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E마트를 휩쓴 칠레의 새로운 별 - "G7" The 7th Generation Reserva Carmenere 2008

까브드맹 2011. 3. 10. 10:51

G7 레세르바 까르메네르 2008

1. G7 와인

"G7"이라는 독특한 이름이 붙은 이 와인을 보고 "서방 선진 7개국 회의인 G7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거냐?"라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G7과 G7 와인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이 와인의 본래 이름은 "The 7th Generation", 즉 "7세대"라는 뜻입니다. 7세대라는 이름은 와인을 생산하는 비냐 까르따 비에하(Vina Carta Vieja) 와이너리가 7대에 걸쳐 와인을 만드는 데서 따온 것이랍니다.

다만 레이블을 디자인할 때 수입사의 요청으로 'G7'이라고 표시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와인 이름이나 레이블 디자인을 수입사의 요구에 따라 바꾸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와인이 대표적이죠.

○ 빌라(Villa) M

원래 이름은 빌라 모스까텔(Villa Moscatel)인데 이름이 너무 길고 발음도 어려워서 '모스까텔'을 'M'으로 바꿨습니다.

○ 산 페드로 1865

와인 레이블 디자인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종종 바뀌곤 합니다. 하지만 1865가 처음 들어왔을 때 사용한 검고 묵직한 병에 '1865'란 숫자만 적힌 디자인은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권위감 있는 스타일이었죠. 그래서 산 페드로 와이너리에 요청해서 수입 물량의 레이블 디자인은 바꾸지 않도록 했습니다.

G7 역시 "더 세븐쓰 제네레이션(The Seventh Generation)"이라는 긴 이름보다 "지 세븐(G7)"이라는 간단한 이름이 소비자에게 잘 기억되므로 레이블에 원래 이름보다 약칭을 크게 인쇄해 놓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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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L&B에서 단독 수입해서 E마트에서만 판매하는 G7은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과 외우기 쉬운 이름 덕분에 2009년 5월 7일에 처음 출시한 이후 엄청난 인기를 끌며 판매되었습니다. 듣기론 상자 단위로 사 가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인기 좋은 품목은 재고가 부족하기 일쑤였다는군요. 매일경제에서는 "제2의 몬테스 알파되나"라고 하면서 국민 와인이라 일컫는 몬테스 알파를 위협하는 와인이라고까지 얘기했습니다.

○ 관련 기사 : 신세계 수입 와인 `G7`, 제2의 몬테스 알파되나

국내 신문의 허풍이나 기업 친화적인 글쓰기를 참작하더라도 실제로 G7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을 알 수 있죠. 그런데 G7에 관한 자료는 수입사에서 내놓은 걸 제외하면 어떤 것도 찾아볼 수 없어서 와인 애호가나 기자 사이에선 불만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 G7에 관련된 적운비님의 포스트

와인은 맛과 향도 중요하지만, 와인과 얽힌 배경이나 양조할 때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고 마시면 더 재미있는 법인데, G7은 아무것도 없이 와인만 달랑 나와 있으니까요. 와인 맛이 형편없으면 신경 쓸 일도 없을 텐데, 마셔본 사람들은 대부분 품질에는 만족해하니 더 불만스러운 반응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칠레 마울레 밸리(Maule Valley)에 있는 론꼬미야 밸리(Loncomilla Valley)에서 기른 까르메네르(Carmenere)로 만드는 G7 레세르바 까르메네르는 깨끗한 빛이지만 여과하지 않았는지 미세하게 탁한 기운이 있습니다. 테두리 부분의 색은 아직 영(Young)한 와인을 의미하는 퍼플색입니다.

향이 제법 풍부하게 피어오릅니다. 검붉은 과일 향에 까르메네르 특유의 피망 향, 비리지 않고 싱싱한 나무줄기 냄새가 있습니다. 약하게 향신료 향과 커피 향도 느껴집니다.

부드럽고 제법 탄탄한 구석까지 있는 질감입니다. 세련된 느낌을 주면서 입안에서 거슬리는 부분도 없는 미디엄 바디의 와인. 떫은맛 없이 참 부드럽군요. 탄닌이 부드러운 까르메네르답습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하지만 마시기 쉽고 편안합니다. 까르메네르 품종은 잘 만들지 못하면 맛없고 쉽게 질리는데 이 와인은 품질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인상적이진 않아도 제법 맛있으며 가격을 고려해보면 아주 좋습니다. 사람들이 왜 G7을 찾는지 이해가 갑니다.

 

 

단순하지만 음식과 함께 마시기 좋고, 와인만 마셔도 아주 맛있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맛이 민숭민숭해지니 너무 천천히 마시면 안 됩니다. 강하고 길게 느껴지진 않지만, 비슷한 등급의 와인 중에선 꽤 괜찮은 여운을 보여줍니다. 다만 깊이는 별로 없습니다. 가격에 걸맞은 향과 질감, 맛, 여운 등이 잘 조화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양 갈비와 소갈비, 소고기 꼬치구이, 그릴에 구운 채소, 닭과 칠면조 같은 가금류, 미트 소스를 얹은 피자와 파스타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D로 맛과 향이 미흡한 와인입니다. 2011년 3월 2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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