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식과 독일 리슬링 와인
한식에 잘 어울리는 와인이 어떤 것일까? 하는 제목의 기사가 신문에 실리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 와인이 언급되기도 하고 미국이나 칠레 와인이 얘기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여러 지역의 와인을 마셔봤을 때 한식이나 동양 음식과 가장 잘 매칭이 되는 와인은 레드로는 시라/쉬라즈(Syrah/Shiraz)로 만든 와인들이, 화이트로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으로 만든 와인들이 잘 어울리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해산물이나 닭고기를 재료로 고추를 섞어 만든 매콤한 요리에는 독일의 단맛 나는 리슬링(Riesling) 와인만큼 잘 어울리는 와인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독일 와인은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편입니다. 화이트 와인보다 레드 와인을 훨씬 선호하는 성향이 있어서 몇 년 전만 해도 레드 와인은 90%, 화이트 와인은 10% 정도 되는 비율로 팔렸습니다. 최근에는 레드 와인의 비율이 좀 줄긴 했지만,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스파클링 와인이죠. 그래서 본인이 마시든 선물용으로든 화이트 와인은 꽤 푸대접을 받는 편입니다. 게다가 독일 화이트 와인들은 단맛 때문에 더 비호감이 된 것 같습니다. '단맛 나는 와인은 와인 초보들이나 찾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단맛도 단맛 나름. 저도 단맛 나는 레드 와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리슬링으로 만들어 신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화이트 와인은 깊이 있고 균형 잡힌 맛이 일품이어서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단맛은 대부분 음식과 잘 맞습니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단 음료수가 어떤 음식과 먹을 때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단맛 나는 독일 리슬링 와인이 향이 강한 동양 음식과 잘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단맛은 매운맛을 중화해줘서 양념 통닭이나 불닭 같은 매운 요리를 먹을 때 함께 마실 와인으로 독일 리슬링 와인만 한 게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독일 와인은 품질과 비교해 가격이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1만 원 조금 넘는 가격으로 제법 좋은 와인을 찾을 수 있죠. 출시한 지 20년이 훨씬 넘고 무늬만 국산 와인인 마주앙 모젤도 프라디카츠바인(Pradikatwein, 등급이 있는 고급 와인) 등급의 하나인 카비넷(Kabinett) 와인이지만 마트에서 1만 원대의 가격으로 살 수 있습니다.
2. 루돌프 뮬러 더 비숍 오브 리슬링 2007
루돌프 뮬러 더 비숍 오브 리슬링도 1만 원 중반대의 와인입니다. 독일 모젤(Mosel)강 유역의 리슬링 포도 100%로 만드는 QbA(Qualitatswein bestimmter Anbaugebiete : 콸리타츠바인 베슈팀터 안바우게비테) 등급 와인입니다. 색은 아주 연한 밀짚 색이며, 푸릇푸릇한 사과 향이 납니다. 휘발유의 달콤한(?) 향도 약간 맡을 수 있는데, 바닥에 깔려서 은근하게 나는 편입니다. 맛은 약간 달지만, 다른 리슬링보다는 그래도 덜 답니다. 다른 품종의 저렴한 화이트 와인에서 가끔 느껴지는 쓴맛은 없고, 날카롭지 않고 둥글둥글한 기분 좋은 신맛이 납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흰 복숭아 향이 은근히 풍겨 나옵니다. 전반적으로 사과, 복숭아 같은 하얀 과일 향이 진하게 나는 편이며, 너무 달지 않은 맛에 부드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물, 탕, 아구찜, 동태찜, 낙지 젓갈 같은 한식, 양념 통닭 같은 다소 매운 요리, 동남아 요리나 멕시코 요리, 인도 요리처럼 향신료가 강한 음식과 잘 맞습니다.
※ 쿠팡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