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로마네 AOC는 부르고뉴 꼬뜨 드 뉘(Côte de Nuits) 지역의 본-로마네(Vosne-Romanée) 마을과 이웃한 플라제-에세죠(Flagey-Échezeaux) 마을을 함께 포함한 지역 명칭입니다. 그래서 "Vosne-Romanée"는 이 두 마을에서 피노 누아(Pinot Noir)로 만드는 레드 와인의 라벨에 표시할 수 있습니다.
1. 본 로마네 AOC에 대한 평가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인 레밍턴 노만(Remington Norman)과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가 저술한 <부르고뉴의 위대한 도멘들(The Great Domaines of Burgundy>이라는 책에 "꼬뜨 드 뉘의 창공에서 본-로마네가 가장 빛나는 별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나올 만큼 본-로마네는 위대한 부르고뉴 와인의 본고장입니다. 그래서 종종 본-로마네 와인은 우아함(elegance)과 힘(power)의 적절한 조합체로 묘사되곤 하죠. 최고의(그러나 가격 또한 비싼!) 그랑 크뤼 와인은 종종 피노 누아가 표현할 수 있는 궁극의 모습이라고 일컬어집니다. 이처럼 뛰어난 본-로마네 와인을 묘사하는 글 중에 몇 개를 옮겨보면,
"이곳에 모인 포도밭들은 가장 위대한 밭을 선택한 것이다. 벨벳 같고, 맹렬하며, 매우 아름다운 품위가 있다. 부르고뉴에서 이 작은 구역보다 더 나은 곳은 없으며, 황홀함과 마주치게 한다. 그리고 와인이 가진 특별한 재능을 다정한 너그러움 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 La Bourgogne, types et coutumes by Gaston Roupnel, Les Horizons de France, 1936, p95
"본-로마네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피노 누아의 고장이다… 와인의 스타일은 풍부하고 꾸밈 없으며 남성적인데다가 귀족적이다."
- Cote d'Or" by Clive Coates, Weidenfield and Nicolson, 1997, p. 119
"섬세하지만 명확한 향, 멋지고 아주 부드러운 풍미, 그리고 오래 이어지지만 확고한 여운… 독특한 풍미가 있고 우아한 와인."
- French Fine Wines" by Steven Spurrier, Willow Books, 1984
"앙상블을 이루는 참으로 아름다운 포도밭들은 꼬뜨 도르에서 최고의 밭이다. 무게감, 그윽함, 극도의 기교, 고조되는 향. 이곳의 와인은 모든 바람직한 품질을 하나로 합치고 있다. 이러한 의구심 없는 찬사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 Le Vin de Bourgogne" by Camille Rodier, L. Damidot, 1948, p 179
등이 있습니다. 위의 말들을 한 줄로 줄여보면 "본-로마네님은 킹왕짱" 정도 될까요?
2. 본 로마네의 그랑 크뤼 포도밭
본-로마네 마을에 6개, 플라제-에세죠 마을에 2개의 그랑 크뤼(Grand Cru) 포도밭이 있고, 여기에선 부르고뉴 와인의 정점에 있는 도멘 드 라 로마네-꽁띠(Domaine de la Romanée-Conti, DRC)의 "로마네-꽁띠(Romanée-Conti)"를 비롯해 부르고뉴에서 가장 상징적이면서 수요가 많고 값비싼 레드 와인이 나옵니다. 본-로마네 마을에 있는 6개의 그랑 크뤼 포도밭 중에서 4개가 모노폴(Monopole), 즉 하나의 밭을 하나의 도멘이 전부 소유하고 관리하는 형태입니다.
그랑 크뤼 포도밭은 모두 8개로 이름과 밭 크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라 타슈(La Tâche) : 5.03 ha. 도멘 드 라 로마네-꽁티가 모두 소유한 단독 소유 포도밭, 즉 모노폴입니다. 그랑 크뤼인 라 타슈와 프르미에 크뤼 등급인 레 고디쇼(Les Gaudichots)로 이뤄져 있죠. 라 타슈는 오래 숙성하지 않아도 품질이 매우 훌륭하며 날씨가 안 좋은 빈티지에도 안정된 품질을 보여줍니다.
② 라 그랑드 뤼(La Grande Rue) : 1.65 ha. 도멘 프랑소와 라마르슈(Domaine François Lamarche)가 모두 갖고 있습니다. 8개 그랑 크뤼 포도밭 중에서 가장 명성이 떨어지며 최근에 프르미에 크뤼에서 그랑 크뤼로 승격했습니다. 라 타슈와 로마네-꽁티 사이에 있습니다.
