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멘 베르타냐(Domaine Bertagna)의 부죠 프르미에 크뤼 레 크라(Vougeot 1er Cru Les Cras) 2009는 부죠 마을 북쪽에 있는 레 크라(Les Cras) 포도밭에서 수확한 샤르도네(Chardonnay) 포도로 만든 프르미에 크뤼(1er Cru) 등급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지
부르고뉴의 와인 명산지인 꼬뜨 도르(Cote d'Or)는 북쪽의 꼬뜨 드 뉘(Côtes de Nuits)와 남쪽의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으로 나뉩니다. 꼬뜨 드 뉘에서는 레드 와인을 주로 생산하고, 꼬뜨 드 본에서는 레드와 화이트 와인을 골고루 생산히죠. 부죠 프르미에 크뤼 레 크라 2009는 꼬뜨 드 본이 아닌 꼬뜨 드 뉘의 화이트 와인이라 쉽게 만나기 힘듭니다.
레 크라 포도밭에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0.55헥타르의 구획의 토양은 빙하시대부터 자갈과 진흙이 겹겹이 쌓인 충적토로 이뤄져 있습니다. 자갈과 석회질이 많은 토양을 중세에는 "Crai"라 불렀고, 이것이 바뀌어 "Cras"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2. 와인 생산자와 와인 양조
여성 와인 생산자가 와인을 만드는 도멘 베르타냐는 레드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 부죠 마을에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독특한 생산자입니다. 끌로드 베르타냐가 1950년대에 설립했으며, 1982년에 독일에서 건너온 가문이 도멘을 인수해서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죠. 21헥타르의 포도밭에서 100%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서 다양한 와인을 만듭니다.
레 크라는 손으로 수확한 샤르도네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압착기에서 약하게 눌러 주스를 짜낸 다음 알코올 발효와 젖산 발효를 합니다. 발효가 끝나면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서 18개월간 숙성하죠. 포도의 맛을 살리려고 새 오크 비율은 35%로 제한했습니다. 숙성이 끝나면 필터로 살짝 거른 후 병에 담아 판매합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약간 붉은 빛이 도는 중간 농도의 금색입니다. 꿀 향이 섞인 노란 과일 향이 올라오고, 잘 익은 노란 사과와 배, 살구, 황도 복숭아 등의 과일 향을 풍깁니다. 우아한 오크 향이 퍼지고 린덴(linden) 같은 흰 꽃이 나오며 케이퍼(caper)와 새순 같은 풋풋하고 향긋한 식물성 향도 있습니다. 개암 같은 견과류와 새콤달콤한 매실 향도 섞여 있습니다.
중간 이상의 무게와 단단하고 치밀한 구조를 가진 와인으로 구조는 강철처럼 잘 짜였습니다. 우아하고 맛있는 산미에 매끄럽고 달콤한 풍미가 가득합니다. 사과와 복숭아 같은 핵과류(核菓類) 과일, 오크와 삼나무의 복합적인 풍미가 훌륭하고, 과일 풍미 후에 이어지는 견과류의 고소한 풍미와 나무 수지의 살짝 매콤한 느낌이 일품이네요. 여운은 매우 길고 나무와 견과류, 잘 익은 단단한 핵과류 과일, 매콤한 새순의 자취를 남깁니다.
세련되고 뛰어난 산미와 풍부한 질감을 주지만 거슬리지 않는 알코올이 균형을 이뤘고, 여기에 각종 풍미가 어우러져 매우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균형과 조화가 훌륭해서 정말 우아한 귀부인이 떠오르는 와인입니다.
각종 샐러드, 익힌 해산물 요리, 크림소스 파스타, 농어와 연어 스테이크, 생선 구이, 조개 요리, 차가운 백색육, 연성 치즈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9년 2월 1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