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플리 보르도 클라레(Simply Bordeaux Claret)
클라레(Claret)는 영국에서 보르도 레드 와인을 부를 때 자주 쓰는 명칭입니다. 프랑스어 "클레레(Clairet)"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르도에서 생산하는 색이 연한 레드 와인이나 색이 진한 로제 와인을 일컫는 말이죠. 클라레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하단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AOC 등급 와인인데도 희한하게 넌 빈티지(Non Vintage)인 심플리 보르도 클라레(Simply Bordeaux Claret)는 메를로(Merlot)와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포도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와인에 과일 향이 가득하죠. 가격이 싸지만 인조나 합성 코르크가 아니라 천연 코르크를 사용했고, 채식주의자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양조 과정에서 물고기 부레나 달걀흰자 같은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보르도 레드 와인은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지만, 이 와인은 구매 후 1년 이내가 가장 맛있을 때라고 합니다. 사신 후에 가급적 빨리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다소 진한 퍼플색입니다. 검붉은 과일 향이 풍부합니다. 잘 익은 서양자두와 블랙커런트, 약간의 프룬(prune) 향이 나오네요. 오크 향과 함께 덜 익은 포도에서 비롯된 비린내가 약간 섞인 식물성 향도 있습니다. 마른 김 냄새와 비슷한 향도 풍깁니다. 시간이 지나면 오크 처리로 생기는 부드럽고 달착지근하며 밀키(Milky)한 향이 약간씩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향신료 향도 나오는군요.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더 풍부해지는 보르도 와인답습니다.
처음엔 부드럽지만 끝에 약간 떫은 탄닌 기운이 있습니다. 생각 외로 구조가 충실하고 약간 묵직합니다. 밀도도 탄탄하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부드러워지고 떫은맛도 거의 사라집니다.
드라이하지만 풍부한 과일 향 덕분에 약간 단 풍미가 나옵니다. 코를 막고 마시면 시고 떫기만 하겠지만, 그냥 마시면 약간 달게 느껴질 수 있죠. 산미는 품질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적당한 수준입니다. 양도 풍부해서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쉽게 질리지 않게 해 주네요. 물론 중간 가격대 이상의 와인보다 정갈한 맛이 부족해서 와인만 마시면 한두 잔만에 질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맛이 농밀하고 향처럼 서양자두와 블랙커런트, 프룬 같은 과일 풍미가 진해서 드라이하고 오크 풍미가 강한 보르도 와인이 아니라 칠레산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같은 인상을 줍니다. 스타일에서 신대륙 와인과 가까워지려는 프랑스 저가 와인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일까요? 진한 질감과 풍부한 과일 풍미로 드라이한 레드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분에게 권해줄 만합니다.
여운은 평범합니다. 고급 와인과 일반 와인의 차이는 여운에서 잘 드러나는데, 이 와인은 저가라서 역시 특별한 인상을 주진 않는군요. 나쁘진 않지만 여운의 길이가 짧고 별다른 감흥도 없습니다.
풍부하고 진한 과일 향과 드라이한 맛, 부드럽고 넉넉한 산미, 적당한 알코올이 어울려서 균형은 괜찮습니다. 다만 마시기 편할 뿐 기억에 남을 만한 인상을 주진 않습니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와인으로 가격 이상의 품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진하고 과일 향이 풍부한 와인을 좋아한다면 몇 병 사뒀다가 데일리 와인으로 마시면 좋을 것 같군요.
돼지고기와 감자, 치즈가 풍부하게 올라간 피자, 저렴한 쇠고기 잡부위, 양념한 햄버거 스테이크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3년 1월 19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