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르루(Benjamin Leroux)의 모레-생-드니(Morey-Saint-Denis) 2013은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의 꼬뜨 드 뉘(Côtes de Nuits)에 있는 모레-생-드니(Morey-Saint-Denis) AOC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로 만든 마을(communales)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최근 부르고뉴에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별이 여러 명 떠오르고 있습니다. 벤자민 르루도 그중 한 명입니다.
벤자민 르루는 13세에 본(Beaune)에 있는 본 양조 전문고(Lycee Viticole de Beaune)에서 공부했고, 디죵대학교에서 양조 학위를 받았습니다. 졸업 후 뽀마르(Pommard) 마을의 대표 포도밭이며 모노폴(monopole)인 끌로 데 제프노(Clos des Épeneaux)를 소유한 도멘 꽁뜨 아르망(Domaine Comte Armand)에서 수습생으로 일했죠. 그러다가 1999년에 도멘의 공동 오너이면서 와인 메이커인 파스칼 마르샹(Pascal Marchand)에게 후계자로 낙점받아 불과 만 23세의 나이로 도멘의 와인 메이커가 되었습니다. 그 후 8년 동안 벤자민 르루는 도멘 꽁뜨 아르망의 와인 생산을 지휘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죠.
벤자민 르루가 새로운 책임자가 되었을 때, 그가 도멘 꽁뜨 아르망을 잘 이끌어 갈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전임자였던 파스칼 마르샹에 이어 도멘 꽁뜨 아르망의 명성을 최고로 높이는 데 성공하자 파리에 거주하던 도멘 꽁뜨 아르망의 또 다른 소유주인 아르망 백작은 2007년에 벤자민 르루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새로운 네고시앙 와인을 만드는 것을 허락합니다.
벤자민 르루는 2007년에 "Sarl Leroux Laing"를 설립한 후 도미니끄 라퐁(Dominique Lafon)의 양조장을 함께 쓰면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점점 다양한 지역의 와인을 만들게 되면서 2013년에 완전히 독립해 지금은 단독 양조장에서 부르고뉴 60개 AOC의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죠.
벤자민 르루는 뫼르소(Meursault)와 볼네(Volnay) 마을에 포도밭을 갖고 있으며 주력 와인도 이곳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와인 역시 허투루 만들지 않죠. 다른 네고시앙처럼 레드와 화이트 와인 주스를 사 오지 않고 포도송이 채로 가져와 양조하기에 와인 품질이 뛰어납니다. 또한 떼루아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떼루아와 농부를 선택하고,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만 선별해서 양조하죠. 생산량도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벤자민 르루의 와인은 표현력이 뛰어나며 절제된 과일 맛과 산도의 조화로운 균형, 깊은 밀도를 가졌다고 평가받습니다.
벤자민 르루는 와인에 관한 지식과 떼루아의 특성에 관한 지식이 매우 깊을 뿐만 아니라 전통 양조 방식과 현대 기술, 바이오다이내믹 농법 등을 가장 유연하게 사용하는 양조 마스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의 수많은 와인 전문가들은 그가 앙리 자이에(Henri Jayer)의 뒤를 이을 가장 뛰어난 부르고뉴 생산자 중 한 명이라고 극찬합니다.
2. 와인 생산지
부르고뉴 꼬뜨 드 뉘 지역에 있는 모레-생-드니는 쥬브레-샹베르땅(Gevrey-Chambertin)과 샹볼-뮈지니(Chambolle-Musigny) 사이에 있는 마을입니다. 와인 생산량의 96%가 레드 와인일 만큼 레드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죠.
<부르고뉴 와인>이란 책에선 모레 생-드니 와인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샹볼의 감미로움과 섬세함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쥬브레-샹베르땅의 힘과 단단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모레가 가운데에 있고 샹볼과 쥬브레-샹베르땅이 양 옆에 이웃해 있다). 색이 진한 편이고 검붉은 작은 열매(야생 버찌, 까시스) 향을 내뿜는다. 크뤼 등급의 와인들은 좀 더 복잡한 향이 난다. 아로마는 오크향, 향신료 또는 동물 향 느낌이 어우러져 더욱 풍부하게 느껴진다. 단단한 와인 구조는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맛과 긴 여운을 준다."
벤자민 르루의 모레-생-드니 2013에서도 이런 특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중앙은 조금 연한 루비색이며 테두리는 살짝 가넷 빛이 돕니다. 나무 새순의 매콤하고 풋풋한 향과 향신료, 버섯, 이끼 등의 향이 나오고 연한 체리 향과 시원한 박하 향도 올라옵니다. 잠시 뒤엔 속살이 하얀 나무와 시원한 한약재 향을 풍깁니다.
코르크를 딴 후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마셔도 좋을 만큼 탄닌이 부드럽습니다. 섬세한 구조는 여성적인 느낌을 주네요. 드라이하고 덜 익은 레드 체리와 딸기 같은 산미가 가득하네요. 나무 새순의 풋풋하고 매콤한 풍미와 산딸기와 크랜베리, 레드 체리 같은 붉은 과일 풍미가 은근한 힘과 어울리며 순간 빨간 머리 여전사 같은 느낌을 줬습니다. 여운에선 붉은 과일 풍미가 주로 남고 흰 채소의 느낌도 살짝 나옵니다.
부드러운 탄닌과 붉은 과일의 산미, 13%의 알코올이 균형을 이룹니다. 나무 새순과 향신료, 붉은 과일 등의 풍미는 모레-생-드니 와인의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은 섬세하게 조리한 소고기 스테이크와 로스트비프, 뵈프 부르기뇽(Boeuf Bourguignon) 같은 고기찜, 갈비찜, 버섯을 넣은 소고기 요리, 소고기 크림 리소토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3월 11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