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맛 들인 고대 로마인이 와인 사업의 수익성을 알게 되면서 자신들의 정복지에 포도밭을 가꾸게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알프스산맥을 넘어 남부와 중부 유럽을 석권해 나가는 로마군의 군화 발자국을 따라 포도나무와 와인도 유럽 각지로 퍼져 나갔죠. 하지만 로마군이 정복지마다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만든 것은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군인들의 건강이 더 큰 이유였죠.
요즘도 상수도 시설이 안 좋은 곳에서 물을 잘못 마시면 배탈이 날 수 있습니다. 로마군이 알프스 너머 유럽 대륙을 정복해 나갔던 옛날에는 이런 상황이 더욱 심했겠죠. 만약 병균이 우글거리는 물을 잘못 마셨다가 부대 안에 이질이 퍼지기라도 한다면 전투력을 몽땅 잃어버리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러시아로 쳐들어갔던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을 더 괴롭힌 것은 코작 기병보다 이질균이었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당시에 일본군도 이질 때문에 한참 고생했습니다.
로마군이 병사들에게 배급했던 음료수를 포스카(posca)라고 합니다. 식초로 넘어가기 직전의 시큼한 와인을 물에 타서 섞은 것이죠. 군인들에게 포스카를 배급한 것은 우선 값이 쌌고, 물보다 덜 변질되는 데다 알코올 도수가 일반 와인보다 낮아서 취할 우려가 적기 때문이었습니다. 포스카는 군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많이 마셨는데 주로 막노동자나 노예들이 마셨습니다. 그들이 포스카를 주로 마신 것은 물론 돈이 없어서겠죠.
<참고 자료>
1. 로도 필립스 지음, 이은선 옮김, 도도한 알코올, 와인의 역사, 서울 : 시공사, 2002
2. 영문 위키피디아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