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남아공] "와인은 단순한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인생에 즐거움을 더해줘야 한다." - Kumala Cabernet Sauvignon Shiraz 2009

까브드맹 2011. 8. 22. 06:00

쿠마라 까베르네 소비뇽 쉬라즈 2009

쿠마라(Kumala) 와이너리의 까베르네 소비뇽 쉬라즈 2009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웨스턴 케이프(Western Cape)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쉬라즈(Shiraz) 포도를 반반씩 사용해서 만드는 레드 와인입니다.

1. 좋은 와인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의 대답은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보르도처럼 유명한 생산지에서 만든 높은 등급의 와인이거나, 이름난 와인 생산자가 만들거나, 유기농으로 만들거나, 혹은 비싸거나 등등... 하지만 "맛있는 와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사실 정답이 없다고 봅니다. 내 입에 맞는 와인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와인일 테니까요.

와인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와인 중 하나가 미국산 콩코드(Concord) 포도로 만드는 달착지근한 콩코드 와인입니다. 모건 데이비드를 비롯한 몇몇 생산자가 만드는데, 단 걸 좋아하는 노인분에게는 아마 제일 맛있는 와인일 겁니다. 콩코드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프랑스 보르도 와인은 달지 않고 떫은 데다 값도 비싸니 영 아닌 와인이죠. 반대로 탄닌이 입안을 조여주는 맛을 즐기는 분에겐 스페인 남부의 와인처럼 탄닌이 가득 든 것이 제일 맛있는 와인일 겁니다. 섬세한 질감과 향을 즐기는 분은 아무래도 피노 누아로 만든 와인이 제일 맛있는 와인일 테고, 바닐라와 박하 향이 강한 와인이 맛있는 분에겐 호주 쉬라즈 와인이 최고겠죠. 이렇게 개인의 입맛에 따라 "맛있는 와인"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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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 맛있는 와인이 제각각이라면,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와인이 가능한 한 싸길 바래야 합니다. 제품 차이가 크지 않은 소주와 맥주, 막걸리는 가격이 거기서 거기이지만, 와인은 품질과 명성에 따라 가격이 수천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니까요. 그래서 5천 원짜리 스페인 와인이 맛있으면 큰 부담 없이 와인을 즐길 수 있겠지만, 와인 가격이 낮아도 10만 원 이상이어야 맛있으면 열심히 돈을 벌든 모으든 해야겠죠. 저처럼 거의 모든 종류의 와인을 즐기면 같은 가격대에서 가장 맛있는 와인을 찾아 필사적으로(?) 와인을 시음해야 할거고요.

와인의 맛과 품질은 보통 가격과 비례하는 일이 많지만, 반드시 일치하진 않습니다. 형편없는 맛인데도 판촉을 잘해서 비싼 가격에 팔리는 와인이 있지만, 생산자와 판매자가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비용을 많이 절감해 싸면서 아주 훌륭한 맛이 나는 와인도 많죠. 아래의 와인들은 제가 마셔본 2만 원 이하의 와인 중에서 뛰어난 맛이 나는 것입니다.

① 호노로 베라 모나스트렐(Honoro Vera Monastrell) 2009 → 시음기

② 에스따시옹 샤도네이(Estacion Chardonnay) 2009 → 시음기

③ 에스따시옹 까르메네르(Estacion Carmenere) 2009 → 시음기

④ 마르까또 소아베 아이 프란디(Marcato Soave i Prandi) 2009 → 시음기

⑤ 바롱 드 레스탁 보르도(Baron de Lestac Bordeaux) 2007 → 시음기

⑥ 아르젠토 까베르네 소비뇽(Argento Cabernet Sauvignon) 2010 → 시음기

⑦ 돔 리즐링 모젤 트로켄(Dom Riesling Mosel Trocken) 2009 → 시음기

⑧ 프로토콜로 블랑코(Protocolo Blanco) 2009 → 시음기

 

 

2. 쿠마라 와이너리

남아프리카 공화국 스틸렌보쉬(Stellenbosch)에 있는 쿠마라 와이너리의 와인 철학은 아주 간단합니다.

"와인은 단순한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인생에 즐거움을 더해줘야 한다."

