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산딸기와 사과, 잘 익은 체리가 생각나는 짜릿한 산미 - Speri Valpolicella Ripasso Classico Superiore 2015

까브드맹 2020. 3. 26. 15:30

Speri Valpolicella Ripasso Classico Superiore 2015

스페리 비티콜토리(Speri Viticoltori)의 스페리 발폴리첼라 리파쏘 끌라시코 수페리오레(Speri Valpolicella Ripasso Classico Superiore) 2015는 이탈리아 북동부의 베네토(Veneto)주에 있는 발폴리첼라 DOC에서 재배한 꼬르비나(Corvina) 포도 70%에 론디넬라(Rondinella) 20%와 몰리나라(Molinara) & 기타 토착 품종 10%를 넣어서 만든 DOC 끌라시코 수페리오레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1874년 카를로 스페리(Carlo Speri)가 베네토 주의 발폴리첼라 지역에서 포도나무와 각종 농작물을 재배하며 시작한 스페리 비티콜토리는 오랫동안 와인을 생산해 왔습니다. 발폴리첼라에서 150년 가까운 긴 세월 동안 7대에 걸쳐 와인을 만들어왔고, 지금도 스페리 가문의 8명이 3대에 걸쳐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죠.

설립자인 카를로가 사망한 후 베네테토(Benedetto)가 물려받았고, 베네데토의 아들인 산테(Sante)는 1933년에 푸마네(Fumane)에 있는 몬테 산뚜르바노(Monte Sant'Urbano) 포도밭을 구매했습니다. 몬테 싼뚜르바노는 라 로베리나(La Roverina), 라 로지아(La Roggia) 포도밭과 함께 오늘날 발폴리첼라 끌라시코에서 가장 뛰어난 크뤼(Cru) 밭으로 인정받는 곳이죠. 해발 280~350m의 언덕에 펼쳐진 19헥타르의 포도밭은 햇볕에 잘 노출되며 화산재, 백악, 점토질 토양으로 이루어져서 올드 바인(Old Vine)에 좋은 영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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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리가 소유한 포도밭은 몬테 싼뚜르바노를 포함해서 총 60헥타르이며 모두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구역에 있습니다. 해발 120~350m 높이의 포도밭들은 일교차가 커서 당분과 산미가 가득한 포도를 맺게 해 주죠. 이곳의 대표적인 품종인 꼬르비나, 론디넬라, 몰리나라 뿐만 아니라 꼬르비노네(Corvinone), 오셀레타(Oseleta), 로싸넬라(Rossanella), 페라라(Pelara), 까브로시나(Cabrosina)처럼 잘 안 알려진 토착 품종도 재배합니다. 다른 와이너리 중에는 주변 농부들이 재배한 포도를 사 와서 와인을 만드는 곳도 있지만, 스페리는 오로지 자기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만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죠.

스페리는 1958년에 "Amarone"라는 종류의 와인을 만든 최초의 와이너리 중 하나입니다. 1974년에 선보인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비네토 몬테 싼뚜르바노(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 Vigneto Monte Sant'Urbano)는 발폴리첼라 지역 최초의 크뤼 와인입니다. 당시엔 크뤼 분류가 생소한 개념이었기에 스페리는 선구적인 역할을 한 셈이죠.

이외에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수페리오레 산뚜르바노(Valpolicella Classico Superiore Sant'Urbano),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라 로지아(Recioto della Valpolicella Classico La Roggia) 같은 포도밭 이름이 붙은 최고의 와인들을 만듭니다.

스페리는 2001년에 HACCP 인증과 ISO 9001-2000 인증을 받았고, 2004년부터 유기농법을 시작해서 2015년에 모든 와인들이 유기농 인증을 받았습니다. 또한 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죠. 현재 발폴리첼라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유기농 와이너리로 인정받습니다.

 

 

2. 와인 양조

스페리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모두 5종입니다.

① 발폴리첼라 끌라시코(Valpolicella Classico)

② 발폴리첼라 리파쏘 끌라시코 수페리오레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수페리오레 산뚜르바노

④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비네토 몬테 산뚜르바노

⑤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라 로지아

이중 발폴리첼라 리파쏘 끌라시코 수페리오레는 손으로 딴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넣어서 20~24℃의 온도로 8일간 알코올 발효하면서 색소와 탄닌을 뽑아냈고, 다시 9일간 15~18℃의 온도로 색소와 탄닌을 추가로 뽑아냈습니다. 그 후 2,000ℓ 크기의 슬로베니아산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한 후 병에 담아 다시 6개월 동안 안정시켰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Speri Valpolicella Ripasso Classico Superiore 2015의 색

중간보다 조금 더 연한 루비색입니다. 서양 자두와 체리, 산딸기, 블루 베리 등등 다양한 베리 종류의 과일 향이 폭탄처럼 뿜어져 나옵니다. 여기에 시원한 박하와 향신료, 구수한 흙이 있고 은은한 나무와 향긋하게 태운 나무, 고소하게 그을린 콩 같은 향도 풍기네요. 나중엔 제비꽃 향도 흘러나옵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으면서 발랄하고 싱그럽습니다. 탄닌은 매우 매끄럽고 구조는 경쾌합니다. 달지 않으며 산딸기와 사과, 잘 익은 체리가 생각나는 짜릿한 산미가 예술입니다. 강도도 강하고 양도 풍부하네요. 기분 좋은 쓴맛이 아주 살짝 있고, 검붉은 베리류 과일의 단맛과 산미가 침샘을 자극합니다. 체리와 산딸기 풍미에 태운 나무와 구수한 흙, 향신료 등의 풍미가 함께 합니다. 알코올은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경쾌한 힘을 보여줍니다. 여운은 꽤 깁니다. 검붉은 베리류의 향과 산미가 아주 길게 이어지고, 태운 나무의 기분 좋은 쓴 맛이 바닥에 깔립니다.

 

 

매끄럽고 탱탱하게 익은 탄닌과 아주 새콤하고 짜릿한 산미, 13.5%이면서 경쾌하고 발랄한 알코올이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마셨을 때 입안을 휘돌며 감싸는 맛과 향이 일품인 와인으로 피노 누아 와인을 좋아한다면 한 번 맛보세요. 비슷하면서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고기와 치즈로 토핑 한 피자, 올리브 오일을 곁들인 바게트와 치아바타, 참 크래커, 각종 파스타, 닭고기구이, 돈가스, 제육볶음, 삼계탕과 닭곰탕 등입니다.

2015 빈티지는 와인 인슈지에스트(Wine Enthusiast) 90점,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91점,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 잔 2개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3월 25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