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토 필부아 뀌베 트라디숑(Château Pillebois Cuvée Tradition) 2016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까스티용 꼬뜨 드 보르도(Castillon Côtes de Bordeaux) AOC에서 재배한 메를로(Merlot)와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까스티용 꼬뜨 드 보르도 AOC에 속하지만 쌩-테밀리옹(St-Émilion) AOC 경계선 바로 바깥에 있는 샤토 필부아는 떼루아를 반영한 대담한 레드 와인을 생산합니다. 까스티용 꼬뜨 드 보르도 AOC는 국내 와인 애호가들에겐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메를로 100%로 만들며 국내에서도 유명한 비뇨블 장마리 까리유(Vignobles Jean-Marie Carrille)의 "뿌삐유(Poupille)"가 나오는 지역입니다.
샤토 필부아에서는 환경과 떼루아, 사람을 존중하면서 최대한 자연적으로 포도를 재배합니다. 생물 다양성의 보존에도 전념하고 있죠. 포도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토양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샤토 필부아에서는 물리적으로 잡초를 뽑지 제초제 같은 화학적인 방법으로 제거하지 않습니다. 인공적인 방법은 쓰지 않고 일 년 내내 포도나무의 특성에 맞춘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하죠.
샤토 필부아의 철학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가능한 한 가까운 것입니다. 그래서 포도밭을 만들 때 내린 첫 번째 결정이 똑같이 "떼루아의 품질과 발전을 추구"하려는 비전을 가진 노련한 농장 관리자에게 의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샤토 필부아의 포도밭을 관리하는 다미엔 멘자토(Damien Memzato)는 포도 질병에 관한 전문 지식과 농업 경제학, 지속 가능한 포도 재배법에 대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미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여러 나라와 보르도의 여러 샤토에서 일했었죠. 그래서 포도밭 관리에 관한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비록 AOC는 다르지만, 언덕 기슭에 자리잡은 샤토 필부아의 떼루아는 쌩-테밀리옹 AOC와 지질학적으로 연속되어 있습니다. 토양은 자갈과 이산화규소로 이뤄져 있고 진흙과 큰 돌이 군데군데 섞여있죠. 이런 곳에선 포도가 빠르게 잘 익습니다. 더 깊은 곳에는 자갈층과 철분을 함유한 사암도 깔려 있습니다.
2. 와인 양조
샤토 필부아에서는 뀌베 트라디숑과 뀌베 비에이 비뉴(Cuvée Vieilles Vignes)를 생산합니다. 평균 수령 30년의 어린 포도나무에서 자란 포도로 뀌베 트라디숑을, 수령 35년 이상의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자란 포도로는 뀌베 비에이 비뉴를 만들죠.
샤토 필부아 뀌베 트라디숑 2016은 메를로와 까베르네 소비뇽 비율이 9:1이었지만, 2018 빈티지는 7:3입니다. 아마 까베르네 소비뇽의 성장과 포도 상태에 따라 비율을 조정한 것 같습니다.
잘 익고 상태가 좋은 포도를 으깬 후 내부에 수지를 바른 콘크리트 발효조에서 약 26℃의 온도로 3주간 알코올 발효했습니다. 발효 후 숙성도 콘크리트 탱크에서 했죠. 숙성이 끝나면 찌꺼기를 가볍게 거른 다음 병에 담았습니다. 양조 과정에서 카제인(caseine)이나 달걀흰자 같은 동물성 성분은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채식주의자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중간 농도로 아직은 퍼플 빛이 돕니다. 서양 자두와 블랙체리 같은 검은 과일 향과 우아한 나무 향이 나옵니다. 이어서 흑연과 고소한 견과류, 붉은 꽃의 향이 퍼지며, 조금 달콤한 향신료와 후추 향도 올라오네요. 시간이 지나면 검은 과일 향이 터지고 팬지 같은 꽃 향도 나옵니다.
탄탄하면서 떫고 메마른 탄닌 기운이 강합니다. 구조는 짜임새 있고 나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탄닌의 떫은맛이 줄어들고 부드러워지며, 구조는 두터워집니다.
드라이하면서 덜 익은 자두나 붉은 베리 같은 과일의 산미가 강렬합니다. 잡맛 없이 깔끔한 나무 풍미에 검붉은 베리의 달콤한 풍미가 살짝 더해진 맛입니다. 그을린 나무와 우아한 오크 풍미는 강렬한 알코올 기운과 함께 후끈한 느낌을 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볼륨감이 점점 좋아지고 과일 풍미는 두드러집니다. 긴 여운 속에선 나무와 흑연의 풍미가 입에 남습니다.
처음엔 메마른 느낌이 강하지만, 점점 과일 풍미가 살아나면서 탄닌과 신맛이 균형과 조화를 이룹니다. 13%의 알코올은 강렬한 느낌을 주다가 점점 온화하게 바뀝니다.
빈티지에서 3~5년 정도면 충분히 숙성합니다. 18℃ 정도로 마시는 것이 좋고 어릴 때 마셔도 좋습니다.
어울리는 음식은 소고기와 양고기, 돼지고기 구이, 바비큐, 구운 채소, 샤쿠테리(charcuterie) 같은 차가운 가공 육류, 숙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7월 16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