라는 것이죠. 이것은 쿠마라 와이너리의 와인 양조 책임자인 브루스 잭(Bruce Jack)의 신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쿠마라 와이너리 홈페이지에 나오는 와인 리스트는 매우 단출합니다. 오로지 한가지 브랜드뿐이며 종류도 아래의 8가지에 불과하죠.

① 쿠마라 리저브 쉬라즈(Kumala Reserve Shiraz)

② 쿠마라 로제(Kumala Rosé)

③ 쿠마라 제니쓰 메를로 까베르네 소비뇽 쉬라즈(Kumala Zenith Merlot Cabernet Sauvignon Shiraz)

④ 쿠마라 제니쓰 슈냉 블랑 샤도네이(Kumala Zenith Chenin Blanc Chardonnay)

⑤ 쿠마라 미디엄 스위트 화이트(Kumala Medium Sweet White)

⑥ 쿠마라 미디엄 스위트 레드(Kumala Cape Medium Sweet Red)

⑦ 쿠마라 케이프 화이트(Kumala Cape White)

⑧ 쿠마라 케이프 레드(Kumala Cape Red)

 

 

그렇다고 해서 쿠마라 와이너리가 생산량 위주로 별 볼 일 없는 와인을 생산하는 곳인가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2008년에 영국의 저명한 와인 전문지인 디캔터(Decanter)지는 10파운드 이하 와인 부문에서 쿠마라 와이너리의 와인 3종에 동메달을 수여했습니다.

① 2008 Decanter Award – Bronze, White, Chenin Blanc Viognier, Western Cape, 2007

② 2008 Decanter Award – Bronze, Red, Shiraz Mouvedre, Western Cape 2007

③ 2008 Decanter Award – Bronze, Red, Cabernet Sauvignon Shiraz, Western Cape 2007

그러니 아주 뛰어난 와인은 아닐지라도 품질이 충분히 입증된 와인이죠. 게다가 브루스 잭이 양조를 담당하는 또 다른 와인인 플래그스톤(Flagstone)은 세계 최대의 와인 회사 중 하나인 콘스털레이션 브랜즈(Constellation Brands, Inc.)의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세계 각국의 와인 경연대회에서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관련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여기를 참조하세요.

 

 

3. 와인의 맛과 향

쿠마라 까베르네 소비뇽 쉬라즈 2009는 "와인은 단순한 것이고 인생에 즐거움을 줘야 한다"는 와이너리의 철학을 반영한 듯 깊고 묵직한 맛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첫 잔에 맛있다고 느낄만한 품질과 이해하기 쉬운 맛, 즉 떫지 않고 부드러우며 붉은 과일 향과 오크 향이 잘 조화를 이룬 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막 와인에 관심을 두게 된 사람은 물론이고 음식과 함께 마실 값싸고 괜찮은 와인을 찾는 사람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색은 맑고 투명하며 제법 진한 루비 빛입니다. 깨끗하며 제법 풍부한 향이 나옵니다. 체리와 레드커런트 같은 붉은 과일 향과 감초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 향이 있고 오크와 연기, 향신료 냄새도 풍깁니다. 시간이 지나면 붉은 과일 향이 딸기 사탕 냄새로 바뀝니다.

탄닌이 제법 많지만, 매끄럽고 떫지 않습니다. 미디엄 바디의 와인으로 중후한 맛은 없지만 편하게 마실 수 있죠.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산도는 꽤 높습니다. 알코올 도수는 14%로 낮지 않습니다. 그래서 입에서 느껴지는 힘은 제법 강합니다.

 

 

체리와 자두 같은 붉은 과일과 감초가 생각나는 스위트 스파이스 풍미가 있고 그을린 오크통에서 우러나왔을 나무와 연기 풍미가 이어집니다. 마지막으로 흙의 느낌도 있죠. 무겁지 않고 부드러워서 탄닌에 익숙하지 않아도 좋아할 만하며 깊은 맛은 없지만, 편안히 즐길 수 있습니다. 아직 젊어서 인생의 깊은 맛은 모르지만, 경쾌하고 활달한 젊은이 같은 와인이랄까요? 여운은 제법 길지만, 그다지 감흥은 없습니다.

탄닌과 산도, 알코올 등 각 요소의 균형은 꽤 좋습니다. 무게와 복합성은 약하지만,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마실 수 있죠.

그릴에 구운 소고기와 돼지고기, 카레 종류, 토마토소스나 미트소스를 올린 파스타와 피자와 함께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1년 4월 1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