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생활 속 소소한 이야기

한국음식 세계화를 위한 "Korean Food and Wine" 강좌 참석기

까브드맹 2011. 4. 6. 14:27


지난 2011년 4월 2일 오후 2시에 성북구에 위치한 다문화빌리지센타에서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음식 세계화를 위한 Korean Food and Wine 강좌"가 열렸습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와인과 한식의 궁합을 알아보고 직접 시음과 시식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한식의 세계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로 열린 행사였지요. 참석 대상자는 서울에 거주 중인 외국인과 재외 한국인들이었습니다. 지방에 거주중인 외국인들까지 왔는지는 제가 행사담당자가 아니어서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거리 문제 때문에 어렵지 않았을까 합니다.

행사가 열렸던 '성북다문화빌리지 센타'입니다.


1층은 다문화빌리지센터로 강좌나 전시회를 진행하고, 2,3층은 구립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위치는 지도에서 보는바와 같습니다. 한성대입구역에서 성북동으로 넘어가는 길로 조금 가야 나오죠. 왕돈가스로 유명한 금왕돈가스가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1층의 모습. 얼핏 보면 카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2층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현재 진행되는 전시회에 대한 안내판이 서있습니다. 미술관 소장품전을 진행중이군요. 이 근처에 산다면 주말 늦은 오후에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슬슬 관람하러 오면 좋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내데스크가 있고, 오른쪽으로 돌아들어가면 이렇게 각종 서적을 비치해둔 서가가 보입니다. 일반 서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각종 서적들이 다양하게 비치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안내서적과 동남아시아나 인도 같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나라에서 만들어진 책자들도 있더군요. 이쪽 지역의 역사나 문화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한 번 방문해보시면 좋은 자료들을 얻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게시판에는 센터에서 진행하는 여러 강좌에 대한 시간표가 붙어있습니다. 가운데는 영문으로 오른쪽은 한글로. 


이날의 특별 행사인 와인 강좌에 대한 안내문은 별도로 제작되어 붙어있더군요.


벽면에는 다문화빌리지센터에서 주관하여 진행된 행사들의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몇 가지 행사들을 살펴보면


2010년 6월에 진행된 '러시아 문화' 행사입니다.



2010년 12월에 진행된 '독일 전통 크리스마스 마켓' 행사입니다. 센터장님의 얘기로는 이곳이 설립된지 얼마 안되어 아직 그렇게 많은 행사들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의욕이 대단하신 분이라 앞으로 더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볼만 합니다.



와인강좌가 진행될 행사장의 모습입니다. 아주 크지는 않지만 깨끗하고 편리하며 짜임새 있게 구성된 공간이었습니다.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 시설은 기본.


와인과 한식의 음식 매칭에 대한 설명 후 시음할 와인들의 모습. 고가의 와인은 없고 모두 2만 5천원 이하의 중저가 와인이지만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것들로만 선정되었습니다. 제가 시음해본 와인도 몇 가지 있군요.


시음 와인 몇 종은 꽃과 함께 진열을 해놓았습니다. 와인과 꽃이 무척 잘 어울리는군요.


  

행사 시작 시간이 되니 슬슬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어디나 그렇지만 시간에 맞춰 일찍 오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늦게 오는 분들도 꼭 있다는 것. 이건 동서양에 관계없이 공통적이더군요. 센터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만나본 직원분들도 이점에 대해서 얘기하더군요. 사람 사는데는 어디나 비슷한가 봅니다.


와인 강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성북다문화빌리지센터의 명예 동장이신 한스 알렉산더 크나이더_Hans-Alexander Kneider씨의 인사가 있었습니다. 성북다문화빌리지센터의 설립에는 이분의 힘이 아주 컸다고 하는군요. 잠깐 인사를 나눴을 뿐이지만 말씀과 태도에서 인품이 느껴지는 분이시더군요. 게다가 우리말도 아주 유창하게 하셔서 깜짝 놀랬습니다.


이건 좀 더 클로즈업해서 찍은 사진.


이날 와인 강좌를 해줄 강사를 직접 소개해줬습니다. 강사는 와인나라 리테일 사업부 VIP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와인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찬수씨. 영어 이름이 'Joseph Park' 입니다. 저하고는 같은 동호회에서 활동했었고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죠.


영어를 한국어 만큼이나 유창하게 하는 친구라 강의는 모두 영어로 진행했습니다. 물론 떡볶이 같은 고유 명사가 나올 경우에는 어설프게 '"Rice Cake..." 어쩌구 하는 식으로 풀어서 말하지 않고 확실히 "떡.볶.이"로 얘기했지요. ^^


중간중간 청중이 졸거나 하지 않고 긴장 타도록 직접 자리까지 찾아가서 질문도 던집니다. 질문의 내용은 '네, 아니오'로 나오거나 '아는 한식 있으세요?' 같은 쉬운 수준의 문제들입니다.


