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토 라 라귄(Château La Lagune) 1984는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오-메독(Haut-Medoc) AOC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60%에 메를로(Merlot) 30%와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10%를 넣어서 만든 1855 보르도 공식 와인 등급(Bordeaux Wine Official Classification of 1855)의 3등급 와인입니다.
1. 샤토 라 라귄
샤토 라 라귄은 1950년대에 너무 황폐했지만, 1958년 기업가인 조르주 브뤼네(George Brunet)가 포도밭을 갈아엎고 새 나무를 심으면서 양조장 시설을 개수했습니다. 조르주는 1962년에 라 라귄을 아얄라 샹파뉴(Ayala Champagne)사에 팔았고, 샤토를 인수한 아얄라 샹파뉴사는 라 라귄을 계속 개조하고 관리했죠. 가장 혁신적인 업적은 공기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와인을 발효조에서 오크통 숙성 셀러로 운반할 수 있게 하는 파이프라인 공사를 한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1982, 1989, 1990 같은 훌륭한 빈티지가 탄생했죠.
로버트 파커는 샤토 라 라귄의 품질과 힘이 1966년에서 1990년 사이에 놀랍도록 개선되었고, 포도밭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를 잡아 위대한 메독 와인을 속속 내놓았다고 자신의 저서 <보르도 와인(Bordeaux)>에서 말합니다.
샤토 라 라귄의 포도밭은 보르도 남부에 있는 그라브(Graves) 지역의 토질과 비슷한 푸석하고 자갈 많은 모래밭 토양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상의 라 라귄 와인은 뽀므롤(Pomerol)이나 그라브 와인과 비슷한 특성을 보이죠. 로버트 파커는 라 라귄을 "지극히 부르고뉴적"이라고 평하며, 훌륭한 라 라귄 와인은 진하고 살집이 있으며 견고한 와인으로 때때로 바닐라와 오크, 블랙베리의 넘치는 향을 겸비한다고 말합니다. 라 라귄은 대개 생산 후 10년쯤 지나면 충분히 숙성하지만, 최고의 상태가 15~20년 정도 지속합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중앙은 중간 농도의 루비색이고 테두리는 가넷 빛이 나옵니다. 처음엔 두엄 같은 구린 흙냄새가 나다가 곧 그윽한 오크 향을 풍깁니다. 나무 위주의 향과 함께 연기와 그을린 나무,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 크랜베리 같은 붉은 과일, 부엽토, 버섯 등의 향이 나옵니다.
질감은 유리처럼 얇고 탄탄하며 마신 후엔 탄닌의 맛이 느껴집니다. 중간보다 조금 무겁고 구조는 아직 흐트러지지 않고 잘 짜였습니다. 품질 좋은 산미의 강하고 우아한 맛이 좋고, 처음에 부드러웠던 탄닌은 마신 후에 까끌까끌한 느낌을 살짝 남겨줍니다. 크랜베리, 체리, 블랙커런트 등의 붉고 검은 과일 풍미가 나오고, 우아하며 향긋한 오크 풍미도 훌륭합니다. 동물과 부엽토 같은 숙성 풍미가 살짝 나오고, 매콤한 향신료도 약간 있군요. 입에 느끼는 기운은 상당합니다. 얇은 탄닌과 과일 풍미, 숙성 향 등이 겹쳐서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여운은 길고 느낌은 우아하며 세련되었습니다. 섬세한 느낌과 나무, 부엽토, 말린 검붉은 과일 풍미가 이어집니다.
고급스러운 산미와 얇고 탄탄한 탄닌, 13%의 알코올의 균형과 조화를 이룹니다. 나무와 검붉은 과일, 부엽토 등의 다양한 향과 맛도 훌륭합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고기 등심과 안심, 양 갈비, 기타 육류 요리, 숙성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더욱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6년 7월 15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