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그레 데 토로(Sangre de Toro)
상그레 데 토로는 황소의 피라는 뜻입니다. 스페인의 와인 명가인 보데가 토레스(Bodega Torres)에서 내놓은 이 와인은 이름 그대로의 맛과 향을 보여줍니다. 스페인의 카탈루냐(Catalunya) 지방에서 재배한 가르나차 틴타(Garnacha Tinta) 60%, 까리네냐(Carinena) 25%, 쉬라즈(Shiraz) 15%를 섞어서 만드는 DO 등급 와인인 상그레 데 토로는 비싼 와인은 아니지만, 토레스의 인기 높은 와인 중 하나입니다.
2. 와인 시음기
잔에 따르면 핏빛처럼 진한 붉은색을 띠는 와인이 정말 황소의 피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약간 시큼한 듯한 산딸기 향이 퍼지고, 여기에 슬쩍 묻혀가는 듯한 향신료 향이 이어집니다. 이어서 비릿한 풀 내음이 잔에 맴돌죠. 잔을 기울여 와인을 한 모금 입안에 넣으면 매끄러운 느낌과 함께 드라이한 맛이 느껴지는데, 와인을 목구멍으로 넘기면 혀의 뒤편에서 살짝 쓴맛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1만 원 후반~2만 원 초반의 가격으로 비슷한 가격의 다른 스페인 와인들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구조감이 탄탄해서 상당히 강인하면서 미끈하며, 매우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운도 같은 가격대의 다른 스페인 와인에 비해 긴 편이고요. 시간이 지나면 와인에서 단 과일 풍미가 솔솔 살아나며, 이에 반비례해서 쓴맛은 점차 사라집니다. 그러니 코르크를 딴 후에 바로 마시지 말고, 한 잔 따르고 나서 10~15분 후에 마시는 것이 이 와인을 좀 더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죠.
이때쯤 되면 와인이 공기와 충분히 접촉해 탄닌이 매우 부드러워지며 마시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을 만큼 떫은맛이 줄어듭니다. 초반의 비릿한 풀 내음도 신선한 허브향으로 바뀐 것을 느낄 수 있고요. 균형이 잘 잡힌 와인으로 마지막까지 약간의 쓴 여운이 계속 유지되지만, 목 안으로 매끄럽게 넘어갑니다.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잡맛 없이 깔끔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복합적인 느낌은 적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소고기 등심과 사슴처럼 누린내가 나는 야생고기, 대창과 곱 같은 내장 요리, 오리고기 등등 풍미가 강한 음식과 잘 맞습니다. 2010년 1월 27일에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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