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1926년에 심은 포도나무의 포도로 만든 와인 - Domaine Laurent Pere et Fils Bourgogne Cuvee 1926 2009

까브드맹 2014. 1. 3. 06:00

도멘 로랑 페레 에 피스 부르고뉴 뀌베 1926 2009

1. 도멘 로랑 페레 에 피스(Domaine Laurent pere et fils)

와인을 만들기 전엔 파티시에(patissier)로 일했던 도미니크 로랑(Dominique Laurent)은 강렬한 이미지의 소유자이지만 실제 성격은 상냥하다고 합니다. 최고의 부르고뉴 와인을 만들기 위해 그는 해마다 여러 포도밭의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소량의 포도를 구매하죠. 뉘 생 조르쥬(Nuits Saint Georges)의 작은 지하 셀러에서 와인을 만들 때 그는 열정과 함께 이른바 '마술 배럴(Magic Barrel)’로 와인을 숙성합니다.

와인 양조에 타고난 재능을 지닌 로랑은 와인이 순수하고 깔끔한 과일 맛과 향뿐만 아니라 포도가 자란 곳의 테루아를 보존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노력합니다. 자연효모를 이용하여 발효하기에 그의 와인은 발효가 완료될 때까지 때때로 여러 달이 걸립니다. 와인을 양조할 때 발생하는 산화를 막으려고 다른 도멘에서는 이산화황 같은 산화방지제를 사용하지만, 그는 인공 첨가물이 와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자연발생하는 탄산가스를 사용하죠.

영국의 저명한 와인 평론가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은 로랑을 지난 세기의 다양한 양조기술을 탐구하고 되살리려는 와인 생산자라고 말합니다. 그는 인위적인 작업을 최소화하고 새 오크통을 최대한 많이 사용하는 자신의 양조법을 각기 다른 포도밭과 빈티지에 맞춰서 알맞게 쓸 수 있도록 연구합니다. 이런 노력은 매우 야심적인 것이지만 종종 지역마다 거칠고 풍미가 매우 다른 와인이 나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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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은 와인을 숙성할 때 수제 통 널빤지로 특별 제작한 오크통을 사용합니다. 병에 담기 전까지는 이스트 잔해(lee)를 함께 남겨둬서 와인에 이스트 풍미가 배도록 하죠. 인위적인 작업을 배제하려고 숙성하는 동안 통갈이를 할 때엔 펌프를 쓰지 않습니다. 와인은 대부분 첫 단계에서 100% 새 오크통으로 숙성되지만, 풍미가 진하고 구조가 조밀한 일부 와인은 두 번째 단계에서도 100% 새 오크통으로 숙성되죠.

이렇게 만든 와인은 우아하고 유연한 짜임새와 과일 향, 복합적인 풍미를 가진 절묘한 맛을 보여주고, 믿을 수 없이 훌륭한 여운을 갖게 됩니다.

그는 현재 아래와 같은 와인을 생산합니다.

① 부르고뉴 레드 와인과 부르고뉴 빠스-뚜-그랭(Bourgogne Passe-tout-grains)

② 오래된 포도원에서 재배한 마을 단위 와인으로 강렬한 향과 함께 도미니크 로랑이 추구하는 테루아의 표정이 살아있는 그랑 뀌베(Grand Cuvées) 9종

③ 수령이 오래된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특별히 선정된 프르미에 크뤼 8종과 그랑 크뤼 9종

현재 도미니크 로랑이 운영하는 사업체는 3개입니다. 하나는 기존의 네고시앙, 다른 하나는 아들 쟝(Jean)과 함께 운영하는 도멘 로랑 페레 에 피스, 마지막으로 특별한 통널을 사용하여 이른바 ‘매직 배럴’을 생산하는 오크통 제조사입니다. 로랑과 그의 아들이 운영하는 도멘은 적극적으로 포도밭을 구매해서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1926년에 심은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도멘 로랑 페레 에 피스의 부르고뉴 뀌베 1926 (Bourgogne Cuvee 1926)은 2007년에 첫 빈티지가 나온 와인입니다. 부르고뉴 꼬뜨 도르(Cote d’Or)의 뉘 생 조르쥬 마을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를 사용하지만, 아펠라시옹 부르고뉴 꽁트롤레(Appellation Bourgogne Controlee)로 레지오날 등급이죠. 약 3헥타르 면적의 포도밭에서 매년 7천 병가량 생산합니다.

창백한 루비 색으로 주변부는 살짝 퍼플빛입니다. 붉은 과일과 허브, 견과류, 향 내음을 풍기다가 점차 묵직한 나무 향과 검은 과일향이 나옵니다. 향의 느낌은 창백하고, 그다지 강렬하진 않습니다. 나중엔 먼지와 버섯 향도 올라옵니다.

묵직하진 않지만, 바닥에 가라앉은 듯한 이미지를 떠오르네요. 구조는 탄탄합니다.

드라이하고 씁쓸합니다. 피노 누아답게 산도는 높고 좋군요. 과일과 나무 풍미를 중심으로 허브, 견과류, 버섯 등의 풍미가 있습니다. 와인의 힘은 보통이며, 착 가라앉은 듯한 느낌입니다. 생각보다 단순한데, 좀 더 시간을 두고 마시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집니다. 제법 길게 이어지는 여운은 같은 등급의 다른 부르고뉴 와인보다 더 낫습니다.

풍미와 탄닌, 산도, 알코올의 균형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 덜 열린 듯하군요. 셀러에 2~4년 정도 더 뒀다가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섬세하게 조리된 소고기 요리, 머릿살 부위 같은 참치 붉은 살, 와인으로 조리한 꼬꼬뱅 같은 닭고기 요리 등과 어울리는 맛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2년 5월 11일 시음했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에 관한 기본 정보는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개요

1. 4개의 지역 1) 샤블리(Chablis) : 부르고뉴에서 가장 북쪽의 와인 생산지입니다. 샤르도네(Chardonnay)로 다양한 등급의 화이트 와인을 생산합니다. 2) 꼬뜨 도르(Cote-D’Or) : ‘황금의 언덕’이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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