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독일] 달지 않고 우리 음식과 잘 어울리는 QbA 급 화이트 와인 - Dom Riesling Mosel Trocken 2009

까브드맹 2011. 8. 9. 06:00

돔 리슬링 모젤 트로켄 2009

이름에서 어쩐지 돔 페리뇽(Dom Perignon)이 떠오르는 돔 리슬링(Dom Riesling)은 비셰프리헤스 바인구터(Bischofliche Weinguter)에서 모젤(Mosel) 강 유역의 리슬링(Riesling) 포도로 만드는 QbA(Qualitatswein bestimmter Anbaugebiete) 등급 와인입니다. QbA 등급은 프랑스의 AOC와 비슷한 개념인 안바우게비트(Anbaugebiete)라는 특정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에 붙는 등급입니다.

1. QbA 등급 와인

QbA 와인은 위 지역의 특성과 전통적인 맛을 보증할 수 있도록 잘 익은 포도로 만듭니다. 지역적인 특성을 유지해야 하므로 다른 생산지의 포도나 와인을 섞는 일은 금지하며 레이블에 반드시 지역명과 스타일을 표기해야 하죠. 돔 리슬링도 레이블에 특정 지역의 이름인 "Mosel"과 스타일인 "Troken(Dry)"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QbA 와인은 숙성기간이 비교적 짧으며, 애초에 숙성이 덜 되어도 식사와 함께 마실 수 있는 전통적인 스타일로 양조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과일 향이 화사하게 풍기는 가볍고 상쾌한 맛을 갖고 있죠. 독일은 기후가 서늘하고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QbA 등급도 작황이 좋지 않은 해에는 설탕 첨가를 허용합니다. 다만 와인의 알코올 도수를 올리려는 것이지 맛을 달게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돔 리슬링도 설탕 첨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단맛은 안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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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의 맛과 향

와인을 잔에 따르면 처음엔 아주 자잘한 거품이 있다가 금방 사라집니다. 색은 밀짚 색으로 조금 짙습니다. 레몬과 사과, 복숭아의 세 가지 과일 향이 함께 섞여서 풍부하게 나옵니다. 미네랄 향이 느껴지며 희미한 돌 냄새도 있습니다. 리슬링 와인 특유의 석유 향은 별로 없습니다.

가격이 싼데도 생각보다 묵직하며 입을 채우는 듯한 질감을 가졌습니다. 부드럽고 미끈한 느낌도 있습니다. 독일산 리슬링 와인하면 단맛이 떠오르지만, 트로켄이라 단맛이 거의 없습니다. 샤르도네처럼 부드러우나 좀 더 묽고 가벼우며, 청량한 느낌은 소비뇽 블랑 와인과 비슷하나 날카롭고 신선한 맛이 덜합니다. 마치 두 포도를 섞어서 중간 상태로 만든 것 같군요. 드라이하지만, 호주산 리슬링 와인과 좀 다른 맛이며 품질은 떨어집니다. 호주산 리슬링 와인이 2배 이상 비싸니 당연하겠죠.

 

 

레몬과 사과, 흰 복숭아 향이 고루 나오지만, 맛에선 복숭아 풍미가 더 강합니다. 레몬 풍미는 상당히 적고요. 사과 풍미는 차지하는 느낌과 비중이 향과 비슷한 정도? 단맛은 없지만, 산도는 조금 강합니다. 복합적인 맛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상당히 맛이 좋으며 가격과 비교하면 꽤 괜찮죠. 무엇보다 달콤한 독일 리슬링 와인만 맛보다가 그렇지 않은 걸 마시니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여운도 제법 길며 입에 남는 느낌도 좋습니다.

향, 질감, 맛, 여운이 고루 균형을 갖춘 와인으로 전유어(동태포)나 나물, 익힌 해산물 요리, 닭고기 샐러드, 깐쇼새우나 양장피 같은 중국 요리와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1년 7월 1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