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비뇽 블랑 와인
달지 않고 상큼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와인은 새콤하고 상쾌한 맛으로 인기 높습니다. 맛도 향도 직설적이고 이해하기 쉬워서 복잡한 세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찾는 현대인의 취향에 딱 맞죠. 향이 강해서 많은 냄새가 섞인 야외에서 소풍을 즐길 때 적격이기도 합니다. 차가운 해물 요리나 닭고기 샐러드처럼 차가운 음식과 잘 어울리고, 신선한 청량감이 알코올 기운을 많이 감춰주는 소비뇽 블랑 와인은 여름에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알맞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와인 평론가인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의 표현에 따르면 말보로 소비뇽 블랑 와인은 "향기의 판도라 상자" 같으며 "아무도 무시할 수 없고, 누구도 모방하지 못하는" 품질을 가졌습니다. 말보로 소비뇽 블랑 와인은 다른 지역의 것에선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과 강렬함, 상쾌하고 이해하기 쉬운 특징으로 많은 와인 생산자의 관심을 끌었고, 그중에는 서부 호주에서 모엣 헤네시 와인 에스테이트(Moet Hennessy Wine Estate)의 계열사인 케이프 멘텔(Cape Mentelle) 와이너리를 공동 창업한 데이비드 호넨(David Hohnen)이 있었죠. 그는 말보로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1985년에 샴페인의 명가 뵈브 끌리꼬(Veuve Clicquot)와 제휴해서 말보로 소비뇽 블랑 와인의 새로운 브랜드를 발매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클라우디 베이(Cloudy bay)입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말보로(Marlborough)의 소비뇽 블랑 포도로 만드는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와인은 이름을 바로 떠올리게 하는 몽롱한 분위기의 레이블 디자인, 강렬한 풀잎 향과 풍부한 과일 향으로 곧 말보로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떠올랐고 뉴질랜드 와인의 이름을 전 세계로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말보로에서 수많은 소비뇽 블랑 와인이 탄생했지만, 클라우디 베이는 여전히 최고의 소비뇽 블랑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깨끗하고 투명하며 다른 말보로 소비뇽 블랑보다 더 연한 밀짚 색입니다. 잔디와 아스파라거스, 블랙커런트 새순, 풀잎을 짓 이길 때 나오는 알싸하고 비릿한 향이 강렬합니다. 더불어 레몬과 자몽 같은 상큼한 과일 향이 코를 톡 쏘죠. 덜 익은 파인애플과 멜론, 포도 향도 달콤한 기운을 전해줍니다.
깔끔하면서 미약하게 기름진(Oily) 느낌이 있습니다. 중간에서 살짝 가벼워서 마시기 편합니다. 드라이하면서 입에 침이 돌게 하는 풍부한 산미와 부드러운 질감을 가졌습니다. 알코올 도수는 13.5%이지만, 그만큼 강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편하고 즐겁게 마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 시음한 와인은 다소 오래되어서 활력이 약간 떨어지는 것이 아쉽군요. 레몬과 자몽, 오렌지 기름의 풍미는 부드럽고 상큼해서 해산물과 잘 어울립니다. 적당히 긴 여운은 느낌도 섬세하며 깔끔합니다. 깨끗한 마무리를 보여주네요.
모든 요소가 균형을 이루지만, 풍부한 느낌이 조금 부족한 듯해서 아쉽습니다. 대신 섬세하고 깔끔한 느낌이 소비뇽 블랑 와인의 청량한 모습을 잘 살려줍니다.
흰 살 생선회, 그릴에 구운 새우와 갑각류, 굴, 가리비 같은 조개류, 향신료를 쓴 동남아 요리, 깐쇼새우 같은 중국 해산물 요리, 흰 살 생선구이 등과 잘 어울리는 맛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좋은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1년 7월 22일 시음했습니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