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멕퀴레(Mercurey)
부르고뉴 레드 와인 하면 꼬뜨 도르(Cote d'Or)의 두 지역인 꼬뜨 드 뉘(Cotes de Nuits)와 꼬뜨 드 본(Cotes de Beaune)에서 나오는 피노 누아 와인이 가장 유명합니다. 하지만 두 곳의 남쪽 지역에도 훌륭한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꼬뜨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이죠. 꼬뜨 샬로네즈에서 가장 유명한 생산지 중의 하나가 멕퀴레 AOC입니다.
멕퀴레 AOC는 1936년에 정해졌습니다. 이곳엔 멕퀴레와 생-마르땡-수-몬떼규(Saint-Martin-sous-Montaigu)라는 마을이 있고, 두 곳에서 나오는 와인은 모두 다 "Mercurey"라는 지역명칭을 붙일 수 있죠. 구역 내에 그랑 크뤼 포도밭은 없습니다. 하지만 멕퀴레 마을에는 끌로 마르시(Clos Marcilly)를 포함해서 27개의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 포도밭이, 생-마르땡-수-몬떼규 마을에는 레 몬떼규(Les Montaigus)를 포함해서 6개의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이 있습니다.
멕퀴레 AOC의 포도밭 면적은 2008년 기준으로 646.09 헥타르로 약 27,688 헥토리터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이중 레드 와인은 80%, 화이트 와인은 20% 정도를 차지하며 병으로 계산하면 레드 와인은 300만 병, 화이트 와인은 70만 병 가량 되죠. 꼬뜨 샬로네즈 지역에서 멕퀴레의 와인 생산량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멕퀴레의 레드 와인은 주변 지역 와인과 비교할 때 좀 더 짙은 색상과 풀 바디한 밀도가 특징입니다. 전체적으로 스파이시한 체리향을 풍기며, 품질은 다양한 편이죠. 구조는 우아하며 기품 있습니다. 20세기 후반에 멕퀴레의 와인 생산자들이 포도밭을 확장하면서 새 밭에서 품질 낮은 포도가 수확되었고, 이 포도가 와인 양조에도 영향을 미쳐 최근의 멕퀴레 레드 와인은 예전 것보다 맛이 묽고 과일 풍미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멕퀴레 화이트 와인은 꼬뜨 드 본의 것과 스타일이 비슷하며 사과와 미네랄 풍미가 있습니다. 잘 만든 멕퀴레 와인은 빈티지로부터 5~12년 사이에 최고의 맛과 향을 보여주죠. 멕퀴레 와인에 관한 조금 더 자세한 사항은 하단에 있는 링크를 참조하세요.
2. 멕퀴레 끌로 라 마르쉐 루이 막스(Mercurey Clos la Marche Louis Max) 2012
이 와인은 루이 막스가 멕퀴레가 가진 모노폴(Monopole) 포도밭인 ‘끌로 라 마르쉐’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모노폴은 독점을 뜻하며 1인, 또는 1개의 도멘이 단독으로 소유한 밭을 말합니다.
부르고뉴에서 끌리마(Climat)라고 부르는 포도밭은 주인이 여러 명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에 혁명 정부가 부르봉 왕가에 충성하던 수도원과 귀족들의 포도밭을 몰수해서 지역 주민들에게 유상 분배했고, 그 후에는 나폴레옹이 만든 상속법에 따라 자손들에게 균분 상속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부르고뉴 와인은 같은 ‘밭’ 이름을 붙인 다른 와인 생산자가 만든 와인이 많습니다. 어떤 와인 생산자들은 다른 생산자가 가진 밭이랑을 하나하나 사들여서 마침내 포도밭 전체를 소유하게 되는데, 이런 밭을 모노폴이라고 합니다. 부르고뉴에는 수많은 포도밭이 있지만 모노폴 포도밭은 단지 25개뿐이라고 합니다.
끌로 라 마르쉐 포도밭은 멕퀴레 마을 어귀에 있고 진흙과 석회암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밭의 방향은 남쪽에서 동북쪽으로 뻗어있고 해발 고도는 220~380m입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깨끗하고 선명한 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초반에 나무와 허브향이 나오지만 그리 강하진 않습니다. 나무의 향긋한 향이 이어지면서 점점 레드 체리와 약한 딸기향이 퍼집니다. 크랜베리와 블루베리, 레드 커런트 향이 짙어지고, 마른 과일 향도 약간 나옵니다. 나무와 붉은 과일 향이 점차 다양하게 퍼지며, 제대로 향을 올라오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유리 같이 투명하고 굳세며 짱짱합니다. 밀도는 라이트 바디보다 약간 진한 정도입니다.
드라이하며 산미는 강렬하고 짜릿합니다. 레드 체리와 크랜베리, 레드 커런트 같은 붉은 과일 풍미와 함께 블루베리처럼 진한 과일 풍미도 맛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말린 과일 풍미도 살짝 나옵니다. 둔중하지 않고 가볍고 상쾌하며 힘이 있으나 우왁스럽진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붉은 과일 위주의 다양한 풍미가 좋지만, 식물성과 나무 느낌은 향과 달리 맛에선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밝고 싱그러운 말괄량이 아가씨 같은 이미지를 지닌 와인으로 여운에선 기분 좋은 붉은 과일 풍미가 길게 이어집니다.
강렬하고 풍성한 산미에 탱탱한 탄닌이 어우러졌고, 알코올이 적당하게 받쳐줍니다. 좋습니다.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와인이지만, 구운 적색육이나 크림소스를 곁들인 백색육 요리와 특히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5년 3월 13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