와인에 대한 간단한 개념 정리와 시음법에 대해 얘기하고



이어서 한식의 특징과 어울리는 와인들에 대한 얘기가 진행되었습니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뒷편에서는 음식이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점심을 먹은 후라 밥 같은 것들은 생략되고 단품 요리 위주로 차려졌더군요. 이날 나온 음식들은 총 4종류였로 우리가 흔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산적이 포함된 삼색전.



한국요리의 대명사인 불고기.


이건 좀 찾아보기 힘든거죠? 궁중떡볶이


 외국인들은 매워서 먹기 힘들지도 모르는 닭갈비.


이렇게 4종의 음식이 약간의 장식과 함께 한 테이블에 차려져 나왔습니다.



음식이 차려지는 동안 와인 강의는 다 끝나고 이제 직접 시식과 시음을 통해 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맞춰보는 시간이 왔습니다.

참석자들의 협조로 의자는 순식간에 치워지고 테이블과 음식이 놓여졌습니다. 강사인 박찬수씨의 지시에 따라 와인이 한병 한병씩 서빙되었습니다. 이날 마신 와인은

아르헨티나 샤르도네 와인인 <Alta Vista Premium Chardonnay 2006> 과일의 풍미를 많이 살려서 무겁지 않고 상쾌하더군요. 닭갈비와 삼색전하고 잘 맞았습니다.



 다음에 나온 와인은 칠레의 쇼비뇽 블랑 와인인 <Casa Viva Sauvignon Blanc 2009> 칠레의 쇼비뇽 블랑 답게 가볍고 상쾌하며 시트러스 계열의 풍미가 향긋했습니다. 역시 닭갈비와 삼색전하고 잘 맞았더군요.


세번째 와인은 독일 와인인 <Dinglingers Weinberg Traminer Spatlese 2009> 풍미가 강한 트라미너 품종으로 만들었는데, 독일 와인은 보통 단맛이 많지만 이 와인은 달지 않은 스타일입니다. 빈티지 바로 적힌 'Trocken'은 영어의 'Dry'라는 단어로 달지 않다는 뜻. 삼색전, 닭갈비하고도 물론 좋았지만 궁중떡볶이, 불고기하고의 매칭도 좋았습니다.



네번째 와인이자 레드 와인으로는 첫번째였던 <Velenosi Montepulciano d'Aburzzo 2008> 체리 같은 향긋한 붉은 과일향이 나면서 맛도 조금 단 편이어서 여성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더군요. 불고기, 궁중떡볶이, 삼색전하고 잘 맞았고, 닭갈비하고도 무난한 맛을 보여줬습니다.


다섯번째 와인은 <Chateau Beauchene Le Pavillon Cotes du Rhone 2007> 그르나슈와 시라를 블렌딩하여 만든 와인으로 향긋한 딸기와 라즈베리 같은 붉은 과일향을 맡을 수 있는 가운데, 후추와 오크향도 느껴지는 와인입니다. 당연히 불고기 같은 육류요리와 향신료를 많이 뿌린 궁중떡볶이에 잘 어울렸고, 의외로 매운 맛이 나는 닭갈비하고도 괜찮았습니다.

여기까지 시음하고 나니 참석자들 중에 이미 얼굴이 불그레~ 해지신 분들도 많아져서 더 이상의 와인 시음을 하지 말까 했지만, 그래도 시장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보르도 레드 와인은 꼭 시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건 강사와 내가 공통으로 든 생각이었죠) 


그래서 여섯번째 시음 와인이자 마지막 시음 와인으로 나온 것은 보르도 레드 와인인 <Chateau Guibon 2006>이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달콤한 과일향과 그윽한 나무향의 조화가 딱 적당하게 이뤄진 와인으로 편하고 즐겁게 계속 마실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불고기나 궁중떡볶이와 궁합이 잘 맞더군요.



오후 4시가 되어 공식적인 행사는 끝났지만 사람들은 서로 인사하고 얘기하면서 갈 줄을 모르더군요. 


좋은 술과 음식이 있으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끝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도 사진 찍고 와인 따르면서 서투른 영어 실력과 전 세계 공통 언어인 바디랭귀지를 동원하여 참석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구요. 다른 술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역시 와인은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고 대화를 끌어내는 술인 것 같습니다.




저는 또 약속이 있어 오후 4시 30분 경 행사장을 떠났습니다만, 나중에 강사인 박찬수씨의 전화를 받아보니 오후 6시가 넘은 후에도 일부 사람들은 남아서 웃고 떠들고 했답니다. 아마도 죽이 맞은 사람들은 2차를 하러 가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어떨지? ^^

뜻밖의 초청을 받아 참석한 행사였지만 꽤 재미있었습니다. 또 우리는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세계 각국의 문화를 우리나라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만약 세계 각국의 문화에 관심이 많거나 우리 문화를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다문화빌리지 센타를 이용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성북다문화빌리지센타의 홈페이지를 아래로 링크시켜놓을테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