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뉴질랜드] 남쪽에서 날라온 달콤한 과일 풍미 - Sileni Cellar Selection Pinot Noir 2008

까브드맹 2010. 12. 6. 09:03

실레니 셀라 셀렉션 피노 누아 2008

1. 피노 누아

피노 누아(Pinot noir)는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포도입니다. 레드 와인용 품종이지만, 껍질이 얇고 탄닌이 적어서 다른 품종과 비교해서 떫은맛이 거의 없고 매우 섬세합니다. 다른 레드 와인은 생선 요리, 특히 회 같은 날 음식과 함께 먹으면 탄닌이 입안에 엉기거나 쇠 비린내가 나서 잘 어울리지 않지만, 피노 누아 와인은 생선 요리와 잘 맞는 일이 많죠. 특히 참치의 붉은 살 부위에는 어지간한 화이트 와인보다 피노 누아 와인이 훨씬 잘 맞습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요리뿐만 아니라 채소 요리나 닭 요리처럼 화이트 와인과 어울리는 요리에도 잘 맞고요. 한마디로 피누 노아 와인은 "화이트 와인에 가장 가까운 레드 와인"이랄까요?

섬세하고 여성적인 피노 누아지만, 때때로 강한 동물성 풍미와 함께 입안을 울리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피노 누아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적인 와인이죠. 피노 누아 와인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피노 누아의 DNA가 매우 불안정해서 주변 환경에 따라 쉽게 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피노 누아는 떼루아를 가장 잘 반영하는 포도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부르고뉴는 토양의 구성이 매우 다양하고, 쉽게 변이하는 피노 누아를 주로 재배하므로 마을마다 개성 있는 맛과 향을 보여주는 피노 누아 와인이 나옵니다. 부르고뉴 와인의 그 천변만화한 모습 때문에 세계의 와인 애호가들은 부르고뉴 와인을 많이 사랑하죠. 덕분에 가격이 비쌉니다.

프랑스에서는 부르고뉴 외에도 서북쪽의 루아르 밸리(Loire Valley)와 남쪽의 랑그독-루시옹(Languedoc-Roussillon)에서 피노 누아 와인을 만들지만, 부르고뉴 와인과 비교해서 잘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와인 생산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고, 생산한 와인의 품질도 부르고뉴 와인보다 떨어지기 때문이죠.

반응형

 

프랑스를 제외하고 고급 피노 누아 와인을 생산하는 곳을 꼽으라면 미국의 오레곤(Oregon)주와 뉴질랜드를 들 수 있습니다. 오레곤의 피노 누아 와인은 부르고뉴 와인과 비교해 섬세함은 떨어지지만, 선이 굵고 오레곤의 떼루아를 잘 반영한 훌륭한 품질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종종 시음회에서 부르고뉴 와인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며 애호인 층도 두텁죠.

뉴질랜드는 피노 누아를 재배한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지만, 토양과 기후가 알맞아서 앞으로 많은 발전이 기대됩니다. 역시 부르고뉴 와인보다 복합성이나 섬세함은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안정된 품질로 계속 발전하고 있어서 세계 와인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죠. 그래서 가볍고 신맛만 가득한 저가의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보다 비슷한 가격에 좀 더 무게가 있고 피노 누아의 특성도 잘 드러나는 뉴질랜드 피노 누아 와인을 마시는 게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뉴질랜드 북섬 헉스 베이(Hawke's Bay)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 100%로 만드는 실레니 셀라 셀렉션 피노 누아 역시 뉴질랜드 피노 누아 와인의 발전을 잘 보여줍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맑고 연한 루비색으로 영롱한 빛을 띠어 피노 누아의 색조를 잘 표현합니다. 신선하고 가벼운 붉은 과일과 꽃, 식물성 향이 나며 오크 숙성에 따른 오크, 박스우드(Boxwood) 등의 향도 맡을 수 있습니다.

질감은 깨끗하고 깔끔하며 살짝 무게가 있습니다. 맛은 드라이하며 산미와 탄닌이 약간 느껴집니다. 과일과 향신료, 식물성의 풍미가 입안에서 가득하지만, 변화가 없고 단순하네요. 시간이 지나면 점차 레드 체리나 과일 잼의 달콤한 풍미가 느껴지면서 좀 더 맛있어집니다. 초반에는 여운이 제법 강하지만, 점차 약해지는 것이 흠입니다.

산미와 탄닌, 알코올, 풍미 같은 요소에서 뭔가 2%씩 부족합니다. 키는 크지만, 아직 어린아이처럼 균형 잡히지 못한 느낌이랄까요? 뉴질랜드 피노 누아 와인은 부르고뉴나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확실히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5년~10년 뒤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양 갈비, 불고기와 양념 갈비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2010년 12월 5일 시음했고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와인 생산자인 실레니 셀라 셀렉션에 대한 정보는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뉴질랜드] 실레니 에스테이츠(Sileni Estates)

1. 실레니 에스테이츠(Sileni Estates) 실레니 에스테이츠는 뉴질랜드 북섬 헉스 베이(Hawks Bay)에 있는 와이너리입니다. 와이너리 이름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와인의 신 디오니소스(Dionysos)와 함께

aligalsa.tistory.com

※ 쿠팡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