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할아버지부터 증손까지 4대에 걸친 열정이 만들어낸 - Illuminati Riparosso Montepulciano d'Abruzzo 2009

까브드맹 2011. 6. 10. 06:00

일루미나티 리파로쏘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 2009

1. 일루미나티 와이너리

오늘날과 행정적인 경계선이 다르고 와인 산지와 관련한 지역적 구분도 요즘과 달랐던 19세기 후반의 이탈리아에 "니꼬 일루미나티(Nico Illuminati)"라는 와인 생산자가 살았습니다. 그는 와인에 열정적이었고 양조기술은 예술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1980년쯤에 “파토리아 니꼬(Fattoria Nico)”라는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포도를 재배했죠. 그가 만든 모든 유산은 와인에 대한 사랑과 함께 손자인 디노(Dino)에게 전해졌습니다.

디노 일루미나티(Dino Illuminati) 역시 와인에 미친 열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당대의 유명한 와인 생산자였던 할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숙련된 기술자들을 그대로 고용해서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전통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습니다. 디노와 기술자들은 전통 방식과 현대 기술을 이상적으로 융합해서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모든 와인을 리세르바 등급의 품질로 생산합니다. 이렇게 특별한 품질을 가진 일루미나티 와인은 오늘날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죠. 이것은 와이너리의 설립자인 니꼬의 손자 디노뿐만 아니라 가문에서 제일 나이 어린 니꼴라(Nicola)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반응형

 

와인에 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와인에 사용한 포도가 자라는 땅의 위치를 잊곤 합니다. 다행히 맛있는 와인의 뛰어난 맛과 향을 만드는 특별한 이유에 관해 떠올릴 때, 우리는 포도가 자라는 땅의 독특한 요소가 와인의 역사와 기술적인 부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알게 되죠. 일루미나티의 포도밭이 있는 테라모(Teramo) 지방의 콘트로구에라(Controguerra) 마을은 깊고 푸른색의 아드리아해(the Adriatic Sea)와 가브리엘 단눈치오(Gabriele D’Annunzio)의 시로 널리 알려진 그란 사쏘(Gran Sasso) 사이에 있습니다. 이곳은 빼어난 풍광뿐만 아니라 포도밭과 와인이 유명해질 수 있는 특별한 자연적인 혜택을 받아서 오래전부터 와인으로 유명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적인 사건으로도 입증됩니다. 기원전 217년에 일어난 트라시메노(Trasimeno) 호수 전투 후에 한니발은 군대가 휴식할 장소를 찾았고, 콘트로구에라 마을에 이르러서 쉴만한 곳과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와인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콘트로구에라 마을의 포도밭은 뛰어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품질의 포도를 생산합니다. 이렇게 만든 귀하고 훌륭한 와인은 "풍요로운 땅이 주는 다양한 수확물에 감사하는 이탈리아 농부들뿐만 아니라 와인을 사랑하는 전 세계의 사람들의 식탁에 주어지는 신의 은총과 같다"라고 홈페이지에 나와 있습니다.

 

 

2. 일루미나티 리파로쏘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Illuminati Riparosso Montepulciano d'Abruzzo)

리파로쏘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는 이탈리아 아부르쪼(Abruzzo) 주에서 기른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100%로 만드는 DOC 등급 와인입니다. 가격만 따져보면 일루미나티의 와인 중에서 중간 정도 수준입니다. 하지만 와인의 명성은 가격보다 훨씬 높죠. 와인 양조에 사용한 포도는 아부르쪼 지역에 대한 이탈리아 와인법의 규정상 당연히 몬테풀치아노 100%입니다. 이곳에서는 텐돈(tendone)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합니다. 텐돈은 고대 에트루리아 인들이 개발한 방법으로 서로 교차한 상태로 지지하는 높은 격자 위에 포도 덩굴이 자라도록 하는 것이죠. 포도나무의 식재 밀도는 기본적으로 매우 낮아서 헥타르당 1,100그루 정도이며 주로 언덕 위에 포도밭을 조성합니다.

보통 10월 초에 포도를 수확해서 엄격하게 선별한 다음 으깹니다. 전통적인 레드 와인 양조법에 따라 28도로 유지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에서 오랫동안 색소와 탄닌을 추출하면서 알코올 발효합니다. 그다음에 한 차례 젖산 발효하고 25 헥토리터 크기의 슬로베니아산 오크통에서 약 7~8개월간 숙성하죠. 숙성이 끝나면 병에 담아서 출시할 때까지 3~4개월간 추가 숙성합니다. 이렇게 만든 리파로쏘는 알코올 도수가 13.5%로 살짝 높습니다.

일루미나티 리파로쏘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는 뉴욕 타임스 2008년 10월호에서 "이달의 와인"으로 선정했고 2007년에는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TOP 레드 와인 25중의 하나로 선정할 만큼 품질이 뛰어납니다. 또한, 2005년에는 와인 스펙테이터지에서 선정한 "저렴하고 품질 좋은 와인 100선"에도 뽑힌 적이 있죠.

○ 참고 글 : 와인 스펙테이터誌 선정 저렴하고 좋은 와인 시리즈 20 - Illuminati Montepulciano d'Abruzzo Ripaross

 

 

3. 와인의 맛과 향

색은 깨끗하며 진합니다. 색상은 루비와 퍼플의 중간 정도이죠. 잔을 돌릴 때 흐르는 와인의 눈물은 제법 진합니다. 불쾌한 냄새는 전혀 없고 향이 제법 강합니다. 주로 맡을 수 있는 향은 서양 자두, 블랙 체리,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 향이며 감초와 정향의 달고 시원한 향도 납니다.

입에 닿는 질감은 부드럽고, 무게감은 적당해서 편하고 즐겁게 마실 수 있습니다. 다른 몬테풀치아노 와인처럼 달지 않고 산도도 제법 높지만, 탄닌의 양은 중간 정도입니다. 알코올 도수는 13.5%로 조금 높으며 입에서 느껴지는 힘도 조금 높습니다. 우선 블랙커런트와 블랙베리, 블랙 체리 같은 검은 과일의 단 풍미가 훅 다가섭니다. 물론 혀에 닿는 맛은 드라이하죠. 이어서 감초와 정향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의 단 풍미와 후추의 풋풋하고 매콤한 풍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제법 길게 이어지는 여운은 깊은 인상을 줍니다.

향, 질감, 맛, 여운의 네 요소가 잘 어우러져 꽤 맛있습니다. 신맛 나는 술을 아주 싫어하지 않으면 아주 맛있게 마실 수 있죠. 시음 시간이 짧아서 제 모습을 충분히 평가할 수 없었고,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다시 평가하고 싶습니다.

굽거나 찐 붉은 육류 요리, 가금류 요리, 약간 숙성한 치즈, 어린 양고기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좋은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1년 4월 6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