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독일] 풍부한 과일 향과 산뜻하고 싱그러운 신맛 - Tesco Finest Steillage Riesling 2011

까브드맹 2021. 4. 19. 12:00

Tesco Finest Steillage Riesling 2011

테스코(Tesco)의 파이니스트 슈타일라게 리슬링(Finest Steillage Riesling) 2011은 독일 모젤(Mosel)강 유역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리슬링(Riesling) 포도로 만든 QbA 등급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1. 테스코

영국의 체슌트(Cheshunt)에 본사를 둔 테스코는 국제적인 식료품과 잡화 소매점입니다. 영업이익으로 전 세계 3위이며, 순수익으로는 월-마트 다음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하는 초대형 소매 체인점이죠. 영국에선 전체 식료품 시장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해외 14개국에 진출했으며 말레이시아와 아일랜드, 타이 식료품 시장에서는 최고의 자리에 있죠.

테스코는 "Finest"라는 주문자 생산방식(OEM)의 와인을 판매합니다. 테스코의 유통망으로 대량 판매가 가능해서 다른 와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품질 좋은 와인이 많죠. 국내에선 홈플러스에서 파이니스트 와인을 취급했지만, 테스코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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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지

모젤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생산지입니다. 독일-프랑스 국경과 라인강 사이에 있으며, 포도밭은 약 250km의 모젤강을 따라 형성된 계곡과 모젤강의 두 지류인 자르강과 루버강 주변에 있습니다. 세 강은 라인의 점판암 산맥에 깊숙이 묻힌 형태로 흘러서 지리적, 기후적으로 와인 생산에 좋은 조건을 갖췄습니다.

모젤 계곡의 포도밭은 여러 조건으로 보호되어 독일에서 가장 따뜻한 포도 생산지에 들어갑니다. 모젤의 강물이 온기를 저장해서 차가운 서리를 막아주고 기온 변화도 적습니다. 겨울은 적당히 춥고 여름은 알맞게 더워서 연평균 기온은 약 10도 안팎이죠. 강수량도 충분합니다. 북위 50도 부근의 적절한 기후는 4월부터 10월까지 아주 긴 성숙기간을 제공하고 심지어 11월까지도 포도가 익을 수 있습니다.

19세기부터 시작된 과일 향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에 대한 높은 수요는 이 지역에 황금기를 가져다주었습니다. 1950년대 말 약 5,000헥타르의 경작 면적은 1990년대 초에 12,300헥타르로 늘어났고, 리슬링 외에 다른 품종도 많이 심어졌습니다. 현재는 약 5,000명의 생산자가 9,000헥타르가량의 면적을 경작하며, 독일의 13개 생산지 중 다섯 번째로 큽니다.

 

 

3. 와인 양조

테스코의 파이니스트 슈타일라게 리슬링 2011은 모젤 지역에서 수확한 리슬링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슈타일라게는 급경사라는 뜻이며 등급은 콸리테츠바인 베슈팀터 안바우게비트(Qualitatswein bestimmter Anbaugebiete), 줄여서 QbA입니다. QbA는 13개 주요 산지 중 한 곳에서 법으로 재배를 허가한 포도로 만드는 고급 와인입니다. 지역의 특성과 전통적인 맛을 보증할 수 있어야 하므로 다른 생산지의 포도나 와인을 섞는 일은 금지하고, 레이블에 반드시 지역명과 스타일을 표기해야 하죠.

QbA 와인은 숙성기간이 비교적 짧고, 애초에 숙성이 덜 되어도 식사와 함께 마실 수 있는 전통적인 스타일로 만드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과일 향을 화사하게 풍기면서 가볍고 상쾌하죠. 이 와인도 그렇습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연한 노란색에 살짝 연둣빛이 돕니다. 레몬에 풍부한 노란 사과와 서양배, 살짝 익은 파인애플 향이 나오고 돌 냄새와 쇠 냄새도 약간 있습니다. 점차 연하고 싱그러운 풀잎 향이 올라옵니다.

미디엄 바디에 깨끗한 느낌이지만, 뒷맛은 조금 개운치 않습니다. 구조도 허술한 구석이 있습니다. 살짝 단맛이 돌고 산뜻하며 싱그러운 산미가 인상적입니다. 사과에 배를 섞은 듯한 풍미가 좋고 레몬과 파인애플 풍미도 조금 섞여있습니다. 잠시 뒤엔 미네랄과 식물성 풍미도 슬슬 나타납니다. 아주 깨끗하진 않고 약간 잡맛이 섞여 들어간 맛이지만 가격을 생각할 때 괜찮은 품질입니다. 여운은 제법 길지만, 입에 남는 풍미는 조금 잡스럽고 깔끔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데일리 와인 수준이로군요.

 

 

산뜻한 산미는 좋지만 단맛에 정돈된 느낌이 부족하며, 구조를 지탱해줘야 할 11%의 알코올과 기타 추출물의 품질도 조금 부족합니다. 그래서 향은 좋지만 맛은 조금 조잡한 느낌이 드네요.

마주앙 말고 저렴한 모젤 와인을 경험해 보고 싶거나, 드라이하고 알코올 도수 높은 화이트 와인이 싫은 분께 추천합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각종 샐러드, 신선한 해산물, 비빔밥, 생선초밥, 닭갈비, 닭고기 볶음, 중국식 닭요리, 향신료를 사용한 동남아 음식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3년 8월 24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