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캘리포니아 샤도네이 와인
캘리포니아에선 전통 양조법과 현대 과학을 융합해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만듭니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의 최고급 와인은 프랑스의 그랑 크뤼(Grand cru) 와인 같은 유럽 최고의 와인들과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죠. 특히 나파밸리(Napa Valley)와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 좀 더 서늘한 북부 해안 지역에선 놀라운 품질의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중적인 와인도 많이 생산합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샤도네이(Chardonnay) 포도로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와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샤도네이 와인은 매우 진하고 묵직하며, 산도는 낮지만 알코올 도수는 높은 편이죠. 오크 숙성을 많이 해서 '버터 폭탄'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버터와 볶은 견과류 풍미가 강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오크 사용을 자제하면서 섬세하고 과일 풍미가 두드러지는 샤도네이 와인도 많이 만듭니다.
한때 코카 콜라 컴퍼니에 속했던 더 와인 그룹(The Wine Group)에서 생산하는 심플리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는 캘리포니아에서 재배하고 수확한 샤도네이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좋은 향과 맛이 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하기 위해 다른 연도의 와인을 혼합해서 넌 빈티지(non vintage)로 만들었고, 따기 쉽게 마개를 코르크가 아닌 스크루 캡으로 했습니다. 깊은 고민 없이 오로지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진 와인이랄 수 있죠.
2. 와인의 맛과 향
진한 레몬색입니다. 농익은 진한 파인애플, 혹은 단내가 다소 진하게 나오는 열대과일, 또는 연한 꿀 향이 납니다. 무르익은 바나나 향도 살짝 나오죠. 시간이 지나면 어설프게나마 버터 향도 살짝 피어오릅니다.
부드럽고 묵직하게 입안을 채웁니다. 부르고뉴 샤르도네처럼 섬세하고 짜임새 있진 못하고 다소 서툴고 투박하네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괜찮습니다.
드라이하지만 새콤한 산미가 침이 고이게 만들고, 과일 풍미가 달게 느껴집니다. 풋풋한 풀과 나무 풍미도 다소 섞여 있지만,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젊은 느낌을 줍니다. 약간 씁쓸한 맛도 나네요. 백도 복숭아 맛과 모과 향, 약간 말린 사과의 신맛, 식물성 기름 느낌이 어우러져 강하고 재미있는 풍미가 나옵니다.
오크를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것 같지는 않지만, 잘 익은 과일 풍미를 가릴 정도로 강하진 않습니다. 다만 나무의 탄닌 기운이 슬쩍 느껴지는데, 수확할 때 딸려 들어간 포도 줄기 때문인지, 나중에 숙성 과정에서 더해진 오크 때문인지 판단이 안 섭니다. 아마 인건비 때문에 기계 수확을 했을 것이라 보고 전자일 거로 추측해 봅니다.
후반에는 약간 느끼하고 비린 맛도 살짝 나타납니다. 시간이 지나면 신맛과 함께 덜 익은 과일 맛과 씁쓸한 맛도 강해집니다. 저가 와인의 한계로군요. 제법 여운이 있고 느낌도 나쁘지 않습니다.
산미와 과일 풍미가 잘 어우러져 좋은 균형을 보여줍니다. 진한 과일 풍미와 오크 느낌이 있는 캘리포니아 샤도네이 와인의 특징이 조금이나마 나오는군요. 가격보다 괜찮은 품질로 묵직한 맛, 강한 열대 과일 풍미, 높은 산도, 강한 인상 등등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할 만한 맛이 나옵니다.
찌거나 구운 후 풍부하고 진한 풍미를 지닌 소스를 얹은 해산물 요리, 크림 파스타, 치즈를 잔뜩 얹은 피자, 매콤하지 않고 단맛과 신맛이 두드러진 옛날 스타일의 탕수육 등과 잘 맞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2년 9월 11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