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생산지

[프랑스] 프랑스 남서부(Sud-Ouest France) > 꺄오르(Cahors)

까브드맹 2018. 6. 14. 08:00

꺄오르(Cahors) 와인 지도
(이미지 출처 : http://www.wineguy.co.nz/myimgs/glossary/Cahors-Image03.jpg)

1. 꺄오르의 지리와 와인

꺄오르(Cahors) 지역 와인은 꽤 오래전에 수입되었지만, 와인 애호층에만 알려져 있었을 뿐 일반 소비자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전문 와인 샵에선 가끔 볼 수 있었지만, 어지간히 큰 마트의 와인 매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죠.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꺄오르는 보르도(Bordeaux)에서 볼 땐 동남부 방향에 있습니다. 1971년에 VDQS 등급 지역에서 AOC 지역으로 승급했고, 현재 40여 개의 마을에서 레드 와인만 생산하죠. 근처에 보르도라는 와인 명산지가 있지만, 꺄오르에서는 보르도와 사뭇 다른 와인을 생산합니다. 보르도에선 기본적으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포도로 블렌딩 와인을 만들며 쁘띠 베르도(Petit Verdot)와 말벡(Malbec) 같은 품종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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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꺄오르에선 이곳에서 오세루와(Auxerrois), 또는 꼬 누아(Cot Noir)라고 부르는 말벡을 70% 이상 사용하고 여기에 따나(Tannat)과 메를로를 넣은 블렌딩 와인을 생산합니다. 말벡과 따나 둘 다 탄닌과 색소가 많아서 꺄오르 와인은 색이 매우 짙습니다. 너무 짙다 보니 영국에선 블랙 와인(Black Wine)이라고 부를 정도죠. 

알코올 발효가 끝난 꺄오르 와인은 탄닌이 많고 거칠어서 반드시 오크 숙성으로 탄닌을 부드럽게 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탄닌이 많다 보니 발효가 끝난 다음 빨리 마시긴 곤란하지만, 오랫동안 장기숙성할 힘을 갖게 됩니다. 어느 정도 숙성이 끝난 꺄오르 와인은 짙은 색상에 검은 베리류의 과일 향, 약한 나무 향, 흙냄새가 나는 와인으로 탄생합니다. 보르도 와인보다 세련된 맛은 부족하지만, 더 풍부하고 강렬한 느낌이 있죠.

국내엔 아래와 같은 꺄오르 와인이 있습니다. 

① 샤토 라마르틴(Chateau Lamartine) 2014

샤토 라마르틴(Chateau Lamartine) 2014

② 끌로 트리게디나(Clos Triguedina) 2010

끌로 트리게디나(Clos Triguedina) 2010

③ 끌로 라 꾸딸(Clos la Coutale) 2007

끌로 라 꾸딸(Clos la Coutale) 2007

④ 물랭 라그레제뜨(Moulin Lagrezette) 2001

물랭 라그레제뜨(Moulin Lagrezette) 2001

이 외에도 많은 꺄오르 와인이 수입되어있죠.

 

 

2. 꺄오르 와인의 역사

탄닌이 많은 꺄오르 와인은 중세 시대부터 긴 수명과 깊이 있는 맛으로 유명했습니다. 포도밭과 양조장도 보르도로 흐르는 가론(Garonne) 강의 지류인 로(Lot) 강 중류에 있어서 수출도 어렵지 않았죠. 

로(Lot) 강과 꺄오르의 위치. 로강의 중간 부근에 'Cahors'가 있습니다.
(로(Lot) 강과 꺄오르의 위치. 로강의 중간 부근에 'Cahors'가 있습니다. 왼쪽에 90도로 교차하는 선이 가론 강입니다)

하지만 시기심 많은 보르도의 와인 상인들은 자기들의 와인이 다 팔릴 때까지 꺄오르 와인을 항구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했답니다. 예나 지금이나 밥그릇 앞에선 치사해지는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일화입니다. 보르도보다 내륙에 있어서 불이익을 당해야 했던 꺄오르의 옛 와인 생산자에게 측은한 마음도 듭니다.

비록 활발하게 수출하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명성 있던 꺄오르 와인은 19세기 후반에 전 유럽의 포도밭을 초토화한 포도뿌리혹벌레, 즉 필록세라(Phylloxera)가 이곳까지 퍼지면서 엄청난 피해를 봅니다. 게다가 프랑스 남서부를 지나는 철도가 꺄오르를 지나가지 않고 남동쪽의 랑그독(Languedoc) 지역과 연결되면서 꺄오르의 와인 산업은 필록세라보다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습니다. 마치 이북의 개성장과 함께 우리나라 장터를 대변하는 안성장이 설 만큼 번화했던 안성이 철도와 고속도로에서 멀어지면서 쇠퇴한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이렇게 되자 꺄오르 주민들조차 자기 마을의 와인을 외면하고 남쪽의 랑그독 와인이나 서쪽의 보르도 와인을 즐겨 마시는 일이 벌어집니다. 마지막으로 1956년에 혹독한 추위가 남은 포도밭을 쓸어버리면서 꺄오르 와인은 완전히 망하는 듯했죠.

 

 

하지만 하늘이 변하지 않고 땅이 살아있으며 인간의 의지가 있는 한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최근 꺄오르의 와인은 날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와인 산업이 활황을 이루면서 파리와 뉴욕의 자산가들이 꺄오르 포도밭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했고, 와인 생산지가 늘어나면서 와인 품질도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요즘엔 아르헨티나 멘도사(Mendoza)의 최고급 말벡 와인에 필적할 만큼 뛰어난 와인도 생산되고 있답니다.

국내에선 아직 꺄오르 와인의 인기가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입량도 많지 않고 판매처도 다양하지 않지만, 꺄오르 지역의 성장에 힘입어 더욱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김의겸 저, 소믈리에 실무, 서울 : 백산출판사, 2007

3.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4. 영문 위키피디아(http://en.wikip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