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마시기엔 이르지만, 앞으로 발전할 모습이 기대되는 와인 - Maison Leroy Bourgogne Rouge 2015

까브드맹 2018. 12. 25. 16:00

Maison Leroy Bourgogne Rouge 2015

메종 르루아(Maison Leroy)의 부르고뉴 루즈(Bourgogne Rouge) 2015는 프랑스의 부르고뉴(Bourgogne) AOC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로 만든 부르고뉴 지역(Régionales) 등급 레드 와인입니다.

1. 랄루 비즈 르루아(Lalou Bize Leroy)

가족 경영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온 르루아는 1868년 프랑수아 르루아(Francois Leroy)가 뫼르쏘(Meursault) 인근에 있는 오쎄-뒤레스(Auxey-Duresses)에 메종 르루아(Maison Leroy)를 설립하면서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1919년 앙리 르루아(Henri Leroy)가 사업에 참여했고, 그는 1942년에 친구 자크 샹봉(Jacques Chambon)으로부터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Domaine de La Romanee Conti, DRC)의 지분 절반을 사들였습니다. 당시 DRC는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로 포도원의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죠. 이때부터 르루아와 DRC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1955년부터 앙리 르루아의 딸인 랄루 비즈 르루아가 본격적으로 와인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랄루 비즈 르루아 여사는 국제 와인 산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으로 로버트 파커는 그녀를 남성 우월적인 프랑스 와인 업계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여성 중 한 사람으로 꼽았을 정도였죠. 천재적인 미각과 테이스팅 능력을 지닌 그녀는 17살부터 와인 사업에 관여하면서 뛰어난 능력과 엄격한 품질 관리로 훌륭한 와인을 세상에 내놓았고, 1974년에는 DRC의 공동 경영자로 취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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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메종 르루아의 와인 품질에 만족하지 못한 랄루 비즈 르루아 여사는 메종 르루아의 지분 1/3을 일본 유통회사인 타카시마야 회사에 매도했고, 자가 소유의 포도원에서 재배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드는 도멘 르루아(Domaine Leroy)를 설립했습니다. 따로 도멘을 만들었지만, 르루아 여사는 메종 르루아의 와인 양조에 늘 참여해 왔습니다. 그러나 노령 때문에 2015 빈티지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와인 양조

메종 르루아 부르고뉴 루즈 2015는 사비니-레-본(Savigny-lès-Beaune)과 쇼레-레-본(Chorey-lès-Beaune), 꼬뜨 뒤 본(Cote de Beaune)의 세 지역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로 만들었습니다.

르루아 와인의 특징 중 하나는 병에 와인을 넣을 때 코르크에 닿을 만큼 가득 채우는 겁니다. 이러면 코르크가 와인에 잔뜩 젖게 되죠.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병에 공기가 안들어가게 하고, 와인에 젖은 코르크로 나중에라도 공기가 들어가는 걸 막으려는 것입니다. 단점은 넘쳐나온 와인 때문에 코르크를 딸 때 와인이 손에 묻고, 오래 보관하면 코르크 주변에 곰팡이가 필 수 있다는 거죠.

 

 

3. 와인의 맛과 향

중간 이상으로 진한 퍼플색입니다. 피노 누아 와인에서 퍼플색이라니 독특하군요. 블랙 체리와 딸기 사탕 향이 있습니다. 나중에는 산딸기와 고급 체리 사탕 향으로 바뀌어서 나오죠. 타임(thyme) 같은 허브와 풀 비린내도 약하게 풍깁니다.

부드러우면서 미세하게 탄산가스 기운이 있습니다. 부드럽던 탄닌이 마시고 나면 입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시간이 다소 지나면 매우 탄력적으로 변하며 구조도 탄탄해집니다.

힘이 강하고 산미도 좋습니다. 풍부한 탄닌은 초반엔 거칠지만, 장래는 밝습니다. 타임 같은 허브 풍미에 블랙 체리와 블랙베리 같은 과일 풍미가 나옵니다. 시간이 흐르면 점점 질감 부드러워지고 맛과 향이 좋아집니다. 산딸기와 고급 체리 사탕의 풍미가 나오며, 다른 식물성 풍미도 훨씬 맛있어지죠. 그래도 병에서 몇 년 더 숙성한 후에 마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여운은 길고 거친 탄닌과 타임 풍미를 많이 남깁니다. 비릿한 식물 줄기 느낌도 있습니다.

 

 

아직 마시기엔 일러서 탄닌이 충분히 숙성하지 않았고, 산미도 아쉽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얼마나 좋아질지 기대되는 와인입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고기 구이, 스튜 등 각종 육류 요리, 미트 소스 파스타, 숙성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더욱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현재 상태에선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몇 년 지나면 점수는 더욱 높아질 겁니다. 2018년 12월 15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