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미국] "햇빛 가득한 캘리포니아에서 온 풍부한 블랙커런트와 체리 풍미” - Simply Zinfandel

까브드맹 2013. 11. 4. 06:00

심플리 진판델

1. 심플리 진판델(Simply Zinfandel)

심플리 진판델은 코카 콜라의 자회사로 미국에서 가장 큰 와인 생산자 중 하나이며, 저렴한 와인부터 프리미엄급 와인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더 와인 그룹(The Wine Group)에서 만들고 홈플러스에서 판매하는 와인입니다. 더 와인 그룹에서 만들지만 심플리(Simply)라는 브랜드로 나오죠.

이 와인은 바르베라(Barbera)와 루비 까베르네(Ruby Cabernet) 포도도 사용했지만, 주요 품종은 진판델입니다.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포도인 진판델은 가장 미국적인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품종입니다. 짙은 색깔, 묵직한 무게감, 풍부하고 부드러운 탄닌, 강렬하고 달콤한 과일 향이 진판델 와인의 대표적인 특징이죠. 그러나 진판델의 고향은 미국이 아니라 동유럽의 크로아티아(Croatia)입니다. 크로아티아 포도가 미국으로 건너간 사연에 대해선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크로아티아] 진판델/프리미티보 -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포도 (재업)

원래 동유럽에서 태어났지만, 이제는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포도로 자리 잡은 진판델(Zinfandel)은 가장 미국적인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품종입니다. 짙은 색깔, 묵직한 느낌, 풍부하고 부드러운

aligalsa.tistory.com

와인 레이블을 자세히 보면 빈티지 표시가 없습니다. 같은 해에 수확한 포도만 사용하지 않고 여러 해의 포도 주스를 사용했기 때문이죠. 마개는 따기 좋게 스크루 캡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러모로 실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미국 와인이군요.

레이블에는 “햇빛 가득한 캘리포니아에서 온 풍부한 블랙커런트와 체리 풍미”와 “풍부한 과실맛으로 마무리되는 맛있는 블랙체리와 블랙커런트 풍미”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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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의 맛과 향

색은 중간 농도의 퍼플색입니다. 향이 풍부합니다.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 향에 풋풋한 식물성 향이 함께 뒤엉켜 있군요. 향신료 향이 느껴지지만 그리 향긋하지 않고, 젖은 식물 줄기에서 풍기는 비린내 같은 향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향긋한 나무진 향이 나오고, 건포도 같은 달콤한 말린 과일 향이 올라옵니다.

중간 정도의 무게에 탄닌의 양은 보통입니다. 약간 까끌까끌하지만, 떫은맛이 많은 건 아니라서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구조는 약간 조잡한 편이네요.

대체로 드라이하지만 단맛이 바닥에 살짝 깔려 있습니다. 산도는 제법 강하지만 품질은 다소 허술합니다. 단 과일 풍미가 있으나 고급 진판델 와인에서 맛볼 수 있는 우아하고 진하며 깊은 느낌은 아닙니다. 향에선 검은 과일 느낌이 강하지만 맛에선 붉은 과일 맛이 더 느껴지네요. 서양자두 중심의 과일 풍미에 베리류 과일 느낌도 약간 섞였습니다. 평범하고 단순해서 복합적이고 세련된 맛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진판델 와인은 과일 풍미가 강하고 단 것이 많아서 단 소스를 뿌린 고기 요리와 잘 맞는데, 이 와인은 단맛이 부족하고 신맛이 강해서 조금 애매합니다. 오뚜기 햄버거 스테이크와 함께 먹었는데 와인의 신맛이 더 강해서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햄버거 스테이크의 소스가 좀 밀리더군요. 오뚜기 햄버거 스테이크의 재료가 어느새 쇠고기와 돼지고기에서 닭고기로 바뀐 것도 궁합이 맞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여운의 길이와 느낌은 나쁘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뤘지만, 짜임새가 미흡해서 좀 엉성한 구석이 있습니다. 진판델 와인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단맛 나는 고기 요리와 함께 먹기엔 괜찮은 맛이네요. 가격을 생각하면 쓸만하며,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것도 이 와인의 장점입니다.

토마토소스를 얹은 파스타, 돼지고기와 쇠고기로 토핑 한 피자, 햄버거, 양념이 강하지 않은 각종 치킨, 멕시코 요리 등과 잘 맞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D+로 맛과 향이 부족한 와인입니다. 2012년 9월 14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