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부담 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릴 - Emilie de la Tour Rose

까브드맹 2010. 12. 9. 08:45

에밀리 드 라 뚜르 로제

1. 로제 와인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우리나라 소비자의 와인 선호도는 조금 색다릅니다. 외국에선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수요가 5:5, 혹은 6:4 정도로 비슷하지만, 우리나라는 8:2 또는 9:1 정도로 레드 와인 쪽에 굉장히 치우쳐 있죠. 단맛이 나는 와인에 대한 선호도도 매우 높습니다. 대부분의 수입 와인이 드라이한 테이블 와인이어서 스위트 와인의 매출액은 크지 않지만, 단일 와인의 판매량만 따져보면 모스까토 다스티 같은 스위트 와인이 상위에 올라있는 일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와인이 단맛 나는 미국산 와인인 모건 데이비드 콩코드로 2010년 전만 해도 연말에 가장 잘 팔리는 10대 와인에 항상 속해 있었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소비자의 와인 선호가 스위트 레드 와인으로 치우친 이유는 단맛 나는 술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의 기호와 와인에 관한 고정된 인식, 즉 와인은 "붉은색의 달콤한 술"이란 생각이 머릿속 깊숙이 박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와인에 관한 이런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에게 달지 않고 탄닌이 가득해서 떫은맛이 나는 레드 와인은 당혹스럽겠죠. 레몬색의 화이트 와인은 와인처럼 보이지 않는 술이겠고요. 그러니 자연스레 화이트 와인에 손이 안 가는 것 같습니다.

반응형

 

그래도 화이트 와인은 로제 와인과 비교하면 좋은 대접을 받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적포도주는 레드 와인, 백포도주는 화이트 와인이라고만 알고 있는 분에게 중간 성격의 로제 와인은 이도 저도 아닌 혼란스러운 존재일 겁니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은 일단 멀리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보수적인(?) 성격 때문에 판매량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겠고요. 그러다 보니 로제 와인은 판매 부진 속에 어느 날 판매대에서 자취를 감추는 일이 허다하죠.

하지만 와인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로제 와인은 인기가 상당히 높고 여름철 휴가에 빠져선 안 되는 와인으로 여겨집니다. 화이트 와인에서 하얀 과일 향과 노란 과일 향이 난다면 로제 와인은 와인을 마실 때마다 다양한 붉은 과일 향을 느끼게 해 줍니다. 화이트 와인처럼 차갑게 마시므로 더운 여름에 딱 어울리고, 탄닌이 거의 없어서 마시기 수월합니다. 색이 예쁜 것은 덤이고요. 과일과 잘 어울리며 해산물과 궁합도 좋습니다. 차가운 육류 요리에 레드 와인은 어울리지 않지만, 로제 와인은 잘 맞으므로 뜨거운 음식이 부담스러운 여름철에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와인이죠.

아직 낯설어서 로제 와인에 손이 잘 안 가겠지만, 로제 와인의 매력을 알게 되면 더운 여름날 시원한 그늘에서 마실 와인을 고를 때 반드시 선택할 와인으로 첫 손에 꼽히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로제 와인이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과 함께 당당하게 와인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하길 기대해 봅니다.

 

 

2. 에밀리 드 라 뚜르 로제

남서부 프랑스(Sud Ouest France)의 시라(Syrah) 60%와 가메(Gamay) 40%를 섞어서 만든 뱅 드 프랑스(Vin de France) 등급 와인입니다. 오렌지빛이 섞인 예쁜 핑크색으로 맑고 깨끗합니다. 향이 풍부하진 않지만, 가벼운 딸기 향과 라즈베리 향이 잘 피어오릅니다.

질감은 깨끗하고 깔끔합니다. 산뜻하면서 가벼운 무게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맛은 드라이하고 높은 산미는 입맛을 돋워줍니다. 탄닌의 느낌이 거의 없어서 마시기 쉽습니다. 딸기와 라즈베리 같은 상큼한 과일 풍미는 마시는 내내 입안을 즐겁게 해 줍니다. 가볍고 묽은 와인으로 여운은 당연히 짧습니다. 여운이 짧은 것이 조금 아쉽지만, 산미와 알코올, 풍미의 균형은 좋습니다. 깊은 느낌은 없지만, 물처럼 뉴트럴 해서 부담 없이 즐겁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함께 할 음식으로는 닭과 칠면조 같은 가금류, 차가운 햄, 생햄, 편육, 치킨 샐러드, 순대, 참치회, 해물 요리 등을 추천합니다.

2010년 11월 11일 시음했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D+로 맛과 향이 미흡하지만, 가격과 비교해서 품질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