③ 라 로마네(La Romanée) : 0.85 ha. 도멘 뒤 꽁떼 리제-벨레르(Domaine du Comte Liger-Belair)가 모두 소유하는 독점밭입니다. 매년 300상자 정도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④ 로마네-꽁티(Romanée-Conti) : 1.63 ha.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으로 역시 도멘 드 라 로마네-꽁티가 모두 소유하는 독점밭, 즉 모노폴입니다. 매년 약 600상자의 와인을 생산하죠. 로마네-콩티 와인이 최고의 상태로 발전하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⑤ 로마네-생-비방(Romanée-Saint-Vivant) : 9.30 ha. 이웃한 다른 밭보다 묽으면서 힘이 덜한 와인이 나오므로 종종 다른 좋은 와인과 비교되곤 합니다. 그래도 훌륭한 와인이라는 것은 틀림없죠. 도멘 드 라 로마네-꽁티가 절반 이상 가졌습니다.
⑥ 리슈부르그(Richebourg) : 7.40 ha. 도멘 르로아(Domaine Leroy)와 도멘 드 라 로마네-꽁티를 포함한 10개 생산자가 나눠 가졌습니다. 각 도멘마다 와인을 만들기에 시중에는 여러 종의 리슈부르그 와인이 나와있죠. 이 밭의 와인들은 종종 "육감적"이라고 묘사됩니다.
⑦ 에셰죠(Echézeaux) : 34.79 ha. 플라제-에세죠 마을에 있습니다.
⑧ 그랑 에셰죠(Grands Échezeaux) : 7.53 ha. 역시 플라제-에세죠 마을에 있습니다.
3. 본 로마네의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
두 마을을 합쳐서 15개의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 포도밭이 있고, 최소 40개의 도멘이 포도밭을 경작합니다. 와인은 다양한 캐릭터를 가졌으나 일반적으로 풍부하고 비단 같은(Silky) 질감에 훌륭한 균형감을 보여주죠. 아울러 부르고뉴의 다른 지역을 능가하는 복합성을 가졌습니다. 15개의 프르미에 크뤼 중 12개는 본-로마네 마을에 있으며 3개는 플라제-에세죠 마을에 있습니다.
1) 본-로마네 마을의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
① 레 보 몽(Les Beaux Monts) ② 레 쉬쇼(Les Suchots) ③ 오 브륄(Aux Brûlées) ④ 라 크루아 라모(La Croix Rameau) ⑤ 끌로 데 레아(Clos des Réas) ⑥ 레 고디쇼(Les Gaudichots) ⑦ 레 숌(Les Chaumes) ⑧ 오 말콩소르(Aux Malconsorts) ⑨ 오-드쉬 데 말콩소르(Au-dessus des Malconsorts) ⑩ 크로 파랑투(Cros Parentoux) ⑪ 오 레뇨(Aux Reignots) ⑫ 레 쁘띠 몽(Les Petits Monts)
2) 플라제-에세죠 마을의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
⑬ 레 보 몽(Les Beaux Monts) ⑭ 레 루즈(Les Rouges) ⑮ 앙 오르보(En Orveaux)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레 보 몽 포도밭은 두 마을에 걸쳐있습니다. 위의 프르미에 크뤼 밭에서 나오는 와인 중에는 다른 그랑 크뤼 와인의 뺨을 좌우로 왕복시킬 만큼 맛과 향과 가격(!)이 뛰어난 것도 있습니다. 참고로 "Flagey-Échezeaux"라는 지역 명칭은 없습니다. 이곳의 빌라즈 등급 와인과 프르미에 크뤼 등급 와인은 Vosne-Romanée AOC의 일부로 분류됩니다.
4. 와인 생산 규정과 특성
AOC 규정에는 다른 부르고뉴 마을처럼 레드 와인을 만들 때 샤르도네(Chardonnay)와 피노 블랑(Pinot Blanc), 피노 그리(Pinot Gris)를 합쳐서 15%까지 혼합할 수 있지만, 그렇게 만드는 생산자는 거의 없습니다. 2008년을 기준으로 본-로마네에는 총 153.6헥타르의 빌라즈 등급과 프르미에 크뤼 등급 포도밭이 있으며 약 5,955헥토리터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약 80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죠.
프르미에 크뤼 와인은 라벨에 "Vosne-Romanée Premier Cru + 포도밭 이름"이라고 표시하거나 "Vosne-Romanée Premier Cru"라고 표시할 수 있습니다. 여러 곳의 프르미에 크뤼 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섞어서 만든 와인은 후자의 형태로만 표시할 수 있습니다. 훌륭한 포도밭으로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에서도 라벨에 "Bourgogne"라고만 적힌 값싼 레드 와인이 나옵니다.
실뱅 피티오와 장 샤를 세르방이 함께 쓰고 박재화 씨와 이정욱 씨가 함께 번역한 <부르고뉴 와인>에서는 본-로마네 와인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무엇보다 우아함을 상징하는 와인이다. 두드러지는 감미로운 맛은 꽤 은근한 타닌에 의해 지속되고 신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긴 여운을 가지고 풍부한 맛을 지닌 이 와인들은 체리, 딸기, 수풀 향과 같이 전형적인 향기가 난다."
<참고 자료>
1. 영문 위키피디아 본-로마네 항목
2. 실뱅 피티오, 장 샤를 세르방 공저, 박재화, 이정욱 공역, 부르고뉴 와인, 서울 : (주)BaromWorks, 2009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