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로 데 로스 시에떼(Clos de Los Siete) 2009는 미셸 롤랑(Michel Rolland)을 비롯한 7명의 와인 생산자가 아르헨티나의 멘도사(Mendoza) 주에 있는 우코 밸리(Uco Valley)에서 재배한 말벡(Malbec) 48%에 메를로(Merlot) 28%,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12%, 시라(Syrah) 12%를 넣어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끌로 데 로스 시에떼(Clos de Los Siete)
영화 몬도비노(Mondovino)에선 다소 속물적인 인물로 비쳤지만, 미셸 롤랑(Michel Rolland)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와인 양조 컨설턴트 중 한 명입니다. 플라잉 와인메이커(flying winemaker)라 불릴 만큼 세계 곳곳을 날아다니며 와인 양조 컨설팅을 하는 미셸 롤랑이 특히 주목하는 지역이 남미의 아르헨티나입니다.
1988년 미셸 롤랑은 아르헨티나 와인 생산자들의 요청으로 아르헨티나의 와인 생산지를 방문했습니다. 미셸 롤랑은 포도 재배를 위한 천혜의 환경을 갖춘 아르헨티나의 자연에 푹 빠졌고, 아르헨티나 와인의 잠재력을 간파했죠. 프랑스로 돌아온 미셸 롤랑은 보르도 뽀므롤(Pomerol)을 근거지로 와인을 생산하던 와인 양조자 장 미셸 아르코트(Jean-Michel Arcaute)에게 이른바 <팜파스 낙원(Pampa Eldorado)>이라는 자신의 구상을 이야기하고, 함께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장 미셸은 미셸 롤랑의 계획에 참여했고, 또 다른 보르도 와인 생산자 다섯 명이 그들의 계획에 합류합니다. 7인의 와인 생산자 명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미셸 롤랑(Michel Rolland)
② 장 미셸 아르코트(Jean-Michel Arcaute)
③ 로랑 다소(Laurent Dassault) :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인 샤토 다소(Ch. Dassault)의 오너
④ 벤자민 드 로칠드(Benjamin de Rothschild) : 리스트락 메독(Listrac Médoc)에 있는 샤토 클라크(Ch. Clarke)의 오너
⑤ 베르트랑 퀴벨리에(Bertrand Cuvelier)와 장-귀 퀴벨리에(Jean-Guy Cuvelier) : 생 줄리앙(St Julien)의 크랑 크뤼 클래스 와인인 샤토 레오빌 쁘와페레(Ch. Léoville Poyferré)의 오너
⑥ 까트린느 페레 베르제(Catherine Péré-Vergé) : 뽀므롤의 샤토 르 게(Ch. Le Gay)와 샤토 몽비엘(Ch. Montviel) 오너
⑦ 알프레드-알렉상드르 보니(Alfred-Alexandre Bonnie) : 그라브 크랑 크뤼 클래스 와인인 샤토 말라르틱 라그라비에르(Ch. Malartic Lagravière)의 오너
이들 7인은 아르헨티나 멘도사에서 포도를 기르기에 아주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땅을 발견합니다. 그들이 찾아낸 땅은 해발 1,200m의 고지대로 척박하고 커다란 자갈이 깔려있는 곳이었죠. 이런 토양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맑은 날이 계속되는 아르헨티나 기후와 맞물려 포도 재배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죠.
와인 생산자들은 곧 840헥타르 정도의 토지를 사들인 후 7개의 구획을 가진 포도원을 세웠습니다. 그들은 각각 100 헥타르가 조금 넘는 7개의 포도밭에 12종의 포도를 심었죠. 포도는 보르도에서 많이 사용하는 더블 기요 프루닝(double guyot pruning) 기법으로 재배되었습니다.
2002년 3월 드디어 첫 와인이 탄생했습니다. 이름은 끌로 데 로스 시에떼(Clos de Los Siete). 7개의 구획으로 나뉜 포도원을 뜻하며 팜파스 낙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7인을 의미합니다. 레이블에 그려진 7개의 꼭짓점을 지닌 별 역시 7인의 와인 생산자와 7개의 구획으로 이루어진 포도원을 상징하죠.
아르헨티나 레드 와인답게 끌로 드 로스 시에떼는 말벡이 가장 많이 들어갔죠. 그 외에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순으로 들어갔습니다. 숙성은 프랑스 오크통에서 11개월 동안 했습니다.
끌로 드 로스 시에떼는 와인잡지 <더 월드 오브 파인 와인(The World of Fine Wine)>의 편집자인 닐 베케트가 쓴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 1001"에도 올라갔을 정도로 출시 이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빈티지의 와인 스펙테이터 점수와 로버트 파커 점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 2007 빈티지 : WS 점수 88점, RP 점수 91점
◯ 2008 빈티지 : WS 점수 89점, RP 점수 90점
◯ 2009 빈티지 : WS 점수 89점, RP 점수 90점
◯ 2010 빈티지 : RP 점수 89점
2. 와인의 맛과 향
진한 퍼플빛입니다. 진하고 농후한 검은 과일과 말린 과일 향이 납니다. 잘 익은 서양자두와 말린 자두, 블랙 체리 향이 가득 퍼지네요. 허브와 결명자 향도 풍기고 오크 향도 있지만, 과일과 허브 향에 눌려 별로 인상 깊진 않습니다. 타임(thyme) 향도 약하게 올라오네요. 차차 다크 초콜릿의 기름진 향과 캐러멜 향도 풍깁니다. 향이 진하고 양도 많군요.
진하고 두터우며 농후합니다. 중후한 구조는 단단하지 않으나 두께가 있습니다. 풍부한 탄닌은 꽤 부드럽습니다.
드라이해도 과일 풍미가 진해서 단 풍미가 물씬 느껴집니다. 다소 씁쓸하고 짭짤한데, 산미의 양과 질이 충분치 않아서 많이 마시면 질릴 것 같습니다. 검은 과일과 태운 나무 풍미가 주로 나오고, 나무와 허브 풍미도 스며있습니다. 풍부한 탄닌은 떫지 않고 부드러워서 마치 두터운 벨벳 같습니다. 다크 초콜릿의 기름진 맛도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슬며시 단맛이 나옵니다. 여운은 상당히 길며, 타임과 태운 나무 풍미가 남습니다.
검은 과일 위주의 풍성한 과일 풍미에 14.5%의 알코올과 풍부한 탄닌이 만드는 잘 짜인 구조가 어울려 잘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만 산미의 양과 힘이 다소 부족한 것이 아쉽네요. 가성비 뛰어난 아르헨티나 와인답게 품질과 비교해서 가격이 좋습니다.
양고기와 소고기 스테이크, 등심 구이, 풍미가 진한 소스를 얹은 육류 요리, 향이 강한 숙성 치즈 등과 잘 어울리는 맛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3년 12월 11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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