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교황의 와인 - Tesco Chateauneuf du Pape 2012

까브드맹 2017. 10. 5. 13:00

테스코 샤토네프 뒤 빠프 2012

테스코 샤토네프 뒤 빠프(Tesco Chateauneuf du Pape) 2012는 영국 체슌트(Cheshunt)에 본사를 둔 국제적인 식료품&잡화 소매유통업체인 테스코(Tesco)가 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레드 와인으로 프랑스 남부 론(Rhone)의 최고급 와인 생산지인 샤토네프 뒤 빠프 지역의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1. 샤토네프 뒤 빠프

14세기 초반 로마 가톨릭이 대분열을 겪으면서 두 명의 교황이 탄생했습니다. 그 결과 두 명 중 한 명은 로마에 남고, 다른 한 명은 프랑스 왕 필리프 4세의 권유를 빙자한 압박으로 프랑스 론 지역의 남부에 있는 아비뇽(Avignon)에 거처를 마련했습니다. 이것을 "아비뇽의 유수(Avignon papacy)"라고 하며 중세 교황권의 몰락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샤토네프 뒤 빠프는 아비뇽에서 머물렀던 교황들이 탄생시킨 와인입니다. 교황이 아비뇽으로 이주하면서 교황을 따라 대규모의 사제단이 옮겨오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론 강 일대가 새로운 와인 소비지로 떠오르게 되었죠. 영성체(領聖體) 행사에 와인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사제단이 모두 와인을 즐겼기 때문입니다.

원래 교황들이 푹 빠졌던 와인은 부르고뉴 와인이었습니다. 열렬한 부르고뉴 와인의 애호가였던 교황들은 뜻하지 않게 부르고뉴 와인의 마케터 역할도 했습니다. 높으신 분이 즐기는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아랫사람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으니까요. 사제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다시는 부르고뉴의 본(Beaune) 와인을 마시지 못할까 봐 걱정한 나머지 로마로 돌아가자고 주장했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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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의 교황들은 사제단의 와인 욕구를 진정시키고, 부르고뉴 못지않지만 좀 더 값싼 와인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래서 아비뇽 주변에서 부르고뉴처럼 뛰어난 와인을 만들려고 했죠. 교황청 옆에 포도나무를 심도록 명령을 내린 교황이 누구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론 강 일대에 포도밭은 급속도로 늘어났고, 와인 품질로 날로 향상되었습니다.

교황 중에서 요하네스 22세(Johannes XXII)는 이런 생각이 특히 강했습니다. 그는 아비뇽 북부의 와인 품질을 높이려고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요하네스 교황 당시부터 샤토네프 뒤 빠프 지역의 와인은 "뱅 드 빠프(Vin de Pape)" 즉, 교황의 와인으로 불립니다.

샤토네프 뒤 빠프와 부르고뉴 와인의 관계는 근대까지 이어졌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의 알코올 도수와 강도를 높이려고 벌크 상태의 샤토네프 뒤 빠프 와인이 부르고뉴 지방으로 판매되고는 했죠. 이런 모습은 AOC 법이 제정되어 지역 단위로 와인 품질을 통제하면서 사라집니다.

 

 

2. 테스코 샤토네프 뒤 빠프 2012

테스코는 품질이 괜찮으면서 가격도 합리적인 와인이나 현지 와이너리와 공동으로 기획한 와인에 "Selected by Tesco"라는 문구를 넣어서 판매합니다. 자체적으로 기획한 와인을 "파이니스트(Finest)"와 "심플리 와인(Simply wine)"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테스코 샤토네프 뒤 빠프 2012는 그르나슈(Grenache)와 무흐베드르(Mourvèdre), 쉬라즈(Shiraz) 포도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생산자인 마리 브리자드 와인&스피리츠(Marie Brizard Wine & Spirits)사는 보르도에서 1755년에 설립된 주류회사로 스카치위스키와 보드카, 코냑, 와인 등을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와인 생산지인 샤토네프 뒤 빠프 AOC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하단에 있는 링크를 참조하세요.

 

 

3. 와인의 맛과 향

중간 농도로 퍼플빛이 살짝 있는 루비색입니다. 후추 같은 향신료와 먼지 냄새가 먼저 나옵니다.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 향이 퍼지고 볶은 견과류처럼 고소하면서 살짝 단 향이 올라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마른 과일과 대추처럼 진하고 달콤한 향도 퍼집니다.

두터우면서 대패로 다듬은 듯 매끈한 질감과 진하고 중후한 구조를 가졌습니다.

풍성한 탄닌 덕분에 떫은맛이 강합니다. 산미는 부드럽고 기분 좋은 쌉쌀한 맛이 납니다. 덜 익은 과일 풍미와 함께 나오는 화끈한 향신료 풍미가 강렬합니다. 여러 가지 풍미가 복합적이지만, 별로 매력적이진 않군요. 여운은 진하고 길며 느낌은 화려합니다.

부드러우면서 강한 산미, 진하고 매끈하지만 떫은맛이 강한 탄닌, 강렬한 알코올이 조화를 이룹니다. 가격을 고려하면 훌륭합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양 갈비, 바비큐, 갈비찜, 중국 요리 등과 잘 어울리는 맛과 향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4년 2월 21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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