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계속 탐구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아름답고 요염한 와인 - Speri Valpolicella Classico Superiore Sant'Urbano 2015

까브드맹 2020. 3. 27. 10:02

Speri Valpolicella Classico Superiore Sant'Urbano 2015

스페리 비티콜토리(Speri Viticoltori)의 스페리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수페리오레 산뚜르바노(Speri Valpolicella Classico Superiore Sant'Urbano) 2015는 이탈리아 동북부의 베네토(Veneto)주에 있는 발폴리첼라(Valpolicella) DOC에서 꼬르비나(Corvina)와 꼬르비노네(Corvinone) 75%, 론디넬라(Rondinella) 20%, 몰리나라(Molinara) 5%를 넣어서 만든 DOC 끌라시코 수페리오레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지

이탈리아 북동부의 가르다(Garda) 호수 동쪽에는 베네토주가 있습니다. 베네토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가 베로나(Verona)이며 발폴리첼라는 베로나시 북쪽에 있는 큰 마을이자 이 마을에서 생산하는 레드 와인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꼬르비나 베로네제(Corvina Veronese)와 론디넬라, 몰리나라 등의 포도를 사용해서 만드는 레드 와인인 발폴리첼라는 과일 향이 풍부하면서 신맛이 아주 강하죠.

발폴리첼라마을의와인생산지중에서오래전부터와인을생산해오던전통생산지역을발폴리첼라끌라시코라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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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자

1874년 카를로 스페리(Carlo Speri)가 설립한 스페리 비티콜토리는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지역에서 포도나무와 각종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15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와인을 생산해 왔습니다.

설립자인 카를로가 사망한 후 독자인 베네테토(Benedetto)가 스페리를 물려받았습니다. 베네데토의 아들인 산테(Sante)는 1933년에 푸마네(Fumane)에 있는 몬테 산뚜르바노(Monte Sant'Urbano) 포도밭을 구매했는데, 몬테 싼뚜르바노는 라 로베리나(La Roverina), 라 로지아(La Roggia) 포도밭과 함께 오늘날 발폴리첼라 끌라시코에서 가장 뛰어난 크뤼(Cru) 밭으로 인정받는 곳입니다.

해발 280~350m의 언덕 위에 19헥타르의 넓이로 펼쳐져 있는 산뚜르바노는 토양이 화산재와 백악, 점토질로 이루어졌으며, 햇볕에 잘 노출됩니다. 그래서 올드 바인(Old Vine)에 좋은 영향을 주죠. 스페리는 이 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1974년에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비네토 몬테 싼뚜르바노(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 Vigneto Monte Sant'Urbano)를 선보였습니다. 이 와인은 발폴리첼라 지역 최초의 크뤼 와인으로 당시엔 크뤼 분류가 생소한 개념이었기에 스페리는 선구적인 역할을 한 셈이죠.

 

 

스페리가 소유한 포도밭은 몬테 싼뚜르바노를 포함해서 총 60헥타르이며 모두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구역에 있습니다. 해발 120~350m 높이의 포도밭들은 일교차가 커서 당분과 산미가 가득한 포도를 맺게 해 주죠. 이곳의 대표적인 품종인 꼬르비나, 론디넬라, 몰리나라 뿐만 아니라 꼬르비노네(Corvinone), 오셀레타(Oseleta), 로싸넬라(Rossanella), 페라라(Pelara), 까브로시나(Cabrosina)처럼 잘 안 알려진 토착 품종도 재배합니다. 다른 와이너리 중에는 주변 농부들이 재배한 포도를 사 와서 와인을 만드는 곳도 있지만, 스페리는 오로지 자기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만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죠.

1958년에 "Amarone"라는 이름의 와인을 만든 최초의 와이너리 중 하나인 스페리에서는 아래와 같은 와인들을 만듭니다.

① 발폴리첼라 끌라시코(Valpolicella Classico)

발폴리첼라 리파쏘 끌라시코 수페리오레(Valpolicella Ripasso Classico Superiore)

③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수페리오레 산뚜르바노

④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비네토 몬테 산뚜르바노

⑤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라 로지아(Recioto della Valpolicella Classico La Roggia)

 

 

3. 와인 양조

스페리는 2001년에 HACCP 인증과 ISO 9001-2000 인증을 받았고, 2004년부터 유기농법을 시작해서 2015년에 모든 와인들이 유기농 인증을 받았습니다. 또한 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죠. 현재 발폴리첼라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유기농 와이너리로 인정받습니다.

발폴리첼라 끌라시코 수페리오레 산뚜르바노 2015는 몬테 산뚜르바노 포도밭에서 재배한 꼬르비나와 꼬르비노네, 론디넬라, 몰리나라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포도를 손으로 딴 후 25~30일가량 그늘진 곳에서 말렸습니다. 11월이 되었을 때 줄기를 제거하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넣고 알코올 발효했습니다. 그 후 500ℓ 크기의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24개월간 숙성했고, 병에 담은 후 6개월간 안정시켰습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Speri Valpolicella Classico Superiore Sant'Urbano 2015의 색

중간보다 조금 연한 매혹적인 루비색입니다. 서양 자두와 블랙체리, 검은 산딸기 등의 검은 베리류 과일 향에 그윽한 나무와 향긋하게 태운 나무, 구수한 흙, 시원한 박하 등의 향이 나옵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게가 느껴집니다. 여기에 우아한 동물성 향과 제비꽃, 고소한 견과류 등이 이어집니다.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잘 짜인 구조를 가졌습니다. 발폴리첼라 리파쏘 끌라시코 수페리오레(Valpolicella Ripasso Classico Superiore) 보다 우아하고 세련되면서 무게가 느껴집니다. 달지 않지만, 검붉은 과일의 달콤한 풍미가 살짝 단 느낌을 줍니다. 풍성하면서 깊이 있고 맛있는 산미가 침샘과 위장을 자극하네요.

검붉은 산딸기와 레드 커런트, 체리 등의 다양한 과일 풍미가 다소 무거우면서 매우 아름답고 요염하게 다가옵니다. 더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힘이 다양한 풍미와 어울려 계속 이 와인을 탐구하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시원한 박하와 잘 그을린 나무 풍미가 조금 있고, 관능적이면서 향긋한 동물성 풍미와 향신료 풍미가 매력적입니다. 마신 후엔 검붉은 베리류 과일의 산미와 풍미가 길게 길게 이어집니다. 살짝 태운 나무 느낌도 남습니다.

 

 

잘 익어서 탄력적이고 우아한 탄닌과 짜릿하고 무게 있는 풍성한 산미, 조금 묵직하면서 세련된 알코올이 훌륭한 조화와 균형을 이룹니다. 검붉은 베리류 과일의 풍미가 주로 나오지만, 박하와 향신료, 동물, 흙 등등의 다양한 풍미가 와인에 복합적인 맛과 향을 더해주는 뛰어난 와인입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고기 구이, 미트소스 파스타와 피자, 제육볶음, 숙성 치즈 등입니다.

2015 빈티지는 디캔터(Decanter) 93점,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92점,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 붉은 잔 2개,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 91점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3월 25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