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마리아쥬

[마리아쥬] 생선회와 어울리는 와인 3종

까브드맹 2009. 8. 5. 00:02

흰살 생선회 모듬

많은 분이 여름이나 겨울이나 즐겨 먹는 생선회와는 무슨 술이 좋을까요? 어떤 분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쏘주지!" 하시지만, 솔직히 소주는 회의 맛을 돋워주는 술은 아니지요. 회를 먹다가 물리면 쓴맛으로 회 맛을 눌러줘서, 다시 먹게 해줄 수 있다고나 할까? 뭐 그런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소주하고 먹었을 때 회의 맛이 더 살아난다고는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또 어떤 분은 사케가 회의 맛을 살려주는 데 가장 좋다고 하시는데, 저는 사케에 대해 잘 모르니 이 부분은 패쓰~~~ 결국 제가 그래도 쬐끔 마셔봤다는 와인하고 매칭을 해본 기억을 떠올려보면, 아래의 와인들이 회와 잘 맞는 것 같더군요. 

첫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깔끔하고 상큼한 화이트 와인의 대명사인 소비뇽 블랑 와인들입니다.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과 신선한 풀향들이 회의 비린 맛을 가셔주게 하고 감칠맛을 더 살려줍니다. 그리고 회의 육질을 좀 더 탱탱하게 느껴지게 하지요. 약간 밍밍한 듯한 소비뇽 블랑 와인들도 회와 닿는 순간 펄펄 살아나는 경우를 많이 겪었습니다. 저렴하게 마시려면 신대륙의 것들도 좋지만, 역시 최고는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소비뇽 블랑 와인인 것 같아요. 이 루아르의 와인 중에서 독특한 경험을 한 와인이 있었습니다.

디디에 다그노 블랑 퓌메 드 뿌이

그가 와인을 내놓는 순간 수많은 프랑스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가 바뀐다는, 디디에 다그노씨의 와인인 블랑 퓌메 드 뿌이(Blanc Fume' de Pouilly) 입니다. 그가 만드는 와인 중에서는 저렴한 편입니다만, 암튼 이 와인을 마셨을 때 느꼈던 그 당혹스러움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소비뇽 블랑하면 생각나는 상큼함이 아니라 물 탄 바닷물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짜'더라구요. 네, 틀림없이 짰습니다. 아마도 미네랄 함량이 많아서겠지요. 그런데 우스운 게 이게 회와 함께 하는 순간, 오묘하게도 서로 맛이 상승하는 겁니다. 회의 맛도 상승하고...마치 바다에서 막 잡아서 회 쳐 먹는 그런 느낌??을 갖게 하더군요. 와인도 좀 더 복잡한 맛을 내고... 암튼 엄청 신기한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소비뇽 블랑 와인에서는 그렇게 느껴본 적이 없으니 짠맛이 싫으신 분들은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을 선택해주시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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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는 어지간한 음식과 다 매칭시킬 수 있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입니다.

소아베 와인도 괜찮고 오르비에또도 괜찮습니다. 다만 이탈리아 재래 품종인 트레비아노나 가르가네가, 또는 피노 그리지오로 만든 와인이어야지, 이탈리아 와인이라고 해서 샤르도네로 만든 와인은 좀 난감해집니다...회와 잘 안 맞거든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은 물처럼 맛이 싱거운 편이어서 선호하시는 분들이 드문데요, 이게 회와 먹을 때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합니다. 사과와 같은 상큼함이 회와 잘 어울리고, 약한 바디감과 맛이 은근히 회의 맛을 살려주고 잘 받쳐주거든요. 그래서 광어나 농어 같은 흰살생선하고 함께 하면 참 좋습니다. 더구나 이탈리아 고유 품종의 화이트 와인은 가격도 저렴한 편이니 금상첨화인 셈이지요.

세 번째는 좀 뜻밖의 와인인데 피노 누아, 특히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입니다.

이 피노 누아 와인들이 어울리는 생선들은 참치를 필두로 하는 붉은 살에 기름이 많은 생선 종류들입니다.

첨치회
(참치의 요런 부위들입니 다)

참치의 고급 부위하고 잘 맞고요, 고등어회와도 잘 맞습니다. 아마 피노 누아의 적은 탄닌이 생선의 육질과 거스르지 않고, 기름기 많은 생선의 경우에 적절히 조화를 이루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 종류의 와인을 회와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추천해드립니다. 흰살생선의 경우에는 소비뇽 블랑, 이탈리아 화이트 쪽으로 드셔보시고, 붉은 살 생선의 경우 피노 누아 쪽으로 시도해 보세요. 실패가 두려우신 분들은 소비뇽 블랑 쪽이 가장 무난할 겁니다. 그럼 맛있는 생선회에 와인을 드시면서 즐겁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