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메독 와인에서 뽀므롤의 느낌을 받다 - Les Charmes Dompierre 2015

까브드맹 2019. 11. 7. 12:41

Les Charmes Dompierre 2015

레 샤름 돔피에르(Les Charmes Dompierre) 2015는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메독(Medoc) AOC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와인 중에는 떼루아나 사용한 포도의 특성을 벗어나 뜻밖의 맛과 향을 보여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나중에 생산지를 알게 되었을 때 깜짝 놀라곤 하죠. 이번에 마신 레 샤름 돔피에르 2015도 그런 와인이었습니다. 블라인드로 마셨다면 메를로가 많이 들어간 뽀므롤(Pomerol)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었죠.

와인 생산자인 미셸 아롤디(Michel Aroldi)는 1959년에 보르도 우안의 중심 도시인 리부른(Libourne)에서 태어나 도르도뉴(Dordogne)강과 가론(Garonne)강 사이에 있는 소브떼르 드 기옌(Sauveterre de Guyenne)에서 자랐죠. 보르도의 농부로서 성장한 미셸 아롤디는 떼루아와 생태계를 중요시하며, 자연과 생물학적인 조건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그의 안목은 프롱삭(Fronsac)의 샤토 플랭-포앙(Château Plain-Point)과 뽀이약(Pauillac)의 샤토 돔피에르(Château Dompierre)를 선택하게 했고, 메독에서 레 샤름 돔피에르를 만들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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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양조

보르도 좌안인 메독 와인인 레 샤름 돔피에르는 좌안에서 잘 자라는 까베르네 소비뇽이 85%나 들어갔습니다. 메를로는 15%이죠. 그런데도 매우 부드럽습니다. 2015 빈티지라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또한 향도 과일 중심으로 변화무쌍합니다. 마치 메를로를 많이 사용한 보르도 우안의 와인들 같습니다. 무엇보다 과일 느낌이 가득한 향과 맛이 아주 좋습니다.

포도 줄기를 전부 제거한 다음 으깬 포도를 나무통에 넣고 5주에 걸쳐서 천천히 발효했습니다. 알코올 발효가 끝난 와인을 짤 때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공기 압력 프레스를 썼는데 와인의 탄닌이 부드럽고 섬세한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오크통에 넣고 12개월간 숙성한 후 필터로 여과하지 않고 병에 담았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Les Charmes Dompierre 2015의 색

제법 진한 루비색입니다. 처음엔 블랙커런트와 프룬(prune) 같은 검은 과일과 그윽한 나무 향이 나옵니다. 이윽고 블랙 체리와 향긋한 흙, 동물성 향을 풍기죠. 잠시 뒤엔 흙냄새가 비릿하게 바뀌고 과일 향은 붉고 검은 산딸기처럼 붉은 과일 향 쪽으로 옮겨갑니다. 나중엔 관능적인 느낌과 함께 사향(musk)과 젖은 가죽 향이 나오고 허브 향도 살짝 나옵니다. 향의 종류가 다양하고 변화도 매우 다채롭습니다.

메독 와인이고 2015 빈티지인데도 탄닌이 매우 매끄럽고 부드럽습니다. 떫은 느낌이 거의 없네요. 실키(silky)하다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미디엄 바디이면서 선이 가는 와인으로 잘 짜인 구조가 섬세하고 세련되게 느껴집니다.

드라이하며 크랜베리나 산딸기 같은 새콤한 산미가 대단히 훌륭합니다. 다양한 붉은 과일의 풍미 속에서 약간의 흙 느낌이 메독 와인이라는 걸 느끼게 해줍니다. 매우 여성적이며 너무 강하지 않은 알코올은 은근한 힘을 보여줍니다. 계속 변화하는 향처럼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뛰어난 향과 비교해 여운은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아주 좋으며 붉은 과일의 느낌과 과일의 단맛이 입에 남습니다.

놀랄만한 산미와 섬세하고 부드럽게 익은 탄닌, 13%의 온화한 알코올 도수가 멋진 균형을 이룹니다. 여기에 굉장히 복합적인 향과 맛이 입맛을 돋우네요.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소고기와 양고기 구이, 갈비찜, 전가복과 유린기, 돼지와 닭고기, 참치 붉은 살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9년 11월 6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