(stone mortars)를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분석을 통해 돌절구에 담긴 으깨진 보리와 밀이 발효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성분이 오래도록 보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팔레스타인에 살았던 반유목의 수렵, 어로인들이 사용한 3개의 돌절구에서 1만 3700~1만 1700년 전에 곡물로 맥주를 양조한 흔적을 발견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중석기 시대 원시 공동체를 유지하는 장례의식이나 축제 등 중요한 의례를 진행할 때 맛있는 맥주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였다고 추정하며, 채취한 곡물로 맥주를 만들어 마셨다고 분석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스탠퍼드 대학의 리 류(Li Liu) 박사는 “알코올 주조는 인류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기술혁신 가운데 하나로 고대문화의 기원을 밝히고 이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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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메르의 맥주

고대 수메르의 유적에선 일꾼들이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주점에 모여 맥주를 한 잔 했다는 기록과 맥주 양조법이 적힌 점토판이 발굴되었습니다. 아래는 발굴된 다양한 맥주 양조법 중 하나입니다.

You are the one who handles the dough with a big shovel,
Mixing in a pit, the bappir. with sweet aromatics,
Ninkasi, you are the one who handles the dough with a big shovel,
Mixing in a pit, the bappir with honey,
You are the one who bakes the bappir in the big oven,
Puts in order the piles of hulled grains,
Ninkasi, you are the one who waters the malt set on the ground,
The noble dogs keep away even the potentates,
You are the one who soaks the malt in a jar,
The waves rise, the waves fall.
You are the one who spreads the cooked mash on large reed mats,
Coolness overcomes,
You are the one who holds with both hands the great sweet wort,
The filtering vat, which makes a pleasant sound,
You place appropriately on a large collector vat.
Ninkasi, you are the one who pours out the filtered beer of the collector vat,
Like the onrush of Tigris and Euphrates…
너는 큰 삽으로 밀가루 반죽을 섞는 사람이다.
달콤한 향과 함께 구덩이에 바피르(수메르에서 만들던 빵)를 섞어라.
닌카시(고대 수메르의 여신), 너는 큰 삽으로 밀가루 반죽을 섞는 사람이다.
꿀과 함께 구덩이에 바피르를 섞어라.
너는 큰 오븐에서 바피르를 굽는 사람이다.
껍질을 벗긴 곡물 더미를 정리해라.
닌카시, 당신은 땅에 놓인 맥아에 물을 주는 사람이다.
고귀한 개들은 심지어 권력자도 멀리한다.
너는 맥아를 항아리에 담그는 사람이다.
파도가 일어나고 파도가 가라앉는다.
너는 조리된 매쉬(빻은 맥아를 따끈한 물과 섞은 죽)를 커다란 갈대 돗자리에 펴놓은 사람이다.
시원함이 이겨낸다.
너는 두 손으로 아주 달콤한 맥아즙을 쥐고 있는 사람이다.
즐거운 소리를 내는 거름 통.
너는 (맥주를) 모으는 커다란 통에 적당히 담는다.
닌카시, 너는 (맥주를) 모은 통의 여과된 맥주를 붓는 사람이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의 세찬 흐름처럼...

 

 

3. 수메르 맥주의 형태

수메르의 맥주는 오늘날의 맑은 라거 맥주(Lager beer)와 많이 달랐습니다. 수메르인을 비롯한 메소포타미아의 주민들은 크지 않은 항아리에 보리빵을 부숴서 물과 함께 풀거나 보리죽을 쑤어서 넣은 다음 차가운 곳에서 자연 발효하여 맥주를 만들었죠. 그래서 불순물이 많고 죽처럼 걸쭉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이나 이집트 문명의 벽화를 보면 맥주 통에 거름망을 단 갈대나 금속이나 목재로 만들어진 구부러진 빨대를 꽂아서 걸러진 맥주를 빨아 마시는 모습이 나옵니다. 실제 사용되었던 맥주용 빨대 유물도 출토되었죠. 마시기엔 불편했지만 당시의 맥주는 효소로 분해된 각종 비타민과 아미노산이 풍부해서 한 끼 식사의 대용으로 충분했다고 합니다. 마치 오늘날의 막걸리와 비슷한데 불순물이 더 많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맥주를 만들었겠지만, 당시에 이미 전문적으로 맥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술집이 있었습니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삼삼오오 모여 한 잔 맥주에 피로를 씻는 오늘날과 비슷한 풍경이 아주 오랜 옛날에도 연출되었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