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이 여름이나 겨울이나 즐겨 먹는 생선회와는 무슨 술이 좋을까요? 어떤 분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쏘주지!" 하시지만, 솔직히 소주는 회의 맛을 돋워주는 술은 아니지요. 회를 먹다가 물리면 쓴맛으로 회 맛을 눌러줘서, 다시 먹게 해줄 수 있다고나 할까? 뭐 그런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소주하고 먹었을 때 회의 맛이 더 살아난다고는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또 어떤 분은 사케가 회의 맛을 살려주는 데 가장 좋다고 하시는데, 저는 사케에 대해 잘 모르니 이 부분은 패쓰~~~ 결국 제가 그래도 쬐끔 마셔봤다는 와인하고 매칭을 해본 기억을 떠올려보면, 아래의 와인들이 회와 잘 맞는 것 같더군요.
첫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깔끔하고 상큼한 화이트 와인의 대명사인 소비뇽 블랑 와인들입니다.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과 신선한 풀향들이 회의 비린 맛을 가셔주게 하고 감칠맛을 더 살려줍니다. 그리고 회의 육질을 좀 더 탱탱하게 느껴지게 하지요. 약간 밍밍한 듯한 소비뇽 블랑 와인들도 회와 닿는 순간 펄펄 살아나는 경우를 많이 겪었습니다. 저렴하게 마시려면 신대륙의 것들도 좋지만, 역시 최고는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소비뇽 블랑 와인인 것 같아요. 이 루아르의 와인 중에서 독특한 경험을 한 와인이 있었습니다.
그가 와인을 내놓는 순간 수많은 프랑스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가 바뀐다는, 디디에 다그노씨의 와인인 블랑 퓌메 드 뿌이(Blanc Fume' de Pouilly) 입니다. 그가 만드는 와인 중에서는 저렴한 편입니다만, 암튼 이 와인을 마셨을 때 느꼈던 그 당혹스러움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소비뇽 블랑하면 생각나는 상큼함이 아니라 물 탄 바닷물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짜'더라구요. 네, 틀림없이 짰습니다. 아마도 미네랄 함량이 많아서겠지요. 그런데 우스운 게 이게 회와 함께 하는 순간, 오묘하게도 서로 맛이 상승하는 겁니다. 회의 맛도 상승하고...마치 바다에서 막 잡아서 회 쳐 먹는 그런 느낌??을 갖게 하더군요. 와인도 좀 더 복잡한 맛을 내고... 암튼 엄청 신기한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소비뇽 블랑 와인에서는 그렇게 느껴본 적이 없으니 짠맛이 싫으신 분들은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을 선택해주시면 되겠네요.
두 번째는 어지간한 음식과 다 매칭시킬 수 있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입니다.
소아베 와인도 괜찮고 오르비에또도 괜찮습니다. 다만 이탈리아 재래 품종인 트레비아노나 가르가네가, 또는 피노 그리지오로 만든 와인이어야지, 이탈리아 와인이라고 해서 샤르도네로 만든 와인은 좀 난감해집니다...회와 잘 안 맞거든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은 물처럼 맛이 싱거운 편이어서 선호하시는 분들이 드문데요, 이게 회와 먹을 때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합니다. 사과와 같은 상큼함이 회와 잘 어울리고, 약한 바디감과 맛이 은근히 회의 맛을 살려주고 잘 받쳐주거든요. 그래서 광어나 농어 같은 흰살생선하고 함께 하면 참 좋습니다. 더구나 이탈리아 고유 품종의 화이트 와인은 가격도 저렴한 편이니 금상첨화인 셈이지요.
세 번째는 좀 뜻밖의 와인인데 피노 누아, 특히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입니다.
이 피노 누아 와인들이 어울리는 생선들은 참치를 필두로 하는 붉은 살에 기름이 많은 생선 종류들입니다.
참치의 고급 부위하고 잘 맞고요, 고등어회와도 잘 맞습니다. 아마 피노 누아의 적은 탄닌이 생선의 육질과 거스르지 않고, 기름기 많은 생선의 경우에 적절히 조화를 이루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 종류의 와인을 회와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추천해드립니다. 흰살생선의 경우에는 소비뇽 블랑, 이탈리아 화이트 쪽으로 드셔보시고, 붉은 살 생선의 경우 피노 누아 쪽으로 시도해 보세요. 실패가 두려우신 분들은 소비뇽 블랑 쪽이 가장 무난할 겁니다. 그럼 맛있는 생선회에 와인을 드시면서 즐겁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