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호주] 야라 밸리의 피노 누아 와인을 다시 보게 하다 - In Dreamy Pinot Noir 2016

까브드맹 2019. 10. 14. 14:07

In Dreamy Pinot Noir 2016

인 드림스(In Dreams) 와이너리의 인 드리미 피노 누아(In Dreamy Pinot Noir) 2016은 호주 빅토리아(Victoria)주의 야라 밸리(Yarra Valley)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인 드리미 피노 누아 2016

와인을 마시다 보면 예전에 마셔보고 실망해서 관심을 두지 않다가 몇 년 후에 다시 마셔보고 깜짝 놀라는 일을 종종 겪습니다. 이번에 시음한 와인이 그런 와인이었죠.

오늘 제 앞에 레이블을 가린 와인 하나가 놓였습니다. 반쯤 마신 와인으로 어제 오픈하고 남은 것이라 하더군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보라기에 잔에 따르고 시음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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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루비색과 붉은 과일 위주의 향으로 피노 누아 와인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향과 구조, 맛의 완성도로 보아 부르고뉴 와인일 거로 생각했지만, 날 골탕 먹이려고 오리건(Oregon) 피노 누아 중에서 부르고뉴와 스타일이 비슷한 와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레이블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호주 야라 밸리에서 나온 인 드리미 피노 누아 2016이더군요. 같은 와인은 아니지만, 그동안 호주 야라 밸리의 피노 누아 와인은 저를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비록 호주의 유명한 피노 누아 와인 생산지이지만, 지금까지 마셨던 와인이 부르고뉴 와인에 밀리거나 제 입맛에 안 맞았기 때문이었겠죠.

오늘 마신 인 드리미 피노 누아 덕분에 오랫동안 저도 모르게 가졌던 호주 피노 누아 와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것 같습니다. 인 드리미 피노 누아 2016은 자기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비슷한 가격의 부르고뉴나 오리건 피노 누아에 절대 밀리지 않는 품질을 갖추고 있거든요.

 

 

2. 와인 생산자

인 드림스의 수석 와인 양조자인 니나 스토커(Nina Stocker)는 프랑스 알자스(Alsace)와 국경을 접한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집안은 포도 농사에 종사했고, 그때의 경험이 와인 양조자로써 그녀의 경력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호주로 이주한 후 니나는 애들레이드 대학(University of Adelaide)에서 양조학 과정을 마쳤고, 호주의 맥라렌 베일(McLaren Vale)과 야라 밸리, 이탈리아의 바롤로(Barolo), 프랑스의 론 밸리(Rhone Valley), 포르투갈의 알렌떼주(Alentejo), 뉴질랜드에서 와인을 만들어 왔습니다.

인 드림스에서는 오로지 두 종류의 와인만 만들 뿐입니다. 하나는 샤르도네(Chardonnay), 다른 하나는 시음한 피노 누아죠. 피노 누아 2016은 손으로 수확한 포도의 줄기를 제거한 후 작은 크기의 발효조에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알코올 발효를 끝낸 후에 와인을 짜내서 24시간 동안 안정시킨 후 프랑스산 오크통에 넣고 젖산 발효와 숙성을 했습니다. 숙성 기간은 24개월입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In Dreamy Pinot Noir 2016의 색

약간 어두운 기운이 있는 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초반엔 젖은 나뭇잎과 흙과 가죽 향이 나오다가 1시간 정도 지나면 산딸기와 레드 체리 같은 붉은 과일, 타임(thyme)과 약간 그을린 나무 향을 풍기고 나중에는 볶은 견과류 향이 고소하게 올라옵니다.

부드러우면서 마신 후엔 탄닌의 기운이 강하게 남습니다. 탄탄하고 잘 짜인 구조가 훌륭하네요. 가격을 생각하면 상당히 뛰어납니다.

드라이하며 붉은 과일을 씹는 듯한 짜릿한 산미가 맛있습니다. 산딸기와 레드 체리 같은 과일 풍미가 입안 가득하고 씁쓸한 채소 같은 기분 좋은 쓴맛이 함께 합니다. 스파이시한 풍미도 뛰어납니다. 시간이 갈수록 코에선 고소한 향이, 입에선 새콤한 산미와 붉은 과일, 타임 같은 허브 느낌이 강해집니다.

 

 

알코올 도수가 13%이지만, 힘은 그 이상이며 거슬리지도 않습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와인으로 간만에 맛있는 호주 피노 누아를 마시는군요. 마신 후에는 나무와 타임, 고소한 견과류 느낌이 길게 이어집니다.

짜릿한 산미와 부드러우면서 탄탄한 탄닌, 도수 이상으로 강인한 알코올이 멋진 균형을 이룹니다.

오리와 버섯 리조또, 소고기 리조또, 소고기 스테이크, 뵈프 부르기뇽, 바비큐, 중국식 양고기 볶음, 제육볶음, 양고기꼬치와 양 갈비 등등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9년 10월 14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